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농수로 위 버스승강장, 사망 사고 나고 말았다
수정 : 2018-06-01 16:49:32
오픈된 농수로 위에 버스승강장
문산읍 마정3리 마정초등학교 앞 버스승강장은 2차로 옆 농수로를 가로 세로 470*250cm 콘크리트 박스로 덮고 만들어졌다. 승강장 기둥과 콘크리트 바닥 면적은 불과 한 뼘(20cm) 차이이고 곧바로 물이 흐르는 농수로이다. 깊이는 150cm로 작은 성인키 만하다. 콘크리트 박스 사이를 흐르는 물살에 침식 작용이 깊게 일어나 있고 흙이 물러 빠지면 발을 빼기 힘들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했는데 사망사고 나고 말아
5월 18일 금요일 밤 11시 30분 경 50세 남자 취객(윤모씨)이 이곳 버스승강장에 왔다가 발을 헛디뎌 농수로에 빠져 사망하고 말았다. 승강장 옆 CCTV를 돌려 보니 고인은 11시 경에 택시에서 내려 한참 동안 버스승강장 안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승강장 옆에 서 있는 것이 촬영되었고 CCTV가 40초 간격으로 돌아가는 다음 화면에는 없었다. 고인은 하루가 지난 토요일 저녁 7시 30분경에 발견되었다.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은 “엎어져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있었고 타격 흔적은 없고 부검 결과도 익사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보니 취객이 아니라 누구라도 버스를 놓칠세라 서두르다가는 발을 헛딛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더욱이 사고가 일어난 날은 3일간 내리 내린 비로 농수로 안 물이 급격히 불어났다. 그리고 이곳은 마정초등학교 정문 직선거리 60미터 앞이라 스쿨존 안전 상태도 심각해 보인다.
인근 주민들에게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버스승강장 맞은편 광*슈퍼 사장은 “20년간 이곳에 살면서 수도 없이 건의했어요. 매년 문산읍장이 와서 좌담회를 열 때 너무 위험하니까 조치해달라고 건의했고, 올해도 얘기했어요. 96년, 99년 수해 때는 농수로 배수 공사를 하고 콘크리트 박스로 덮어달라고 시에 전화까지 했어요. 농어촌공사에서는 예산이 없다고 시나 읍에 건의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지.”하고 사고를 안타까워했다.
나 몰라라 하는 파주시, 농어촌 진흥공사
이 허망한 일을 누가 책임지고 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까? 우선 파주시에 전화를 했다. 파주시 농수산 기반팀 이원호 주무관은 본인이 근무하는 2년간 마정3리 농수로 민원은 없었다며 “이 민원이 어느 부서로 들어왔는지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철도교통과 박대현주무관은 “마정3리 버스승강장은 2006,7 년에 설치한 모델”이라며 “농수로 위 콘크리트 바닥은 읍·면·동에서 만들어 놓고 철도교통과에서는 승강장만 설치한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묻자 “현장에 나가 보고 위험성이 보이면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문산읍 건설팀장 송종석은 “10년 전 버스승강장이 만들어질 때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공사에 관련된 서류는 보통 3년에서 10년이면 폐기한다, 영구 보관해야 할 자료도 있지만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마정3리 농수로 공사를 해달라는 민원은 올해 초에 들었다, 그렇지만 예산 확보가 어렵고 농수로 100미터에 4,5천만원 예산이 드는데 다른 곳도 민원이 많다. 매년 10개 조금 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사고 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물었더니 “현장을 보고 시에 예산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농어촌진흥공사 이서은 과장은 수질만 담당하고 있어 잘 모른다며 담당에게 물어보고 연락을 주겠다 해서 이틀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를 해 보았다. “마정3리 농수로 민원은 접수된 것이 없고 농어촌공사에서 버스승강장 바닥 공사 허가 내준 적 없다, 현장을 보니 사람이 빠질만한 곳이 아니고 빠져도 나올 수 있는 깊이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농수로가 콘크리트 박스로 덮여있었다면, 버스승강장 너비가 조금만 더 넓고 펜스로 막혀있었다면 나지 않았을 사고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아도 버스승강장 바닥공사 시공처를 알 수가 없다. 인명사고가 났는데 공무원은 “위험성이 보이면 펜스를 치겠다. 예산을 확보 하겠다”는 미온적 태도다. 더욱이 공무원 시스템은 AI시대를 살기 어려워 보인다. 내가 궁금한 사안이 어느 부서 소관인지 일일이 스스로 알아서 물어야 하고 물어도 얼마 전에 발령받아 모르겠다, 오래전 일이라 모르겠다는 일색의 대답을 들어야 한다. 오픈된 농수로는 노루 같은 동물들이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뉴스를 종종 보며 가슴을 졸인다. 마정3리 농수로에는 사람이 빠져 죽었다.
허영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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