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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에브리데이 펜션이에요

입력 : 2014-11-20 15:08:00
수정 : 0000-00-00 00:00:00

 

 

도시농부 타운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

내 본적지가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OO번지’이니 서울 토박이가 틀림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았다.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으레 아이들과 함께 교외로 나가곤 했다. 그래야 살 것 같았다. 그 날도 파주출판단지에 들려 책향기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보니 광고지가 한 장 꽂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파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그 분양전단지가 시초인 듯 싶다.

 

아내는 밤마다 울었다

그렇게 처음 도시농부타운하우스를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철도건널목(황룡과선교가 놓이면서 지금은 폐쇄), 고물상과 공장 등으로 비좁고 어수선한 진입로, 그리고 무엇보다 썰렁한 컨테이너 분양사무실을 보자마자 아내는 인상부터 찌푸렸다. 그런데 내 느낌은 조금 달랐다. 알록달록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잠시 유럽의 어느 시골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지붕 위 태양열 시설이 거추장스럽게 보일 때도 있는데, 그때는 그 쪽두리 같은 장치가 좋아만 보였다. 

저걸로 온수를 쓴다니, 마치 환경운동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결정타는 따로 있었다. 입주자를 위한 브런치바가 있는 게 아닌가. 매일 새로운 메뉴와 미니뷔페가 단돈 몇 천원이라니. 그래 이거야! 

아쉽지만 이 발상은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아내는 그날부터 밤마다 울기 시작했다. 그런 시골에 가서 어떻게 사냐는 것이었다.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대신 몇 차례 더 방문해보고 결정하기로 아내와 빅딜(?)을 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3개월 뒤 파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달라진 환경이 모두를 행복하게

아내의 마음을 돌린 것도 역시나 입주자 레스토랑 ‘아무거나(A’muguna)’가 컸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통학시켜주는 셔틀서비스도 한몫 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지만,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은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은 공기는 피곤한 퇴근길에도 활력소가 되었다. 운정역 지하철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공기는 10년 전 피웠던 담배의 노폐물까지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주말이나 연휴 때면 몇 시간씩 달려 겨우 바비큐 한 번 해먹고 오던 일상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내 집이 ‘에브리데이 펜션’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즐겨라'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돼

생전 처음 반려견도 분양 받았다. 송아지만한 녀석을(이름은 마루, MARU) 데리고 운정호수공원을 산책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하루를 뭔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진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을 파주에 살면서 비로서 이해하고 있다. 

11월 9일 일요일 오후에는 마을총회가 열렸다. 마을 운영을 책임질 리더를 선출하는 등의 안건들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어른 아이 모두 나와 단지청소도 함께 했다. 그리고 늦게까지 이어진 마을잔치. ‘서울은 다시 안 가도 될 것 같아…’ 아내의 지나가는 한 마디가 그냥 사랑스럽고 고맙다.

 

도시농부, 그곳이 궁금하다

파주시 야당동에 위치한 중저가 타운하우스 단지. 1단지부터 현재 5단지까지 약 25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건물 한 채에 단독세대부터 최대 여덟 세대까지 일명 외콩집, 땅콩집 그리고 완두콩집까지 단지별로 컨셉과 느낌이 다양하다. 

전기나 수도요금 외 별도의 관리비는 없으며, 단지별로 마을회가 있어 자치적으로 공동관리한다. 세대별로 데크와 파고라 시설이 있어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365일 바비큐가 가능하고, 원하는 세대는 텃밭도 무료로 분양해 준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입주민을 위한 레스토랑, 출퇴근/통학용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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