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④ 40년 이용사 외길 안 필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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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이발 분야 4단계 , 앞으로 고급 될 것
사진을 찍으려는데 ‘잠깐만’ 하시더니 가운으로 갈아입는다. 흰색 위생복. 이 옷을 대하는 태도에서 안필헌 이용사(61세)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발소를 지나가다 보니 흰 가운이 멋있었다. 그냥 들어가서 견습생으로 배웠다. 그 때만 해도 머리 감는 것, 면도사, 드라이 고데사, 머리 깎는 사람, 4단계 정도로 분야가 따로 있었다. 1년만에 그만 두었다. 힘들었다. 다른 기술을 배우다 도로 이발소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평생을 이용업을 하셨다. “이걸 후회해본 적이 없어.” 스스로 천직이라 표현하신다.
28세에 가게를 냈다. “기계로 하면 섬세하게 안나오지. 가위로만 해. 최고 어려운게 스포츠 머리야. 스포츠 머리를 완성해야 기술자로 인정해줄 수 있지.”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40년이 되었으니, 두상만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딱 떠오른다는 소리가 실감난다.
88년부터 파주시 이용협회 총무 일을 보고 이후에는 12년간 지부장하면서 봉사도 많이 했다. 101여단 18km철책을 지키는 군인들 2개 대대를 10년간 이발봉사도 했고, 독거노인 이발봉사도 했다.
파주인구가 23만~25만인구였을 때 이발소가 130개가 있었다. 지금, 인구가 40만이 넘었는데, 이발소가 110개 정도. 이발소가 줄어드는 추세는 오래되었다. 이발소가 많이 없어진 것에 대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한다. 김영삼정부때 커트전문점을 허용하면서 젊은 남성들이 블루커트점 등으로 떠났다. 이용사와 미용사 간에는 업권이 구분되어야 하는데 미용사 자격으로 머리 깎게 해서 이용과 미용이 구분되지 않게되었다는 것이다. 이용과 미용 면허 목적도 다르고 용어도 다르다. “여자가 머리 깎으러 간다고 해요? 여자는 머리를 자르고, 남자는 깎는 거지.”
그렇지만 안이용사는 낙담하지 않는다. 40대가 되면 이발소로 돌아온다는 것, 연령층 별로 머리 깎는 취향이 달라지니 걱정 없다는 것이다. “이발소가 다시 살아나는 시대가 와요.”
작년에 일본 견학을 갔다와서 10년안에 이발소가 고급화될 것이라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요새 이용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한다.
“머리 신경쓰는 사람은 이사 가면 골치 아파. 한라아파트 살다가 남양주로 이사를 갔어. 이사를 갔는데 거기 이발소가 도저히 아니더래. 그래서 여기 와서 이발하고 가서 보여준다고 온 단골도 있지.” 자신의 가위 손길을 찾아 멀리서 오는 이가 있다면 인생 성공한 것 아닌가? 옛날에는 ‘말 방’(사람들이 모여서 말을 나누던 곳이라는 의미)이었던 이발소. 퇴직한 친구들과 이웃들이 찾아오는 이 행복이용원은 흰가운이 멋진 장인 안필헌씨가 젊게 웃으며 일하는 삶터이다. 오늘도 행복 이용원 사인볼은 돌고 있다.
글 · 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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