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② 조팝나무
입력 : 2015-05-07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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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추억과 당신의 배고픔이 함께 떠오르는 조팝나무
바다에 살던 자라가 어쩌다 육지에 올라와서 본 첫 풍경에 등장할 만큼 조팝나무는 흔하다.
봄이면 우리나라 전국 어디나 들판, 산 어귀에서 늘 마주칠 수 있는 꽃이다. 가느다랗고 긴 줄기에 하얗고 작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작은 키로 한들한들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이 꽃 이름이 뭐냐 했더니 ‘분설화(粉雪花)’라고 알려주셨다. 봄바람에 눈처럼 날리는 꽃잎을 보고 ‘참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했다. 이후에 조팝나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햇빛 좋은 봄날 아버지와 함께 걷던 산길의 추억과 함께 봄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던 ‘눈가루꽃’의 영상으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는 낭창낭창 휘어지는 부드러운 줄기와 눈처럼 날리는 꽃잎 때문에 눈버들(雪柳)이라 부른다.
조팝나무라는 이름은 작은 꽃이 조밥처럼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조팝나무라고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면 춘궁기인 이즈음 흐드러진 조팝나무 꽃잎을 보며 배고픔을 먼저 떠올려야 했던 선조들의 고달팠던 삶이 함께 묻어난다.
조팝나무를 보면 늘 아버지와의 다정했던 추억과 동시에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겪었을 배고픔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박은주 (생태교육연구소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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