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민 70%가 물 끊긴 도시에서 사흘 - 파주 물 대란 속 드러난 무책임한 대응…비판 여론 폭발
파주시민 70%가 물 끊긴 도시에서 사흘
- 파주 물 대란 속 드러난 무책임한 대응…비판 여론 폭발
- “문제의 원인은 파주시가 아니어도, 대응은 파주시 책임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공사 중 광역송수관로가 파손되며 14일 오후 1시부터 파주시 운정, 금촌, 야당, 상지석, 조리읍 지역 17만 시민이 대규모 단수 사태에 빠졌다. 파주시 자료에 따르면 피해 세대는 약 17만 세대, 이는 파주시 전체 등록 23만여 세대의 70% 이상이 단수 피해를 겪었다는 의미다. 운정·와동·야당 일대 상권은 점심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며 영업 손실도 속출했다. 그러나 파주시의 늦장 대응·미흡한 안내·형편없는 대체급수 운영이 시민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 뒤늦은 단수 공고, 단수 30분전에야
파주시청은 오전 6시 사고 발생 이후 6시간 30분이 지난 12시 23분에 ‘수돗물을 미리 받아놓으시길 바란다’고 단수 공고를 냈다.
그러나, 단수는 1시부터 시작이므로, 시민들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직장인·자영업자 등 외출 인구가 많은 평일 낮 시간대인 1시 단수조치를 30~40분 전에 통보받은 시민들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물이 끊겨 생활이 마비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6시가 되서야 ‘복구 진행사항을 안내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전화 통화가 불가했다. 파주시는 오후 3시 30분부터 생수 배부를 시작했으나, 배부 장소를 단 두 곳(운정·교하)으로만 지정해 시민불편을 자초하더니, 이후 금촌지역 1곳이 늘었으나 시민들은 물을 배급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했다. 이후 8시 10분에 ‘생수구입에 대한 보상’을 안내했다. 급수차도 운영하지 않았고, 파주시 홈페이지에 3곳에서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는 안내가 전부였다.
■ 14일 오후 8시, ‘생수 6병 영수증’ 대책이 전부?
본지 속보 이후인 오후 8시경, 파주시는 편의점에서 생수 6병 구매 후 영수증 제출 시 비용 보상을 하겠다는 공지를 발송했다.
“6병으로 밥 짓고 씻고 하루를 버티라는 건가.”, “교하·오도리는 노약자 많은데 물을 누가 사와서 나르라는 건가.”라는 불만이 나왔다. 또 파주시는 복구 시간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를 하고 있지 않아,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단수 시간이 24시간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데, 안내도 없이 생수 6병 보상 문자만 보내는 행정에 대해 “타운홀 행사가 더 중요한가”, “위기 대응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냐”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문자 지연, 생수 배부 미흡, 급수차 미운영, 복구진행 사항 안내없음 등 일련의 혼란은 파주시 행정의 총체적인 부실을 증명하고 있다.
▲ 파주시가 보낸 문자
■ [파주시]안내 문자에 수자원공사 전화번호 적어
생수 배부 안내 문자에는 수자원공사로 연결되는 전화(1577-0600)를 적었다. 15일과 16일 내내 [파주시]라 적혀있는 문자에는 수자원공사 전화가 적혀있었고, 이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파주시의 상수도과나 긴급재난부서로 연결되어 복구 현황에 대해 알고 싶은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책임은 수자원공사에 있다해도, 시민들의 생활 민원을 담당해야할 파주시가 시민 생활 불편에 대해 안내를 하거나 대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수자원공사 전화번호를 적었다는 것이다. 파주시 홈페이지도 시간별, 복구 진행별로 게시물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 게시물에 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안내를 해서 시민들이 복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 물을 직접 구하러 나선 시민의 차량모습
■ 사고에 대처하는 시행정에 더 불만, 비상 시스템 ‘부재’
14일 저녁 한 시민은 김경일 시장 페이스북에 “빌라 사는 사람은 비상물탱크도 없어서 당장에 변기내릴 물도 없는데 한박스로 그게 충당이 가능할까요?”고 댓글을 달았다.
단수 사태보다, 이에 대처하는 시 행정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시민들은 이미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 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생수를 구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시민들을 위해 동장이나 읍장 등 공무원들이 나오지도 않았고, 교통편이 불편한 지역의 노인들이나 장애인을 위한 대책도 없었다.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불편함도 상황을 인지하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습니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불안감과 대처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출근해야하는 시민이나 영업을 해야하는 시민들은 사고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알아야 대처를 하는데, 정보를 알 수 없어 신문사로 문의하기도 했다.
교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15일 아침 8시에 전화를 했다. “어제도 겨우 영업해서 설겆이를 모아둔 상태인데...오늘 아무데도 전화를 안받는다”며, “오후 영업이라도 가능한 지 알아보고 싶은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파주시, 단수안내 늦은 것은 수자원공사의 미통보 때문
파주시는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했던 교하동,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등 파주시 전 지역에 수돗물 공급 재개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단수 발생 후 46시간 만에 수돗물 공급이 재개된 것이다. 시는 현재 교하 및 월롱배수지에서 공급하는 수돗물 수질은 적합하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상수도관 주요 지점과 아파트 저수조 등에 대한 수질검사를 16일부터 진행해 1주일 안에 검사를 완료하고, 수질 적합도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파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늦은 단수 통보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광역상수도관 누수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파주시에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수도관 밸브를 잠갔기 때문이라도 밝혔다. 협의 없이 차단한 것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돗물 일시 공급 후 복구 공사 실시’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요청했으나 받아주지 않아 불가피하게 12시 24분에 단수 예고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 손성익 의원이 14일 저녁 9시 전후 물배급을 돕고있다.
■ 민생을 외치던 정치인들은 어디에?
사태가 한창인 14일, 김경일 시장은 대통령 참석 경기북부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시민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타운홀 미팅에 굳이 시장이 참석할 필요는 없었다. 단수 사고에 대한 안이한 태도가 드러나는 일면이다. 시민들은 “대통령에게 눈도장 찍는 일이 더 우선이냐”, “작년 폭우 때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보러 가려다 전날 취소하지 않았느냐”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이 봉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시민들은 연두조끼를 입은 정치인과 자원봉사자를 찾았지만, 평소에 잘 보이던 자원봉사자도 없었다. 손성익 시의원을 비롯한 몇몇 정치인들은 현장에 나와서 물배급을 도와주는 모습이 보였으나, 파주을 지역에선 박정 국회의원과, 최유각, 목진혁, 이혜정 시의원 등이 봉하마을 방문 행사로 토요일 파주를 떠나있었다. 이 자리에 자원봉사센터장이 동행하여, 물배급 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 고준호 도의원은 재난 대응 종합상황실 상시화, 컨트롤타워 일원화, 상수도 전 구간 전수 점검등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 고준호 도의원 ‘상수도 전구간 전수 점검’ 요구
고준호 도의원은 16일 입장문에서 “이번 단수는 파주시가 정상 기능을 유지하지 못한 전면적 재난이었다”며 “학교 급식 중단, 병원·요양시설 위생관리 차질, 다세대 주택 급수 불능 등 생활 기반시설이 사실상 멈춰섰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파주시에서 최근 수년간 반복적으로 발생한 상수도 사고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2021년 침전물 사고, 2023년 탁수·혼탁수 사고, 2025년 1월 관말부 침전물 사고에 이어 이번 광역 송수관 파손까지 이어졌다”며 “우연이 아니라 관리 부실과 사전 대비 부족이 누적된 구조적 위험”이라고 했다. 그는 “파주시는 매번 사고 후 공지와 사후 수습에만 머물렀고 근본 대책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파주시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대책으로 △재난 대응 종합상황실 상시화, △컨트롤타워 일원화, △상수도 전 구간 전수 점검, △행정 조직·인력 재배치, △의사결정 및 보고 체계 재정립, △정보 전달 실시간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 정의당 파주시위원회 김찬우 위원장이 단수 재단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 정의당 파주시위원회, “늦장 대응 철저 조사, 위기관리체계 개선”요구
정의당 파주시위원회 김찬우 위원장은 이번 단수 사태는 ‘명백한 사회재난’이라고 규정했다. 한 카페 운영자는 “단수 20분 전에야 안내를 받아 정상 영업이 불가능했고, 하루 매출 40%가 증발했으며 준비한 원두와 디저트까지 폐기해야 했”고, “단수로 물탱크와 보일러가 고장 나 수리비만 백만 원이 넘는다. 시가 제대로 보상해줄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고령자·장애인·외국인 등 취약계층은 생수 지급 장소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의당은 파주시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 전면 가동하고 투명하게 상황을 알리며, 피해 조사와 보상 체계를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주시의회는 사고 경위와 행정 대응 미흡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위원회와 행정사무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회재난으로 인식하고 상수도 시설 안전 강화와 위기관리 체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현주 기자
▲ 고양시 덕이동 수도 관로 파손 현장(파주시민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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