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기 하늘보기 ⑨
입력 : 2015-04-08 11:43:00
수정 : 0000-00-00 00:00:00
수정 : 0000-00-00 00:00:00
새보기 하늘보기 ⑨
어릴 적 공릉천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살아 온 새가 청둥오리다.
새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이 없었던 그때에도 청둥오리는 내게 참 익숙한 새였다.
어디를 가든 물이 있는 곳에선 볼 수 있었고 그 수도 굉장히 많았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때, 자연에 기대어 살던 우리들 삶의 방식에 의해 수렵의 희생양(?)이 되었던 대상도 바로 청둥오리였다. 얼마나 흔했으면….
그런데 지금은 옛날 같지 않다. 물가를 촘촘히 채워 앉아 물인지 흙인지 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던 청둥오리가 지금 공릉천에선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다. 온통 논이고 밭이던 공릉천 주변이 옛 모습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옛날, 아름답던 공릉천을 기억하며 거닐다 보면 더욱 맘이 아프다. 논과 밭이 사람들의 주거공간으로 변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물길은 있는 그대로 두었어야 했다. 여기저기 아무생각 없이 물을 막고, 새들이 쉬면서 먹이활동을 하는 수변부도 몽땅 삽질로 난도질을 해놨으니...
그런 곳에 청둥오리가 올 리 없다. 얼마 전 공릉천 둑방길을 걷다 날아가는 청둥오리 숫컷 두 마리를 만났다. 힘겨운 겨울을 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는 그들을 보면서 맘이 무겁고 안타까웠다. 올 겨울, 내년, 후년... 그 이후로도 우리 파주를 찾아오는 겨울 진객들을 편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청둥오리야, 또 올 거지?!
조영권 (파주생태교육원 원장)보기 하늘보기 ⑨늘보기 ⑨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