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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② 만민공동회

입력 : 2016-08-18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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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만민공동회’를 꿈꾸며

 

▲ 2016년 4월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OK원코리아 역사공부방.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많아 컨퍼런스룸이 꽉 차서 다음 번엔 장소를 옮겨야했다.

 

지난 5월 11일로 풀뿌리통일운동 AOK(OK 원코리아)가 출범한 지 3주년이 되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2013년 4월 5일 식목일을 기해 ‘통일 꿈나무를 함께 심어요’라는 주제로 출범식을 했고 서울에서 한 달 후인 5월 11일 창립식을 했었다. 특히 한국에서 창립식을 했던 장소는 이전에 서슬퍼런 중앙정보부가 있었던 남산 유스호스텔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남녀노소가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들과 함께 부르던 ‘우리의 소원’ 노래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그 때까지 미국에서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행사가 있을 때면 한 평생 부르고 불러도 오지 않는 통일노래를 부를 때 한없이 맥빠지게 느껴졌지만, 서울에서 파릇파릇한 미소의 아이들과 함께 부르니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모른다. 그 날의 감동을 잘 살려나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게 된다.

 

이념을 벗고 하나의 조국이 탄생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보자

AOK(OK원코리아)는 이념을 탈피해서 하나의 조국이 탄생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보자 는 취지로 시작했으나, 미국에서 많은 민간 통일운동 세력이 친북 또는 종북으로 오해받듯이 동포사회에서 그러한 편가름의 잣대로 인해 지장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오해와 편견은 넘어서야할 분단의 장벽과도 같다. 우리는 모든 이분법,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만 분단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 분단을 부추기고 영속화 하는 분열의 논리를 거부하고, 통합의 시대에 걸맞은 상식과 지혜, 사고의 틀을 갖추어야한다. 해외에 있는 동포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감만큼 거리를 두고 균형자적인 시각에서 남과 북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또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느 반쪽도 하나를 대신할 만큼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해외세력이 어떻게 하면 제 3의 균형자, 중재자 역할을 해서 동강난 강토와 분열된 마음을 이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야할 것이다.

 

분단극복의 지혜를 역사에서 찾는 ‘OK 역사교실’

그러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 올해부터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역사에서 얻어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OK원코리아 역사공부방>을 3월부터 격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단순한 역사지식을 습득하는 공부가 아니라 역사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시대를 보는 통찰력과 주체적인 판단을 기르기 위한 토론 위주의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능동적인 역사공부를 통해 장차 보통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원코리아, 통일시대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이다. 일제강제병합 100주년에 맞추어 지나간 100년에 대해 100가지 질문을 던지는 책 『100년전의 한국사』(진실과미래.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 저, 2011)를 주교재로 하고, 그 때 그 때의 주제에 적합한 부교재를 선정한다.

 

참가자들은 강연방식이 아닌 토론방식의 역사공부에 큰 열의를 보이고 있다.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여러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도리어 이해가 깊어지고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소감을 말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통일로 가는 ‘만민공동회’를 꿈꾸며

2012년 최초로 열린 대한민국 정책 컨벤션에 참가했다가 ‘정책 만민공동회’라는 시간에 참여했던 기억이 새롭다. 19세기말,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권쟁탈로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시기, 일반 백성들이 스스로 나라 구할 길을 찾고자 개최된 우리 나라 최초의 민주적 대중집회였던 만민공동회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정책 만민공동회는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이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대주제에 대해 각자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의하고, 각 팀별로 이를 토론하여 공동의제를 만들고, 이 의제에 대해 투표하여 ‘차기정권에 필요한 리더십’을 시민들이 순위를 매기는 시간이었다.

 

장차 ‘통일로 가는 만민공동회’를 결성하여 통일 시대의 비전을 찾아나가는 일에 해외에서 먼저 불을 지핀다면 어떠할까. 국내의 통일운동가들이 대개 통일의 방법론에 치우쳐 있으나 통일의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통일을 원하는가. 통일된 나라는 어떠해야 하는가. 어떠한 나라가 우리가 살기 원하는 나라인가”하는 통일시대의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라 믿는다.

 

통일 비전 세우는데 한반도의 현실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해외동포들이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미주지역에서 갖는 작지만 진지하고 열의있는 모임들이 장차 ‘통일로 가는 만민공동회’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결의를 세워본다.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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