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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⑦ 칡

입력 : 2015-07-10 12:11:00
수정 : 0000-00-00 00:00:00

바닷속 백 년 있어도 밧줄모양 그대로



 





 



요즈음 향긋한 칡꽃 향이 한창이다. 칡은 다른 나무에 의지해 자라는 덩굴나무이다. 덩굴이 지는 이 성질에서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갈‘은 칡을 뜻하고 ’등‘은 등나무를 뜻하는데 이 두 나무가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달라 두 나무가 얽히면 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칡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얻어먹은 쓰디쓴 칡즙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어른이 된 후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달콤한 향기로 다시 만났다. 향긋한 향기를 따라가보니 보라색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잎과 줄기를 살펴보니 칡이었다. 알고 보니 옛사람들은 칡꽃의 향을 즐기고, 간의 화를 다스리는 명약이라 하여 덜 피었을 때 덖어서 꽃차를 즐겼다고 한다.



 



꽃뿐 아니라 칡은 예로부터 버릴 것이 없는 나무였다. 뿌리는 갈근이라 하여 구황식품의 하나였고, 갈근을 달인 갈근탕은 약으로 쓰였다. 줄기에서는 섬유를 뽑아 밧줄을 만들거나 ‘갈포(葛布)’라는 옷감을 짜서 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하고, 줄기를 엮어 바구니나 둥그미를 엮어 사용하기도 했다. 목포 해양박물관에는 조선시대 중국과 교역하다 침몰한 서해의 보물선에서 나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흥미로웠던 게 바로 칡으로 만들 밧줄이었다. 닻을 묶는 데 쓰였다는데 몇 백 년 동안 바닷속에 있었음에도 원래의 밧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칡 줄기가 정말 질기구나’ 감탄한 적이 있다. 이 질긴 성질 때문에 다리를 놓을 때나 배를 만들 때 없으면 안되는 것이 칡이기도 했다. 이처럼 의식주 전 분야에 걸쳐 요긴하게 쓰이던 고마운 식물이 칡이었다.



 



 



박은주 (생태교육연구소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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