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경주지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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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8시 전후 5.8규모 지진발생 - 관측이후 가장 강력
9.12경주지진 4차례 이어져, 전국 모든 곳에서 지진 감지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32초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 이어 50여분 후 오후 8시 32분 54초에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더 강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진앙간 거리는 1.4㎞이라 밝혔다. 규모 5.8의 지진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중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다.
이 5.8규모의 강력한 지진 이후 13일 0시 37분에 경주시 남쪽 6km지역에서 3.1규모, 8시 24분에 경주남남서쪽 10km 지역에서 3.2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9.12경주지진은 4차에 걸친 것으로 국민안전처는 밝혔다.
13일 오후 2시 현재 247차례 여진, 재산피해 642건
여진은 가장 강력한 지진을 전후로 13일 오후 2시 현재 247차례나 발생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3~4일간 여진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중앙재난안전 상황실은 13일 15시 현재 인명피해는 다리골절 등 14명, 재산피해는 건물균열146건, 수도배관 파열 31건, 지붕파손 199건 등 총 642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 LNG복합화력발전소 4호기와 울주 변전소 변압기가 가동중지되었다가 재가동되었으며,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는 정밀 안전진단을 위해 수동정지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 그러나 신월성 1∼2호기는 월성 1∼4호기와 부지 특성이 달라 수동 정지하지 않고 가동 중이다. 한수원은 수동 정지는 지진 규모와 관련한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2일 오후 10시15분부터 경주 지진에 따른 대응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원자력안전위와 국토교통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비상대응기구 가동 등을 통해 피해 상황 파악을 지시했고 지진 매뉴얼에 따라 산하기관 등에 필요한 비상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 기와가 무너지면서 파편이 주차된 차량 위와 골목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부산 63층 국제금융센터 대피령, 세종시 서울 등에서도 지진감지
13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경주여고, 경주고, 문화고, 신라고 등 경주지역 중·고교 8곳은 이날 하루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했다. 경주정보고, 무산고, 안강여고 등 경주 초·중·고 23곳은 단축 수업을 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진으로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도 했다.
진앙과 가까운 경북과 대구 지역은 물론 세종시, 전남, 강원, 서울 등 진앙에서 비교적 먼 곳에서도 강력한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이번 지진은 진앙에서 300㎞ 넘게 떨어진 서울 잠실 국내 최고(最高) 건물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까지 전해졌다. 부산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물에서는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원 대피령이 내려졌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파형이 매우 커서 전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동을 느꼈고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이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데이터 서비스 등 무선통신과 카카오톡 등도 불통되었고, KTX 열차 등 열차 38대가 정차 지령을 받고 멈춰선 뒤 서행하면서 경부선 대전 이남 구간에서 상·하행 열차 운행이 1시간 이상 지연됐다.
전국에서 지진을 느꼈다고 119에 신고한 건수는 5만 2,385건(13일 15시 현재)에 달했다. 본 신문사로 화성과 용인에서도 TV가 흔들린다는 제보가 오기도 했다.
총리는 36분후, 대통령은 2시간 후에 보고 받아.
국민안전처 뒷북 문자, KBS는 드라마 방영
안전처는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자 매뉴얼대로 진앙에서 반경 120㎞ 지역에 해당하는 부산, 대구, 울산, 충북, 전북, 경북, 경남 등의 지자체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지진 발생 9분 뒤인 오후 7시 53분에 발송돼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저녁 8시32분 규모 5.8의 2차 지진은 또 약 9분 뒤에 문자를 발송했다. 지진파가 체감된 수도권에는 재난문자가 안전처 누리집도 접속 폭주로 5시간 가까이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국민안전처가 국무총리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은 8시21분이었다. 36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밤 9시30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정부의 첫 공식 입장과 지시는 밤 10시31분에야 나왔다. 첫 지진 뒤 2시간47분 만이다. 그때까지 대통령도 총리도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본의 아베총리는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발생 26분 만에 국민 앞에 나와 상황 지휘에 나섰다고 한겨레신문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한국방송>(KBS)을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 등 정규 방송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KBS는 첫 지진 뒤 3분이 지나서야 자막을 내보내고 4분짜리 뉴스 특보를 했을 뿐이다. 국민안전에 무심한 KBS에 수신료를 내야하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만든 지진시 대응지침서
여야 모두 ‘골든타임 놓쳤다’ 비판
세월호 이후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지진 재난 대응에 국민들만 아니라, 여야 모두 비판하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이 다치고 상한 뒤에 해명, 변명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 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일제히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원전상황 점검이 필요하다”했으며, 정의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지진대에 위치한 원전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득 지진은 자연현상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이번 지진은 지난 9월 9일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고 주장하여, 무리한 정치적 발언이라 빈축을 사고 있다.
경주지진 반경 50km안에 16개 원전 있어, ‘탈핵 성명’ 이어져
12일 발생한 경북 경주 지진의 진앙은 월성 원전에서 불과 27㎞, 고리 원전에서 50㎞ 떨어진 지점이었다. 이번 지진 진앙의 반경 50㎞ 안에 국내 운영 원전의 절반인 12기와 건설 중인 2기, 최근 건설 허가가 난 신고리 5·6호기까지 16기의 원전이 밀집돼 있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13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 원전 폐기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6월 23일 승인한 신고리 5·6호기는 활성 단층 60여 개가 존재함에도 이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고 해저단층에 대한 연구조차 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 대비책이 너무나 소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후 원전 폐기, 신고리 5·6호기 건설 철회, 원전 확대정책 포기, 산업체 전기요금 현실화 등 수요관리 강화 등을 촉구했다.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불안해서 못 살겠다. 핵발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13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핵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은 활성단층이 집중되어 지진발생 위험이 크다”며 “이제라도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핵발전소 중심의 전력정책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한반도는 더 이상 안전한 지대가 아니”라며, “최소 규모 7~7.5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위험을 늘려서는 안된다. 신규원전을 취소하고 노후원전을 폐쇄해서 원전을 줄여나가는 것만이 안전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고 성명했다.
파주녹색당, 금촌역앞 정당연설회
파주녹색당은 13일 오후 1시부터 금촌역에 나와 정당연설회를 가졌다. ‘지진이 경고한다 핵발전소 당장 멈춰라’, ‘후쿠시마 남의 일이 아니다’는 피켓을 들고, 지진으로 위험해진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을 했다. 정당연설에 나선 조선 전위원장은 “기상 관측이후 가장 강력한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핵발전소의 수많은 냉각 파이프 라인에 조금이라도 금이 간다면 어찌되겠는가?”며, “지금 당장 핵발전소를 멈춰야, 우리 후세대들이 제대로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7시간만에 대시민 홍보전에 나선 파주녹색당의 활동에 지나가던 김모(32세)씨는 “발 빠른 실천을 하는 정당”이라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글 사진 임현주 기자 / 자료사진 출처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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