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② 명연파-[평화를 품은 집] 집장 전 사계절 출판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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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품은 집'이 있어 파주도 평화를 품겠구나
그는 한사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건 혼자 한 것도 아니고...같이 고생한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아니라, 이 집이 주인공이었으면 합니다.”
「파주에서」는 이제 막 개관한 [평화를 품은 집(Nest of Peace)] 을 찾았다. 쌍둥이처럼 탄생의 기쁨을 같이하고자 명연파님을 ‘파주의 아름다운 사람들’에 초대해 창간호를 만들고 싶었다. “저를 집장이라 불러주세요.” 평화를 품은 집을 지키는 사람으로 자신을 ‘집장’이라 이름지었다. “대표니, 관장이니 하는 것은 기업 같기도 해서요. 30년간 해온 출판일과 다른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어서... 다른 개념을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집장이라 했는데...사람들이 좋아하네요.”
4.3 박물관 제노사이드관이 계기가 되어
명연파 집장이 [평화를 품은 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4.3평화공원에서 비롯되었다. 제주에 살게 된 장인어른을 찾아 제주를 자주 가게 되었고, 제주 4.3 평화공원을 알게 되었다. 경치는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살아온 과거가 아팠다. 지인들과 4.3평화공원 안에 있는 평화박물관을 자주 들르게 되면서 박물관 구석에 있던 ‘제노사이드관’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애부터 여자들까지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력에 의해 대량학살되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150만명, 난징대학살은 30만명이었다. 르완다에서는 백만명이 죽어나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내 머리에 남은 게 없다니.... 역사를 년도와 숫자, 이름 외는 것으로 지나쳐왔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노사이드’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고, 공부를 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평화를 품은 집]의 중심인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이 되었다. 근대 100년동안 제노사이드 사건 가운데 희생자 수가 30만명이 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지도, 사진, 증언, 동영상, 자료 등을 모아 전시하고, 이와 관련된 영상교육자료도 구비하여 ‘평품 소극장’에서 상영한다.
개관식에 르완다 학살 20주년 추모행사
9월 27일 개관식은 르완다 학살 20주년을 추모하여 100개의 촛불을 켜는 퀴부카행사로 시작했다. ‘기억하다, 단결하다, 거듭나다’를 주제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추모행사로 르완다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명집장의 설명에 ‘세계인의 연대’를 실감했었다.
같이간 청소년 기자들에게 성심성의껏 설명해주는 명집장의 목소리에는 성실함, 진지함, 제노사이드 역사를 평화로 딛고자하는 단호함이 베어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요?”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안타까와하고 슬퍼하는데, 죽인 사람도 생각해봐야해요. 그 사람도 한 때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권력자가 훈련을 시켜요. 르완다에서 하루 1만명씩 100일동안 100만명이 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은데, 상대를 죽여야한다고 선동하고, 합리화시키고, 부추기고. 그걸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되요.”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죽이고 싸우는 게임을 자주하는 건 어찌되는거지? 자연스럽게 게임과 현실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성적으로는 게임과 현실이 구분되지요. 당연하지요. 그러나 극단 상황에서는 경험이 상황판단을 만드는데, 반복적인 경험은 지식과 상황과 믹스되어 베어나오게 되지요.”
역사를 잊지 않고, 지구상에 같이 살고 있음을
소극장에는 르완다 학살 추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진 하나하나가 명집장의 땀이 베어 있는 것이었다. 후투족을 피해 성당으로 도망온 투치족을 직접 학살한 신부이야기를 들을 때는 울음이 터졌다. 성당을 뒤덮은 시체들. 신의 품을 찾은 그들을 학살하다니! 그렇게 이념은, 광기는 무서운 것이었다.
“자꾸 잊어버리고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학살이 자행되는 거예요. 역사를 잊지 않고, 지구상에 같이 살고 있음을 깨닫게해야 이런 일이 안일어나요.” 그래서 명집장은 평화교과서를 만드는 일과, 제노사이드 역사를 기억하며 평화가 지켜지도록 다양한 기획과 행사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평화가 뭐예요?”라고 물을 때 우리는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명집장은 평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지 평화가 자기 것이 되고, 지키는 가치가 된다했다. 그래서 나이에 맞게, 계절별로 캠프도 하고, 주제별로 평화학교도 열 계획이라했다. 벌써 어느 중학교에서는 반소풍으로 [평화를 품은 집]을 사전 답사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알고, 학교소풍으로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햇살이 반짝이는 풍경을 두고, 소라 북카페에는 두 엄마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이 밤을 줍는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풍경 자체가 평화였다. 파주에 [평화를 품은 집]이 있어, 이제 파주도 평화를 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돌아다보니, 파평산이 [평화를 품은 집]을 품고 있었다.
글•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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