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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골목의 아이들

입력 : 2015-08-12 14:30:00
수정 : 0000-00-00 00:00:00



노는 법을 잃어버린 이 시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사방치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신나는 골목길 놀이 한판!



 



골목의 아이들 



글 이병승/ 그림 강창권 /북멘토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기분 좋게 선사할 만한 동화책이 나왔다. 바로 예전 골목길 놀이에 관한 동화이다.




 



주인공인 연탄 배달집 아들 건우는 노는 데에 일등이다. 당연히 구슬치기도 일등이다. 이런 건우 앞에 어느 날 강적이 나타났다. 이층집에 새로 이사 온 멜빵바지를 입은 아이 홍석구. 석구의 구슬은 단단한 쇠구슬이다. 동네에 그런 쇠구슬을 가진 아이는 아무도 없다. 그 쇠구슬 때문에 건우 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 모두 유리구슬을 몽땅 잃어버린다. 건우는 구슬을 되찾기 위해 연탄배달도 하고 친구들과 묘안을 짜내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아이의 고무줄놀이 상대도 해준다. 건우는 쉼 없이 놀이를 이어가다가 막판에 석구와 한판 붙어 승부를 가른다.



 



이 동화는 1970년대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밥만 먹으면 종일 골목으로 뛰어나가 놀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당시 골목에서 벌어졌던 아이들의 놀이를 동화로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만홧가게집 상봉이, 육남매 문방구의 금천이, 마론 인형을 갖고 있는 정옥이 등 그 시절 골목은 아이들로 북적였고 사방치기, 말뚝박기, 비석치기, 인형놀이, 고무줄놀이 덕에 종일토록 즐겁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은 때로는 편을 갈라 싸우기도 하지만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안겨 주는 탈출구였다. 또 자유로운 상상과 놀이창조의 공간이었고 규칙과 약속을 지켜야 하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또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런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며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런 골목길이 사라졌다. 아이들도 보기 힘들다. 골목길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시대가 달라지면 물론 놀이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자본은 이런 골목길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기회만 되면 재개발을 서두르는 통에 골목은 점점 보기 힘들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노는 법을 아예 잃어버렸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놀이란 무엇인가. 놀이는 밥이며 공부이며, 사회적 활동이다. 놀이를 잘하는 아이가 결국 공부도 잘하고 사회에서도 성공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유아시절부터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즐거운 놀이 대신 성공을 향한 조기교육으로 억압당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을 놀이 속으로 풍덩 빠지게 만든다. 흡인력 있는 이병승 작가의 글솜씨와 함께 놀이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함께 놀면서 지켜져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나 그 시대의 정신들을 주석을 달아 작가의 목소리로 자분자분 들려주고 있다. 요즘 같은 방학만이라도 아이들을 실컷 놀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목길에서 와글와글 즐거운 아이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놀이를 찾아주면 어떨까. 이 동화책에 거는 희망사항이다.



 



 



글 김경옥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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