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갈곡천, 생명 구하려 공사 막아낸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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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갈곡천, 생명 구하려 공사 막아낸 한 사람
▲갈곡천 준설공사를 멈춰 세운 파주시민 정주현 씨.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사람의 발길은 적지만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찾는 경기도 파주시 갈곡천. 이곳에서 여름 전에 끝냈어야 할 공사를 지금까지 멈춰 세운 사람이 있다. 40년 넘게 파주에 살아온 시민 정주현 씨다.
3년 전부터 갈곡천에서 탐조를 시작한 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이곳에서 멸종위기종 17종을 목격했다. 흰목물떼새, 원앙, 황조롱이 같은 새들은 올 때마다 마주친다.
그는 지난 6월 공사가 멈춘 뒤 더더욱 아무도 오지 않는 갈곡천에 틈날 때마다 들러 멸종위기종을 기록해오고 있다. 그의 기록이 새들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온다.
그런 정 씨는 지난 8월 25일 갈곡천 하수관이 유출된 현장을 최초로 목격해 신고하기도 했다. 이후 지자체가 급하게 하수관을 막았으나 이후 <뉴스펭귄>이 찾아간 날 오폐수가 하천에 고여 있었다. 이날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는 오폐수가 흐르는 물속에 부리를 넣어 먹이를 찾고 있었다.
▲ 지난 5월 공사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중단한 갈곡천. 위에서부터 공사 전과 후. (사진 정주현 씨)/뉴스펭귄
하천 매뉴얼 살펴보니, 공사해도 홍수 예방 미비?
파주읍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홍수 예방을 이유로 갈곡천 준설공사를 추진했다. 하천 범람에 의한 재난을 사전에 막는다는 취지다. 파주읍 마을지원팀 관계자는 “눈으로 확인해보니 올여름 공사를 중단한 사이에 갈곡천이 범람할 뻔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그러나 정 씨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국토부 하천기본계획을 근거로 ‘파주읍이 공사 명분으로 내세운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2016년 국토부가 발간한 <문산천 권역 하천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 49년간 갈곡천이 최대 강우량을 기록한 해는 2011년으로, 약 597mm(48시간 기준)의 비가 내렸다. 한편 경기도 물정보시스템 법원관측소에 따르면 2018년~2024년 사이 비가 가장 많이 내린 시기는 올해 7월이지만, 이때 최대 강우량은 48시간 기준 449mm(48시간 기준)로 2011년보다 적다.
정 씨는 “2011년처럼 비가 많이 올 때도 갈곡천이 범람하지 않았는데 그보다 비가 적게 내린 올해 여름에 범람하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이자 국토부가 설계한 홍수량에 따라 자연적으로 관리되는 하천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대한지적공사에 따르면 2011년 당시 갈곡천 일대에선 범람이 아닌 배수 불량에 따른 침수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4시간 기준 올해 7월 최대 강수량은 226mm이며, 국토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갈곡천은 최대 433.5mm(24시간 기준) 비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범람은 국토부가 하천기본계획에서 설계한 ‘계획홍수위’보다 ‘제방고’ 높이가 낮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국토부가 기후위기 등을 고려해 새로 설계한 갈곡천 공사 구간의 계획홍수위는 한 지점을 빼고 전부 제방고보다 낮아 홍수 위험은 적다.
국토부 보고서에 따르면 갈곡천 공사 구간인 부곡교~부곡2보는 물길을 바로잡은(개수) 전과 후 수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하도개선사업으로 인한 영향이 사업 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잊힐 뻔한 생명을 구한 한 시민의 집요함
정 씨의 민원으로 하천을 파낸 지 이틀 만에 공사는 멈췄지만, 파주읍은 11월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법적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정 씨는 공사가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파주읍과 파주시, 환경부 등에 지속해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사업을 둘러싼 최대한의 정보를 밝혀내고 있다. 이 또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
정 씨는 “지난해 11월 공사는 막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올해 다시 공사하는 걸 보면서 ‘또 이래도 되나’ 싶어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이미 생태계가 꾸려져 있는 갈곡천을 인간이 개입해서 바꾸려면 합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찾은 자료들을 보면 명분 없는 관성적인 공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씨가 바라는 것은 공사 전면 중단이다. 적어도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한 번이라도 갈곡천 생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신이 좀 집요한 편이라고 멋쩍어하던 정 씨는 “이런 식으로 진행해왔던 공사가 전국에 수없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 작은 하천에 터해 살아가는 생명들을 향해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출처 : 뉴스펭귄(http://www.newspenguin.com)
* 위 기사는 뉴스펭귄과 이수연 기자의 동의를 얻어 [파주에서]에 싣습니다. 갈곡천의 멸종위기종 생명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주신 뉴스펭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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