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⑲ 드루지야오페라단 상임 연출가 안주은 드루지야오페라단 상임 연출가 안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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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가족오페라를 매달 열고 싶어요"
파주에서 연 ‘펀펀콘서트" 보람있어
파주 교하에 오페라 연출가가 살고있다. 아니 그는 뮤지컬 연출가이기도 하고, 성악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음악가가 파주에 있다.
파주를 제3의 고향(고향은 대구, 제2의 고향은 부산)으로 삼아 작년에는 운정행복센터에서 [펀펀콘서트]를 열었다.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파주에서 학생들과 어른들을 위한 수준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덤볐다. 주위의 성악가들과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교회합창단과 밴드를 모아 연습했다. 그리고 운정행복센터에 올렸다.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무척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출연진들도 만족했지만, 홍보가 부족해서 적자를 보았다. 그렇지만, 그는 올해도 다시 시도하려한다. 파주에서도 고양까지 가지 않고도 수준 있는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고, 그것이 ‘안주은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것이 지금 그의 꿈이다.
▲작년 8월에 운정행복센터에서 콘서트 공연을 했다.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 공부, 400여 작품 연출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서 동요대회에 많이 나갔다. 뭔가를 하면 누군가에게 지지않으려 욕심내어 열심히 하다보니 지금은 성악만이 아니라 연출가가 되어 오페라와 뮤지컬을 넘나들고, 성악과 팝페라를 넘나들고 있다.
안주은씨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G.Glinka 국립음악원 오페라과 최고연주자과정과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예술대학교 극장 연출과를 졸업했다. 학사는 성악이나, 석 · 박사는 무대연출로 바꾸어 졸업한 데는 안주은씨 특유의 도전정신이 숨어있다. 석사 논문을 준비중이었는데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추운 나라여서 천식과 폐렴 등에 예민한 러시아 학교에서 휴학을 권유했다. 그를 다른 학생들과 격리시키고 싶어했던 것이다. 휴학을 원치 않던 안주은씨는 한국에 와서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대학로로 갔다. 그곳에서 연기를 배웠다. 그리고 연출가를 도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이것이 극장연출과를 전공하게 된 이유다.
이후 이태리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공부하기 위해 이태리로 가서 Arena Acadrmia에서 오페라과를 졸업하였다. 2008년 모스크바 국제콩쿨 특별상을 받으면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천로역정", ‘첫사랑의 설레임", ‘흥부와 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연출 하였고, 오페라 ‘카르멘", ‘아이다", ‘투란도트", ‘마술피리", ‘나비부인"등 400여편의 작품 연출을 맡아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등 각 도시 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펼쳤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공연 후 인사하는 안주은 교수.
현재 드루지야오페라단 부단장과 상임 연출을 맡고 있으며, 동아대학교 외래교수, 브르노국립예술대학 보컬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페라와 뮤지컬, 연출가는 ‘선장".
안주은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일요일 그의 집을 찾았다. 전날 체해서 한밤중에 응급실까지 갖다 왔다면서도 웃으며 맞는다. 성악을 전공해서인지, 대화를 하는데도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시원시원하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한다.
오페라는 ‘귀로 듣는 음악"이라면, 뮤지컬은 ‘눈으로 보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는 성악 중심으로 무대가 꾸려지므로 연기보다 소리가 위주이다. 그러나, 19~20세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된 뮤지컬은 대사에 멜로디 붙여서 전달하는 것으로 연기와 무대의 화려함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음악을 펼치는 무대라는 차원에서 굳이 나눌 것이 없다. 음악, 대사, 춤, 조명, 분장 등등 모두 대중에게 음악을 느끼고 즐기도록 하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작품 하나를 올리려면 3~4개월을 연습해야해요. 그렇게 작품을 시작하면 하루종일 그 작품만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 몰입하게 되니, 연습실에서 다른 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듣지요." 150여명의 배우들을 끌고 작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공연전까지 머릿속도 복잡하고,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또 무대를 만드는데는 남자 분들이 일을 많이 하는데, 이들의 협력도 잘 이끌어야한다.
"연출가는 배를 끌고가는 선장이예요. 아는 게 없으면 아랫 사람들이 힘들어지잖아요. 연출가가 먼저 많이 갖추고 많이 알아야 해요. 배우는 자기 부분만 외고 연기하면 되지만, 연출가는 작품 전체를 외어야 합니다. 그 외에 조명, 의상, 분장에도 신경써야하고요."
연출가는 조명, 의상, 무대, 노래, 음악 등을 총괄해야하므로 다재다능해야할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를 아우룰 수 있는 리더쉽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안주은씨는 진짜 선장같았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 리허설 중.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싶어
"150여명의 배우들이 극을 마치고 나가서 인사한 후, 맨 마지막에 연출가가 나가서 인사할 때. 그 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밀려오고... 그 때가 가장 기쁘고 뿌듯해요."
안주은씨는 지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를 누구나 가요처럼 편히 들을 수 있도록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며칠전 음반 작업을 했는데, 5시간 동안 70번 노래했어요. 노래할 때는 행복해요."
노래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노래하고 싶다고 한다. 팝페라가수로서 안주은씨는 주나(Joona)라는 예명을 갖고 있다.
소극장에서 청바지 입고 즐기는 에피타이저 같은 오페라, 브런치 콘서트, 브런치 오페라, 어린이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가족 오페라 등등. 안주은씨 머리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다양한 방법이 흘러나온다.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어하는 안주은씨의 열정을 팍팍 다가온다.
"파주에서 가족 오페라를 매달 열고 싶어요. 오페라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오페라 하이라이트 모아 공연하는 갈라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내가 해설하고,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요."
메르스 사태로 무수히 많은 행사와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는데도, 그는 12일과 13일, 대구오페라 하우스에서 ‘운수좋은 날"이란 창작 오페라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 메르스가 없었다면 성황리에 마치고, 전국 투어 공연으로 이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우리나라 말,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오페라"(음악저널 305호 기사)를 파주에서 맛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글 사진 임현주 기자
사진 안주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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