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칼럼 - 뉴욕 맘다니 시장의 생활정치와 재정 현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칼럼
생활정치의 부상: 추상적 비전보다 ‘월세·교통비·보육비’
맘다니 시장의 공약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이념이나 거대한 비전이 아니라, 월세·교통비·식비·보육비라는 네 가지 비용에 집중합니다.
뉴욕 시민의 60% 이상이 “월세 부담으로 이사를 고려한다”는 조사 결과, 전국 평균 대비 1.5배 높은 교통비, 미국 최고 수준의 보육비 등 현실적 부담이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추상적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지갑 속 숫자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그 실직적 효과가 정치적 동력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 대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공약의 경쟁은 “월세 20만 원 줄이기”처럼 구체적인 숫자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뉴욕의 재정 상태가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에 비유하면, 지방채 부담이 큰 광역시가 “앞으로 지하철 노선을 5개 더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과 비슷합니다.
뉴욕 시장의 권한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법인세·소득세 인상은 주 의회 승인 사항이고, 임대료 동결은 '렌트가이드라인위원회(RGB)'라는 독립기구가 결정합니다. 연방정부의 지원 변동도 상수입니다.
즉, 맘다니 시장의 공약은 시장 개인의 의지와 별개로 시–주–연방의 다중 권한 구조를 넘어야 합니다.
한국 지방정부가 공공주택, 마을버스 무임제, 보육정책 등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국회·지방의회에 갇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험 시나리오: “세수 이탈 → 부채 증가 → 신용등급 하락”
여기에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채가 지금보다 50~70% 더 커질 경우, 뉴욕은 1970년대처럼 외부의 긴축 통제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늘 강조하지만 정책은 의지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구조 설계가 핵심입니다. 결국은 설계의 문제, 더 정확히는 지속가능성과 디테일의 문제입니다.
맘다니 시장의 생활정치 실험도 이 지점에서 성패가 가려질 것입니다.
한국적 시사점: ‘생활비 정치’와 ‘재정 설계’의 결합
맘다니 시장의 당선은 한국 정치에도 몇 가지 분명한 신호를 보냅니다.
첫째, 생활비는 이제 정치의 핵심 의제입니다. 이념이나 정당이 아니라, “얼마나 내 삶이 달라지는가”가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둘째, 재정 설계 능력이 정치 리더십의 중요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장기 재정전망과 부채관리, 민관 혼합모델은 한국에서도 이미 필수 역량입니다.
셋째, 지방정부가 실험을 하려면 재정자율성이 필요합니다.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맘다니 시장의 실험은 “생활정치는 가능하다”는 희망과 “재정의 현실은 냉정하다”는 경고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이 실험을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닌, 생활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재정 개혁의 논의로 이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