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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입체조형예술가 정기현 -예술은 지역재생의 역할과 의미를 담아야 한다

입력 : 2023-02-24 06:17:13
수정 : 2023-02-24 06:19:14

<예술은 나눔이다> 입체조형예술가 정기현

예술은 지역재생의 역할과 의미를 담아야 한다

 

▲ laboratory - anomaly point +4℃.jpg

 

광탄면 분수3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도착하자마자 주변구경을 시켜준다. 그가 세들어 살고있는 작업실은 그 외에도 8명의 작가들이 공간을 나누어 치열한 작업들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인근에도 목공, 회화를 하는 작가들이 새건물을 지어 움을 트고 있었다. 곧 이곳이 광탄면의 문화예술작업공간(가칭 광탄아트스튜디오)으로 자리매김되는 듯하다. 정기현(58)씨는 광주소재 조선미술대학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리고 독일로 건너가 입체조형을 전공했고 독일영화학교에서 영화공부를 했다. 1999년 베를린 예술대학 재학시절 총장상 수상 기념전시를 한 것을 필두로 베를린에서 5번의 전시를, 귀국 후에는 2003년과 2009년 두 번의 개인전을 했다.

 

▲ 소금꽃 전망대 

 

안산과 광탄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 감독으로 경력쌓다

정기현 작가는 보통작가와는 다르게 협업을 통한 큰 프로젝트를 3차례나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영 마인드가 돋보이는 작가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과 협업해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나 정기현 작가는 인터뷰에서 느껴지듯 편안하고 영민하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경기문화재단이 대부도에 설치한 경기창작센터에서 그의 터전을 닦았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 입주하면서 대부도와 인근의 선감도의 아픈 역사를 녹여낸 황금산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아 설치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선감도에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부랑아 단속이란 미명아래 아이들을 수감해 인근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시키며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선감학원이 있었다. 해방된 후에도 군사정권은 이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며 미군부대 근처나 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전쟁고아들을 이곳에 몰아넣고 똑같은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1982년이 돼서야 선감학원은 도립직업전문학교로 바뀌었고 경기문화재단은 2009년 이 시설의 일부를 경기창작센터로 개조했다.

 

▲ 비상의다리_이대송1

 

봄날예술인협동조합 만들어 경기도창작센터 운영의 새 지평 열었다.

길어야 2년인 창작센터의 입주기간이 짧아 실질적인 작업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정기현 작가는 봄날예술인협동조합을 만들고 창작센터장에게 5년동안 작업할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안했고 수용됐다. 그가 내세운 것은 지역에 녹아드는 예술지역재생을 위해서 지역민과의 교류와 협조가 필요한데 짧은 체류로는 힘들다는 점, 작업의 완성도와 작가간의 콜라보도 친밀도가 있어야 하는 점을 들었다. 일차적으로 12명의 조합원들이 모였고 이들과 함께한 것이 황금산 프로젝트다.

 

▲ 셰익스피어 선감도에오다_김태린1

 

선감학원서 자행된 인권유린을 치유하는 황금산 프로젝트16명 작가

황금산은 대부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었다. 인근 시화방조제를 건설한다고 산에 있는 골재를 채취해 높이가 22미터나 낮아졌다. 이는 선감학원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당한 아픔을 상징하는 연결점이 되었다. 그렇게 명명된 황금산 프로젝트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재생공공예술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었다. 3억원의 기금을 지원받아 2015년까지 2년에 걸쳐 1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황금산 프로젝트는 선감학원과 환경생태, 지역역사를 조명한 예술선감(9명작가 참여)과 연극공연, 교육프로그램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아지타트(AgitArt의 합성어)는 모두 7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예술선감 작품중에는 정기현 작가가 만든 소금꽃 전망대란 작품이 있다. 전망대 가운데 소금을 부어놓고 밑으로 간수가 떨어져 선감학원서 죽어간 아이들의 낡은 묘지목 위에 소금꽃이 피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정 작가는 선감학원 피해자들과 당시 세월호로 희생되었던 아이들의 영혼을 달랬다. 아지타트 작품 중 세익스피어 선감도에 오다-리어왕는 김태린 연극연출가의 작품으로 문화소외계층인 80대 주민을 리어왕으로 출연시켜 예술생산자로서의 기쁨과 자긍심을 본인과 주민들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 반월역의 이용후생 프로젝트

 

반월역 주변을 미술로 재생하는 이용후생프로젝트

정 작가는 황금산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202010월부터 20214월까지 안산 반월역 주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이용후생의 감독직을 제안받아 수행했다. 안산시의 지원조건에 따라 11명의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반월역사 안에 마련된 대안공간에 작품이 전시됐고 반월역 뒷길 공간에 조각, 이정표, 화단, 싸인판 등이 설치됐다. 이후 정작가는 본인이 살고있는 광탄면의 지역재생 예술프로젝트인 광탄별곡을 20196월부터 9월까지 광탄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 광탄별곡 프로젝트 참가차 온 독일작가가 모를 심는체험을 하고 있다

 

파주시문화재단 시급하다. 여러 좋은 인프라가 많은데 안타깝다.

파주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문화재단이 없다. 게다가 번듯한 문화공간 하나가 제대로 없다. 비슷한 인구를 가진 의정부시는 문화재단은 물론 예술의 전당이 있어 1년 내내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는 것에 비하면 파주시의 문화는 참담한 실정이다. 정 작가는 문화재단은 어떤형태가 되었던 지역주민들을 예술적으로 재생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예술세계는 우리의 역사와 삶속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개념적 주장과 성찰을 담고 있다. 그 금쪽 같은 개념이 우리의 정신과 삶을 풍요롭게 한다. “파주는 디엠지와 헤이리마을, 통일촌 등을 갖추고 있고 파주 곳곳에 좋은 작가들이 산재해 있다. 어느 곳 못지 않게 좋은 인프라가 있는데 여태 이들을 묶을 문화재단이 없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한다. 2월 중 ()파주문화예술센터과 예술로통한다꼴통협동조합이 주최할 포럼에서 그가 할 말을 경청해 들어야 할 것 같다.

 

 

 

작업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장지산로198번길 48-32

이 메일: kiheoun1@hanmail.net 010 3621 6532

김석종 기자


#154(2023.2.1.)

 

광탄주민들이 디자인한 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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