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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협동조합협의회 탐방 <3> 한울협동조합을 찾아서

입력 : 2015-04-07 11:46:00
수정 : 0000-00-00 00:00:00

마음 맞는 사람 다섯 명 있나요? 동대표들이 마을 청소서비스를 위해 뭉쳤다



 





▲한울협동조합 이대영 이사장



 



 




“혹시 지하철에서 기린 다섯 마리가 초원에 있는 광고 보신 적 있나요?”



 



교하의 한 임대아파트단지 사무실에서 한울협동조합 이대영 이사장은 이렇게 물었다. 마음 맞는 기린 다섯 마리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서울시의 광고. 시장이 발 벗고 나서는 서울시나 인구대비 세계 최대 조합원 수를 지닌 원주시를 제외하고 다른 시 · 군은 아직도 협동조합설립과 지원에 대해서는 미비하기만 하다. 그 가운데 한울협동조합은 경기도에서도 드물게 작년 12월 시작하자 바로 11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법인등록까지 마친 잘나가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지원에 대해서는 척박한 파주시에서 어떻게 이런 빠른 영업이윤을 내고 법인 설립까지 마쳤는지 궁금했다.



 



마중물이 된 지원금 3천만 원



운정 한울마을 임대아파트 동대표 다섯 명이 모여 시작한 한울협동조합은 아파트 입주민의 대부분인 노년층을 고용해 새 일자리도 만들고 마을청소라는 사회서비스 제공하겠다는 뜻을 갖고 시작했다. 이들의 취지에 주민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만큼 이들이 입주민에게 그동안 쌓아온 신뢰는 두터웠다. 뜻이 있는 곳에 운도 따르는지 마침 LH(주택공사)가 입주민의 복지 향상과 자활지원에 역점을 두고 벌인 마을형사회적기업 조성사업에 공모를 해서 선정이 되었다. 내년에도 지원을 받기 위해 다음 단계인 새싹 단계에 도전할 예정이라 했다.



 



“공모에 선정되고 LH에서 3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청소장비를 구입해 초기투자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어요.”



 



우리 사회는 북미나 유럽에 비해 소셜펀드와 자금 지원이 굉장히 취약하다. 협동조합이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초기에 사회투자기금과 재정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운영자금 부족으로 설립 3년 안에 문들 닫는 곳이 30%가 넘는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한울협동조합은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키워야할 협동조합



“청소용역 자체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이윤이 낮아요. 수주를 많이 받은 업체가 입찰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윤을 낮게 책정하고 있지요. 아파트뿐만 아니라 관공서나 지역구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입찰통로인 나라장터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협동조합은 개인과 사회에 이익이 되면서, 동시에 다른 영리기업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다른 자기혁신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울협동조합은 기존의 다른 청소용역업체에 비해 특별한 강점이 있는 걸까?



 



“타업체들은 지하주차장 청소를 1년에 2번만 하지만 1년에 4번을 해요. 전문청소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서 장비 렌트비가 안들어가죠. 그 절감 비용으로 청소횟수를 늘렸어요. 또 동마다 담당 미화원의 연락처를 카페에 공개했어요. 입주민들도 전에는 더럽다고 불만을 터트리다가, 이제는 치워달라고 전화와요. 그러면 저희는‘오늘은 그 구역 청소하는 날이 아닙니다’라며 핑계대지 않고, 바로 바로 치워드립니다.”



 





▲장비가 있어 주차장 청소 횟수를 늘렸다.



 



 



힘들게 얻은 값진 경험을 나누고 싶어



“가장 큰 바램은 직원11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 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절실하게 바라는 취약계층을 고용한 사업체 대표로서 너무도 당연한 바램이었다.



 



힘든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협동조합 설립 지원에 낙후된 파주시에 대한 아쉬움과 시행착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는 법인으로 전환할 때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법무사나 세무서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서류작업을 직접 했습니다. 절차가 무척 번거로웠어요. 파주시에도 기업지원과가 있지만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제도적 협조가 미비해서 조합 설립도, 법인 전환도 혼자 모두 찾아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이대용 이사장은 그동안 경험을 통해 컨설팅 강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더불어 이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파주시에 새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하시려는 분이 계시면 먼저 파주시협동조합협의회 같은 곳을 먼저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먼저 해 본 선배들의 조언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이니까요“



 





▲한울협동조합에는 습식 주차장 청소기계 등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아파트! 협동을 실험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어쩌면 아파트란 공간이야 말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공간 아닐까? 아파트 단지 안이나 인근에 있는 어린이집, 스포츠 시설, 병원, 반찬가게, 빵집, 공동텃밭 등 협동조합을 통한 많은 마을 실험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게 된다면 나만, 우리 가족만 안전하게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적이고 밀폐된 닫힌 공간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재미난 공간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흥미로웠다. 이런 의미에서 한울협동조합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파트 내에서 한울이 제대로 성공한다면 마치 알 감자처럼 아파트 곳곳 다른 영역에서도 뿌리를 뻗으며 영향을 미칠 것 같기 때문이다.



 



 



글 정연희 협동조합 전문 취재기자



사진제공 한울협동조합(H.P:010.5653.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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