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기고 - 난방의 계절을 맞아
난방의 계절을 맞아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연구원
바야흐로 겨울이 오고 있다. 옷장 속 두꺼운 외투를 꺼내고 보일러를 돌려 난방도 시작했다. 대개 보일러를 돌리는 열원은 LNG, LPG, 등유 등 화석연료다. 훈훈한 온기가 채워지는 만큼 온실가스도 배출된다. 한국의 경우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체 22% 정도다. 절반은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이고, 나머지 절반은 연소 따른 직접배출이다. 전기는 태양광·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탈탄소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열의 탈탄소화 전망은 아직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가정용 난방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상 도시가스다. 도시가스 보급률은 전국 평균 85.7% 수준이다. 지역 간 격차가 있으나,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가스 배관망 설치를 포기한 지역에도 배관망이 설치되도록 수용가의 설치부담금을 50~100%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4년 경북은 217억 원, 전북은 563억 원을 지원했다. 경기도 역시 최근 2년간(2024~2025년) 2,158억 원을 지원했다. 추가로 전남은 향후 10년간 4,300억 원 등 막대한 예산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도시가스 배관망 확대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도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기초지자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전수 분석한 결과, 도시가스 배관망 확대 사업을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계획하고 있는 곳은 226개 지자체 중 121곳에 이른다. 이를 위해 2026년 지출이 계획된 예산액은 3,000억 원을 넘는다.
그러나 도시가스, 즉 LNG가 화석연료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열량당 온실가스 배출계수(t C/TJ)’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같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각 연료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 나타내는 비교표준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등유는 19.5고, LPG가 17.6 그리고 LNG 15.4다. 등유보일러를 도시가스보일러로 교체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한국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기간 지속하는 사업을 ‘감축정책’으로 추진하며 공적 자금을 투여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도시가스 확대를 계속 에너지정책 수단으로 삼아야 할까? 이에 답하려면 도시가스보다 저렴하고 이용도 편리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확인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개최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공개토론회에서 건물 부문 탄소중립 정책으로 열원의 전기화 전략을 세웠다. 그 핵심 기술로 재생가능전력과 결합한 ‘히트펌프(heat pump)’ 보급을 제시했다. 히트펌프는 에어컨, 냉장고처럼 공기열·지열·수열 등을 열원으로 삼고 냉매를 이용해 열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전기장치다. 난방용 히트펌프도 확대되면서 2021년 기준 세계 건물 난방수요의 10%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 가정용 히트펌프는 유럽·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히트펌프가 난방의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보조금 정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정부는 히트펌프 전력요금제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법안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을과 도시 수준에서의 난방 인프라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도시가스 중심의 익숙한 정책을 멈추고, 에너지복지와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조화시켜야 한다. 또 지역에 맞는 대안을 찾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매년 국제사회는 기후총회(COP)를 연다. 올해 브라질에서 개최된 기후총회(COP30)에서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합의는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국제적 합의를 기다릴 필요도, 시간도 없다. 이미 갖고 있는 대안을 지역에서부터 실천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내년 이맘때쯤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채워주는 건물과 주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아지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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