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사회적 기업 - 디엠제트드림푸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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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사회적 기업 - 디엠제트드림푸드(주)
DMZ의 달콤한 꿈, 장단콩 초콜릿
파주임진강쌀, 파주개성인삼, 파주장단콩을 장단삼백이라 일컫는다. 그 중 장단콩은 청정지역인 DMZ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파주 특산품으로 오늘날 파주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그 장단콩에 초콜릿을 입혀 독창적인 로컬푸드를 발명한 디엠제트드림푸드(주) 공지예 대표는 자신이 어려웠던 때를 비추어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의 이념을 펼치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파주 명물 만들기’
디엠제트드림푸드(주)의 공지예 대표는 파주 토박이이다. 그러나 파주에서의 삶은 그녀를 세차게 몰아세워 칼바람 속에서 홀로 서야했던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방송통신대를 거쳐 장애인 복지학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수화통역사로 활동하던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삶이 던진 것은 유방암 3기였다. 36년의 삶,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대로 정리하기에는 아쉬웠던, 절망감과 안타까움으로 떠난 호주 여행길에서 그녀는 새로운 운명을 만난다. 인생은 아직까지 그것이 다른 삶으로 돌아올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무를 늘 가슴 속에 지니고 있는 공 대표는 장애인 수화통역 일을 하면서 주말을 활용하여 DMZ 관광가이드 자원봉사를 했다. 이때 그녀가 느낀 것은 세계적 명소인 DMZ를 끼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파주시를 방문하지만 파주가 자랑스레 내세울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없다는 것이었다. 생존 확률이 50%라는 불안을 안고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죽기 전에 파주의 명물 하나는 내 손으로 만들고 죽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녀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일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떠난 호주의 울룰루 사막에서 그녀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잡은 ‘장단콩초콜릿’
공지예 대표는 장단콩에 초콜릿을 입혀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잡았다. 콩은 말할 것도 없이 건강식품이다. 단백질, 식물성 지방과 칼슘ㆍ인ㆍ철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가득하다. 초콜릿도 알고 보면 건강식품이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에 동맥경화ㆍ협심증ㆍ당뇨병ㆍ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달고 쌉싸름한 맛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초콜릿 안에 부드럽게 잘 볶아진 장단콩이 들어가 어떤 식품보다 건강하고 맛있는 파주의 명물이 탄생한 것이다.
▲부드럽게 볶은 콩에 달콤한 초콜릿을 입힌다
장단콩에 초콜릿을 입히자는 생각은 불현듯 떠올랐지만 현실 가능성 등을 따지기에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짦았다. 암 진단비와 가진 모든 것을 탈탈 털어 모은 돈 1억, 공 대표는 일단 장단콩을 사들인 다음 콩의 식감을 부드럽게 튀겨줄 업체를 찾아 전국을 뒤지게 된다. 다음에는 초콜릿을 입혀줄 업체를 찾고, 다시 포장재 회사를 찾고. 뒤로 남겨둔 시간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 공 대표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찾아 헤매며 상품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이 10년 동안 진행시킬 일을 1년 만에 완성시킨 것이다. 그보다 더한 축복은 그녀가 암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건 그녀의 열정에 암이 떠나간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십여 번의 공모전 수상, 그러나 막혀있는 판로
2009년 10월 장단콩초콜릿은 파주 관광단지에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 보는 콩초콜릿을 선뜻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 대표는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들과 함께 포장 작업을 하면서 신제품 개발, 디자인, 납품까지 도맡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다. 공 대표의 열정과 의지로 ‘우리콩초콜릿’, ‘검은콩초콜릿’, ‘새알초콜릿’ 등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아무 것에도 기댈 데가 없던 공 대표에게 세상은 차가웠다. 공 대표는 전국의 식품 공모전을 찾아다니며 상품 알리기에 주력하게 된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맛으로 장단콩초콜릿은 인정을 받게 되어 온갖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경기도 DMZ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아름다운 우리 농ㆍ특산물 아이디어 상품공모전에서는 농촌진흥청장상을, 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공모전 우수상 등 공모전 수상만 십여 회 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게 되지만 그것이 현실적 판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공모전 수상 경력을 말해주는 상패들
삶의 무게를 반으로 기쁨은 두 배로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
시설과 규모가 되면 장애인 직원들을 많이 고용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시키고 싶었던 공 대표는 2010년 사회적 기업 양성과정을 들었다. 그리고 올해 디엠제트드림푸드(주)는 마침내 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아직 장애인을 고용하지는 못하고 이주여성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2013년에는 파주읍 향양리에 공장이 완공되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보따리 생활도 끝이 나고, 그동안의 외주 주문 제작이 자체 제작으로 가능해 지면서 다음 단계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2010년 매출 3,600만 원과 비교하면 2014년 2억 매출 달성은 기적적인 일이다. 죽기 전 파주에 명물 하나 남기고 가자던 그때의 다짐이 오늘날 공 대표의 삶을 가능하게 했다. 5년 간 춥고 서러웠던 기억도 많지만 또 한편 숙명처럼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신의 섭리를 매일 느끼며 공 대표는 오늘도 바쁘게 뛰고 있다.
▲예쁘고 귀하게 담는 '장단콩 초콜릿'
전화 : 031-954-1236
글 이순기 기자
사진: 공지예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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