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① 감정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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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증상 덮는 ‘감정의 장벽’ 먼저 풀어내야
갈수록 건강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절, 굳이 관심을 갖고 찾지 않더라도 우리의 시선과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엔 몸에 이롭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떠다닌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 해독주스, 조금만 따라하면 금방 몸매가 좋아질 것 같은 수많은 운동법들, 그리고 증상을 완화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소한 팁까지 정보의 양으로만 본다면 지금이 가장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해야할 시절인 것 같다.
하지만 진료실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필자가 있는 곳은 홍대와 가까워서 젊은 분들이 많이 오시는 편인데, 이미 어디가 문제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찾아보고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주변 지인들이 추천한 방법들은 나름 실천 해보았지만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참기 힘들어 결국 진료를 받으러 오신 것이다. 그래서 이쯤 되면 증상으로 인한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이 증상이 왜 나타난 것인지, 무엇이 문제인지가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실 우리가 질병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뭔가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자꾸 생기는데, 무슨 이유인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무시하자니 계속 신경이 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럴 때 보통 이런 생각들을 한다. ‘내가 왜 이러지?’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상하네?’ ‘혹시 큰 병 아닐까?’ 이때부터 부랴부랴 운동도 해보고 몸에 좋다는 것도 먹어보고 술, 담배도 줄여보지만 여전히 마음엔 왠지 모를 불안과 불만이 쌓인다. 이는 다시 생활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신체에 대한 불안과 불만도 더욱 늘어간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어 질병이 점차 만들어진다.
그래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각하고 있는 개별 증상을 다스리기 전에 증상을 덮고 있는 감정의 장벽들을 먼저 해소해야한다. 연인 사이에서도 한 번 삐치면 아무리 잘 해줘도 미워 보이는 것처럼, 좋은 치료를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해도 재발하기 쉽고 증상이 사라졌다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서로 숨바꼭질인 샘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과거의 원인을 역추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야한다.
아침부터 뻐근한 어깨 때문에 괜히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지 않았는지, 거칠어진 피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았는지,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평소에 귀차니즘에 빠지지 않았는지, 평소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관찰해야한다. 그리고 그 안엔 분명한 패턴이 숨어있다. 이 패턴이 치료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이다.
유창석 한의사는…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의료문화를 만들기 위해, 천연물 레시피 스토어인 '카페방하 봄동'과 카페 내 진료소를 표방하는 '봄동 한의원'에서 활동 중이다.
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진행하고 있는 동양학 수업 교재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파주와 인연을 맺었으며, 현재 '오감학습 오감학교 협동조합'에서 실무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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