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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46) 어깨넓은거위벌레

입력 : 2018-01-25 16:07: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46)

집짓기, 숭고하고도 위대한 작업

어깨넓은거위벌레



누군가 여기저기 노박덩굴 잎을 꼼꼼하게도 말아 놓았습니다. 얼핏 보아도 매우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무엇일까요?




호기심에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작디작은 노란색 알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집이었던 모양입니다. 열어본 저 집 주인이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며 다시 잎을 접어보지만 처음처럼은 잘 되질 않습니다. 미안하구나….



 

앗! 숲길을 걷다 또 다른 노박덩굴에서 드디어  집을 지은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길이가 6~7mm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몸체, 작은 혹들이 울룩불룩 솟아 있고, 딱지 날개 가운데에는 원추 모양 두 개의 혹이 솟아 있습니다. 어깨넓은거위벌레입니다. 거위벌레는 우리나라에만도 60여종이 있습니다. 거위처럼 긴 목을 가져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중 수컷의 목이 더 깁니다. 집을 짓는 일은 암컷의 몫입니다.

  


구멍 나지 않은 건강한 잎을 잘 골라서 섬세히 재단을 하고 설계를 하여 안전한 요람을 만드는 저 암컷의 마음은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사람엄마의 마음과 매한가지일겁니다. 아기가 알에서 깨어나면 엄마가 지어놓은 요람을 먹으며 자라납니다. 잎을 적당히 잘라 잘 접어놓아야만 아기들이 천적의 눈에 띄지 않고 애벌레로 나아갈 것입니다. 애벌레들은 엄마가 겹겹이 지어 놓은 요람을 뜯어 먹으며 혹시라도 엄마 생각이 나기도 할까요?




잎의 끝을 잘 접어 올리려 안간힘을 씁니다. 잎을 잘 말아 올려놓고서야 그 안에 산란관을 꽂아 알을 낳는 것입니다. 자라난 아기들이 엄마 생각을 하든지 잊든지 간에 지금은 온 정성을 다하여 집을 짓습니다. 아기가 또 하나의 어깨넓은거위벌레로 건강히 자라나 제 몫의 역할을 잘 해내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겠지요.




가만히 지켜만 보는데도 저 작은 몸으로 얼마나 힘들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쉼 없이 몸을 움직여 하나의 집을 완성하는데 약 2시간쯤 걸린다고 합니다. 거위벌레들은 알을 많이 낳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하나의 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맛있고도 안전한 집을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루 온종일 집을 짓는다고 해도 12개의 집입니다. 참으로 숭고한 작업입니다. 우리 사람들이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약 20년을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작업이겠습니다. 암컷 혼자서 저리도 애를 쓰는데 수컷은 짝짓기 후에 집 짓는 일을 왜 돕지 않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어디 가까운 곳에서 천적들을 경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깨넓은거위벌레야. 힘내렴!

너의 아기들이 세상 밖으로 잘 깨어나서 네가 준비해 둔 요람을 먹으며 무럭무럭 어여쁜 애벌레로 자라나 땅 속 번데기까지 무사히 과정을 거쳐 어엿한 어른이 되기를 응원하마! 너의 아기들도 네가 그러했듯이 또다시 숭고하고도 위대한 작업에 동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마! 



숲 해설가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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