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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⑩ 칼갈이 전문가

입력 : 2015-05-29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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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칼갈이 할아버지, 공갑도

 

 

취재를 나왔다는 말에, 칼을 갈다 말고 바로 펜을 들더니, 한자로 내려쓴다. 이력서, 육군 HID, 5816총사령부, 육군본부 총무과 등등. 손님이 밀려서 다시 전기스위치를 켜고 칼을 간다. 윙윙 거리는 소리에 대화가 불가능하다. 칼 가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큰 소리로 물어볼 수도 없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집에 있던 칼 5개를 내밀었으니, 나도 엄연한 손님이지만 손님이 이어지니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금촌시장 동쪽 입구 떡집 앞 전봇대 밑이 공갑도(81세) 할아버지의 일터이다. 이 자리에서 40년을 일했다. 칼을 갈기 시작한 지는 20년. 이 일로 두 딸과 아들을 키웠다. 손자들 5명도 다 커서 서울대 연세대 인제대를 다니고 있다. 정말 남부럽지 않은 평생 직장인이다. 그 나이에도 벌이가 쏠쏠하다. 보통 칼은 2,000원, 가위는 3,000원을 받고 갈아준다. 하루 보통 15만 원을 버는데, 잘 되는 날은 35만 원도 번다했다.

 

닭발집 사장님은 칼을 12개나 갖고 나왔고, 정육점 아저씨도 칼 간다고 줄을 섰다. 나처럼 집에서 주방칼 몇 개를 들고 나온 사람도 있지만, 병원에서 가위 7개를 들고 나온 간호사도 있고, 낫을 들고 나온 농부도 있었다. 금촌장과 일산장만 나간다는 공갑도씨는 “후계자를 찾고 있어. 누군든 한다면 넘겨주려해. 나도 이제 쉬어야지.”라며 ‘쉰 살이 넘은 사람’을 찾는단다. 아마도 끈기있게 일할 사람을 찾기 위한 기준이 아닐까 싶다.

 

톱을 갈러 온 사람이 있었다. 톱갈이 공임은 5,000원에서 7,000원까지 한다. “어깨가 아파서 지금은 안 돼. 나중에 나으면 해줄게.”라신다. 지난 겨울 톱을 가는 모습을 보며 “아 장인이다!”며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톱은 톱날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듬어야하니 어깨가 많이 상하는 것 같다.

 

칼 가는 그라인더가 돌아가면 장인은 어느새 오롯하게 집중해있다. “중국산은 칼을 갈면 찐득찐득해.” “왜요?” “스텐 종류가 다르니까. 스텐 종류도 26가지나 돼. 요리칼은 일제가 제일 낫고, 정육점에는 독일제가 많지.”

 

공갑도 할아버지는 제대 후 동아일보 파주총국 주필을 4년간 하셨고, 공무원 생활도 2년 동안 했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제일 맞아. 그러니 40년을 했지.”라며 만족해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일거리를 놓치 않고 사는 공갑도 할아버지야말로 진짜 장인이 아닐까 싶다. 금촌장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칼잡이(?)가 산다.

 

 

글 · 사진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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