함께 살기의 창창한 미래 “생활 협동조합의 체계가 4차 산업 시스템과 굉장히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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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의 창창한 미래
“생활 협동조합의 체계가 4차 산업 시스템과 굉장히 유사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카풀’이란 걸 했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차를 타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끼리 돌아가며 동네 아이들을 데려다줬다. 그 때만 해도 이웃들과 사이가 어색하지 않았다. 다른 집의 차에 탈 때는 싹싹하게 인사를 했다. 심심하면 동네를 돌아다니다 이웃집 할머니와 대화도 나눴다. 집 앞 공터에다 고구마를 심고 다 자라면 사람들을 불러 다 함께 고구마를 캐기도 했다. 그 때는 그게 당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다.
요즘 느끼는 이웃의 이미지는 지구 반대편만큼 멀다. 이웃집의 초인종은 누르면 세상이 멸망하는 버튼 같고, 엘리베이터에서의 어색한 순간은 공기에 무게가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도시에,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공감할 내용이다. 사실 이웃과의 돈독한 관계가 필수적이지는 않은 시대가 오기는 했다. 관계는 어디서든 형성할 수 있고, 오히려 가까운 사람이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인 거리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부터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멀게 느껴진 걸까. 옆집 사람과도 말을 섞지 못하는 우리가, 과연 ‘공동체’라는 걸 이룰 수 있을까?
4차 산업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초 연결성’이다. 신경 하나하나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뇌처럼, 세상이 그물처럼 엮여있는 것을 말한다. 기계나 인공지능의 구조, 혹은 사람들 간의 관계까지도 포함한다. ‘4차 산업 혁명 그리고 생협 운동’ 강의에서 박진식 교수님은 한 살림과 같은 생활 협동조합의 체계가 4차 산업이 발달하며 갖추는 시스템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말씀하셨다. 2150개의 세대가 하나의 사업으로 존재하는 한 살림의 운영방식을 확장하면, 그게 바로 4차 산업 혁명 이후 우리의 삶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협동조합은 사회적 자본을 가진다는 것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연대가 자본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 자본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과 거래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면, 한 사업체가 어떤 행사를 진행할 때, 그 사업체와 신뢰관계를 가진 또 다른 사업체가 홍보 혹은 자금 지원과 같은 도움을 준다면, 사업체 간의 신뢰를 우리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교류를 통한 연대감이 형성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는 개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것만 아닌,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의 공동체 형성이 가지는 이익을 보여준다.
함께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이웃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동경 정도는 있다. 어른들은 낮은 담벼락 너머로 인사를 건네는 시대를 자꾸만 추억한다. 그 시대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생각만 해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이다.
무엇을 하든 꾸준히, 열심히 하면 늘었다. 삐뚤빼뚤 그리던 그림도, 어색하기 짝이 없던 글쓰기도, 심지어는 어렵기만 하던 지하철타기도 그랬다. 공동체 활동도 그렇다.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사람들과 놀고 만나고 싸우기도, 화해하기도 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 겪는 함께 사는 사회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필연적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그 생활에 익숙해지는 게 나에게도 좋다. 시작은 가볍게, 옆집 아주머니께 인사하는 것부터다.
홍영신 「파주에서」 틴 청소년기자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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