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있는 동네 서점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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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 있는 동네 서점에 가볼까?
교하에 자리 잡은 동네 서점 ‘땅콩문고’, ‘발전소책방.5’
(사진 설명_교하도서관에서 교하의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왼쪽부터 발전소 책방.5의 이정은 씨, 교하도서관의 전은지 사서, 땅콩문고의 조형희 씨의 모습)
2016년 봄, 교하의 문발동에 특색 있는 동네 서점 2개가 나란히 문을 열었다. 교하우체국이 있는 빌라 단지에 자리 잡은 ‘땅콩문고’와 ‘발전소책방.5’다. 불과 20미터 쯤 떨어져 나란히 문을 연 두 서점은 각기 다른 특색과 매력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인 2017년 12월 말, 교하도서관에서 작은 동네 서점의 매력을 알아보는 흥미로운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땅콩문고’ 조형희 주인장과 ‘발전소책방.5’의 이정은 주인장이 교하도서관 전은지 사서의 진행으로 동네 서점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전은지 사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두 서점이 성격도 다르고 느낌도 매우 다르다. 그래서 둘 다 방문해 보면 더욱 재미가 있다.”고 소개하며 두 서점의 각기 다른 매력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큰 체인 서점이 아니고 거대한 인터넷 서점과도 다른 동네 서점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의미 있던 이날의 얘기를 정리하여 전달한다.
깔끔하고 세련된 모던 스타일로 눈길 끄는 책방 '땅콩문고' vs 미완의 새로움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책방 '발전소책방.5'
진행자인 전은지 사서는 우선 책방 이름에 대한 설명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발전소책방.5의 이정은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발전소책방.5’는 카페 커피발전소 안에 있는 ‘샵 인 샵’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방 이름에도 ‘발전소’라는 말이 붙었다. 그리고 ‘.5’는 완성이 없는 미완성인 상태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어 땅콩문고의 조형희 씨는 책방 이름에 대해 “입에 잘 붙고 쉽게 기억되는 이름을 찾다가 ‘땅콩문고’라고 붙이게 되었다. 실제로 이용자들에게 귀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단순해서 강하게 기억에 남는 이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땅콩문고라고 해서 어린이책 서점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인문 교양서적을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땅콩만큼 작은 줄 아는 분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크다.”고 덧붙여 자리에 함께한 이들의 웃음을 낳기도 했다.
땅콩문고 조형희 씨는 교하에 10년 가까이 살았고, 발전소책방.5 이정은 씨는 교하에 12년이나 살았다고 한다. 교하 신도시 형성 초기부터 산 셈이다. 전은지 사서는 이들에게 어떻게 해서 동네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서점에 어떤 색깔을 입히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땅콩문고 조형희 씨는 “파주출판단지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로 오랜 시간 일해 왔고, 교하 신도시가 마치 고향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익숙한 이곳에서 서점을 차리게 되었다.”며 동네 서점을 차리게 된 배경에 대해 말했다.
또한 “오랜 출판사 경력 덕에 어떤 분야에 어떤 출판사가 믿음직한지 어느 저자가 어떤 분야의 책을 잘 알고 있는지 등의 정보가 일반 독자보다 많다. 덕분에 독서 상담도 효과적으로 해줄 수 있다. 때로 이용자에게 제가 스스로 답해 줄 수 없을 경우에는, 주변 출판사 인맥을 동원해서 어떤 고전의 어떤 판본이 좋은지 알아봐 주기도 한다.”며 출판 편집자의 경력이 좋은 책을 선별하는 안목을 비롯해 동네 서점 운영에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바로 동네 서점만의 중요한 장점이다. 서점 주인장과 대면하며 독서 상담과 코칭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전은지 사서는 “땅콩문고에 가면 위험하다.”고 말해 자리에 함께한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유인 즉 “주인장이 선별해서 진열해 놓은 좋은 책들이 많아서 지갑을 꼭 열게 된다.”는 것이다.
땅콩문고가 지금은 어린이 책도 함께 다룬다고 한다. “제가 잘 알던 분야가 어린이책이다 보니 저절로 어린이책이 들어왔다. 그리고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도 있다 보니 손님 핑계로 제가 알던 분야로 돌아가게 되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덕분에 아이 손을 잡고 땅콩문고에 가면 마치 나를 바라보며 손짓하는 듯한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책 선별하고 독서 상담도 가능한 '땅콩문고' vs 동네 주민들이 직접 읽은 책 권하는 '발전소책방.5'
발전소책방.5의 이정은 씨는 <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의 저자이자 ‘마을 활동가’다. 그의 삶에 있어서 ‘동네’는 늘 중심에 있다. 그런 삶은 동네 책방을 차리는 길로 이어졌다. 그는 “교하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독서 동아리 모임 등을 이끌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둔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동네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발전소책방.5에는 ‘책밥 쿠폰’이 있다. 책을 하나 사면, 쿠폰 용지에 ‘냠냠 도장’ 하나를 찍어준다. 냠냠 도장 10개를 모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발전소책방.5에서 써도 되고, 동네 식당이나 공방에서 써도 된다. 이에 대해 “동네에서 돈이 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가게들과 연대해서 책밥 쿠폰을 만들었다. 일종의 지역화폐처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그 취지에 대해 소개했다.
이 책방에서는 책을 파는 일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열곤 한다. 그간 저자 강연회는 말할 것도 없고, 팟캐스트 공개 녹화, 벼룩시장, 심지어 음악회도 열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의 신승철 저자를 비롯해 8명의 저자를 모셔서, 2달 간 매주 저자와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발전소책방.5만의 특징이 또 있다. “동네 주민들이 읽어보고 마음을 움직인 책들을 준비해서 권한다.”는 점이다. 발전소책방.5는 책을 사랑하는 동네 주민들이 같이 꾸린다고 하는데, 이들이 분기별로 자신이 읽어보고 감동을 준 책들을 모아서 소개해 둔다고 한다. 그야말로 동네 주민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책방이다.
이렇듯 발전소책방.5와 땅콩문고는 동네에서 의미 있는 서점을 가꿔 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땅콩문고의 조형희 씨는 “누군가 동네 서점을 하겠다면, 말리고 싶다.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전소책방.5도 수익 측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정은 씨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서 서점을 운영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은 보람이 있어 계속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다행히 땅콩문고에도 발전소책방.5에도 그만의 색깔을 사랑하는 단골 이용자들이 있단다. 교하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나길, 나아가 교하 문발동에 동네 서점이 2개나 유지된다는 사실을 동네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문화가 생기길 기대하고 싶다.
서상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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