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116) 흥미진진한 면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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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116)
흥미진진한 면역이야기
지난 두 달간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한 필리프 데트머의 <면역>이라는 책을 놓고 함께 공부를 하였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자신있게 말하기를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면역계에 대한 지식으로 상위 1퍼센트"에 든다고 장담을 한다. 면역이라는 말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주 듣다보니 마치 아는 듯 착각하게 된다. 우리는 면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상위 1%가 되었다고 하니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생명이 시작되던 순간부터 그 생명을 먹이로 삼거나 혹은 기생을 할 터전으로 삼으려는 시도도 함께 탄생한다. 먹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치열한 전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40억 년을 이어가고 있다. 지루하고도 오래되었으나 끝나지 않을 전쟁이다.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은 결국 병원체가 승리를 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면역계가 아직까지는 잘 방어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적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전략과 무기들을 통틀어 면역계라고 부른다. <면역>의 저자는 물론 역자이자 의사인 강병철님도 이 책 한 권이면 면역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다고 장담한다. 동감이다. 지금까지는 면역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사고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면역에 대한 무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건강한 이유는 면역계가 병원체들과 전쟁에서 늘 승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승리하는 면역계의 규모는 마치 스타워즈의 한 장면과 같다.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면역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혈액 한방울의 면역계
우리 몸의 위대한 면역계는 놀랍게도 총사령관이 없다. 가장 단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바이오 로봇으로 구성된 말단 사병들만 있는 집단이다. 그러나 그 숫자만큼은 엄청나다. 한 방울의 혈액 속에는 2억5천만 개의 적혈구와 1천5백만 개의 혈소판, 13조 개의 항체와 4만 개의 면역세포가 들어있다. 건강한 성인은 체중의 약 8%가 혈액이라 하니 못해도 5리터는 된다. 5리터의 혈액은 몸의 곳곳에 미치지 않는 장소가 없고, 그 속에는 엄청난 무기들이 바글바글하다.
한편, 호시탐탐 인체를 노리는 세균(bacteria)들은 적혈구보다도 작다. 더군다나 바이러스는 세균과 비교하면 공룡 앞의 새앙쥐 크기다. 병원체가 침입하면 번식 속도는 걷잡을 수 없으므로 이 정도 규모는 돼야 면역시스템도 밀리지 않는다. 몸을 침범한 수억 마리의 괴생명체를 향해 출동한 면역세포는 초당 2천 발의 항체를 발사한다. 그런 면역세포(B세포라 부른다)가 수억 대의 전투기처럼 출격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스타워즈 찜쪄먹을 장면이다. 멋모르고 침투한 병원체는 우리 몸을 침범하는 순간, 사실상 죽은 목숨이다. 엄청난 군대가 죽음의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군대는 비록 지휘관은 없지만 일사분란하게 순차적으로 용감하게 전투를 하고, 적을 섬멸하면 스스로 물러날 줄 안다. 눈이 없는 관계로 적을 향해 쏜 총에 아군이 부지기수로 죽기도 하지만 그 희생을 감수라더라도 몸은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다.
혈액 속에는 우리 은하의 별보다 더 많은 면역세포들이 꿈틀거린다. 때가 되면 공격하거나 물러나는 모습은 마치 내 안에는 나보다 더 현명한 그 어떤 존재가 이 미시세계를 완벽하게 조율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든다. 전쟁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혹시 몸의 면역계를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약이나 음식으로 면역을 높이겠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면역계를 복돋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만큼은 알게 될 것이다.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편집위원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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