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 (142) 파주시니어클럽 장승철 관장 -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활력과 행복’, 시니어클럽이 만든다
수정 : 2024-07-25 02:22:17
아름다운 얼굴 (142) 파주시니어클럽 장승철 관장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활력과 행복’, 시니어클럽이 만든다
- “민간네크워크로 지역특화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싶다”
▲ 파주시니어클럽 장승철 관장
파주시니어클럽은 시청 사거리 광우빌딩에 있다. 넓은 교육실과 상담실, 업무실에서 20여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시니어클럽은 다른 복지관과 달리 노인일자리 사업이 주업무이다. 학교사랑안전지킴이, 환경지킴이와 같은 공익형 일자리, 보육시설지원이나 돌봄지원 같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학교급식 도우미나 청춘드림 카페와 같은 시장형 일자리사업을 한다. 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파주시 노인들은 총 1,200여명이 된다.
노인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일자리 복지를 맨 앞에서 실행하고 있는 시니어클럽 장승철 관장을 일요일에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지난 200인 시민대토론회 이야기부터 풀어놓는다. 하반기 파주시정 방향을 얘기하는 시민대토론회에서 교통 분야에 관심이 많이 나오고, 복지쪽 관심이 적게 나와서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가 복지전문가로서 느낀 것은 파주시가 노인, 장애인, 청소년, 교육 등 다양한 복지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나 시민의 관심이 적은 이유는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정도가 미약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복지정책은 확실히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스며들면 일상이 되어 자신이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망각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 문산 전통시장 지킴이
올해 말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65살 이상 노인(내국인) 712만명,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14.2%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6월말 기준 19.48%를 기록하여, 올해 12월~2025년 1월에 초고령사회가 된다(2035년 30.1%, 2050년 43% 예측).
초고령사회 진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노인빈곤율이나, 생활실태 분석, 공공영역의 정책이 무척 제한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에서 압도적인 1위다. 일본 20.2%, 미국 22.8%의 두 배 수준이다(2023년 통계). 노인빈곤율은 전체 인구대비 빈곤이 아니라 전체 노인 인구 중 빈곤한 노인의 비율로 중위 가구 소득 절반 미만의 소득자 비율을 뜻한다.
▲ 파주시니어클럽 일자리
파주시 노인인구 8만, 전체인구의 16%
2024년 6월 말 기준 파주시 65세 인구가 8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6%인 셈이다. 운정신도시 등으로 유입하는 인구가 늘어서 노인인구 비중이 16%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UN기준에 따르면 파주시는 고령도시인 셈이다.
2023년 전국 기준 고령자의 58%가 취업을 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현재도 노인들의 70%가 취업을 원하고있다. 이 취업욕구는 노인빈곤율에서 보듯, 생계비 마련을 위한 것이 80%가 넘는다 한다.
파주시 예산의 40%가 복지예산이다. 이 예산들 대부분은 노인일자리, 취약계층 일자리와 돌봄 등에 들어가는 고정예산이다. 그러므로, 복지 혜택을 늘리거나,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어렵다.
▲ 카페청춘드림(체육관점)
공익형을 넘어, 시장형 노인복지를 개척한다
장승철 관장은 저소득층 노인들이 주로 하는 공익형이나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취업자의 90%는 생계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카페나 식당 같은 데서 일하시는 분들은 60대 전후로 연령층이 조금 낮고, 지역사회 기여나 여가활동 개념을 갖고 일하시는 분도 있다.
공익형인 저소득 노인일자리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1달에 10번, 1일 3시간 근무하여 월 29만원을 받는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65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안받으시는 분들이 장애인시설이나 어린이집 등의 시설로 파견되어 월 20일, 하루 3시간 일하여 76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그 외에 시니어클럽에서 시장형 일자리로 만든 편의점이나 청춘드림카페, 찬찬찬 식당 등에서 일하는 분들도 88명이 된다. 이런 시장형 일자리는 시니어클럽이 임대계약, 사업자등록, 회계, 물품 등 사업준비 등 세세하게 준비해야하므로 다른 노인 기관에서 하기 어렵다. 시장형 일자리는 업무가 많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기쁘게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 편의점 사업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활력, 행복
공익형일자리 노인들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29만여원, 기초생활연금으로 30만원을 받으면 60만원으로 한 달 생활을 꾸리게 된다. 이 분들에게 일자리는 어떤 의미일까?
“일이 주는 어떤 활력 그 다음에 즐거움, 행복을 줍니다. 생계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일을 하시면서 우울증 약을 끊고 건강 찾았다 하시고, 또 아내를 사별하신 분은 노인일자리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이 되어 서서히 대화할 수 있는 관계들이 끊어져가는데, 일자리에서 대화를 하고 지지를 받게 되면서 삶의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겁니다.”
장관장은 일자리는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소통하고 안정감을 찾게 된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 하천지킴이 일자리
일하는 노인의 의료비가 연간 85만원 적어
보건복지부가 2021년 일하는 노인의 의료비와 일 안하는 노인의 의료비를 비교한 통계를 발표했다. 일하는 노인들이 일 안하는 노인에 비해 의료비를 년간 85만원 적게 썼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삶의 활력을 주어 건강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는 일을 하시면 한 달 두 달도 안 되어 어르신이 얼굴이 확 피어 건강해진 것을 봅니다.
근데 노인복지관 급식이나 독거노인 도시락 반찬 배달을 해도 이분들이 건강해지거나 하는 변화가 눈에 안 보이잖아요. 그러나 일자리 복지는 노인분들이 변화되고, 안정감을 찾는 것이 바로 보입니다. 본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뭔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복지로 하는 우리 시니어클럽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부심도 크고, 일에 대한 만족감, 성취감이 상당히 큽니다.”
▲ 일자리 참여자 교육
파주시장 “노인일자리는 절대 줄이지 않겠다”
시니어클럽은 노인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특히 파주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문산 자유시장 이용객에게 서비스하는 DMZ관광 접수와 안내를 맡아서 하고, 도시재생센터내에서 전통시장 홍보하기, 운정 나눔냉장고 사업 관리 등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접경지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평화’와 관련한 일을 만들고 싶은 것이 장관장의 소망이다. 전세계인이 찾아오는 임진각과 여러 관광지를 시니어 일자리로 연계하는 것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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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노인일자리 예산 |
고양시 노인일자리 예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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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
2023년 |
202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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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
350명 |
700명 |
1,200명 |
5,000명 |
시니어클럽예산 |
35억 |
55억 |
70억 |
223억 |
지난 이동시장실에서 김경일 시장이 노인 일자리 복지에 대해 크게 공감하면서 “노인 일자리는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초고령화 대한민국, 또 이미 고령화도시인 파주에서 노인일자리 예산은 유지가 아니라 확대되어야하는 것 아닌가싶다. 이웃 고양시는 우리 파주시에 비해 인구는 2배이지만, 노인일자리 예산은 3배가 넘는다.
노인일자리는 국비, 도비, 시비로 예산이 만들어지는 공익사업이므로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매년 12월에 리부팅을 한다. 이 과정에서 1,000명은 일자리를 얻고, 또다른 1,000명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다음 해를 기다려야한다. 안타깝다.
▲ 공익형 사업단 참여자 문화활동
24년간 복지 일하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
장관장은 서울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10여년 일하고, 이후 고양시 노인복지 기관에서 일하다가 4년전에 파주시에 시니어클럽으로 오게 되었다. 사회복지법인해피월드가 노인일자리 사업 공모를 했고, 이에 장승철 관장이 시니어클럽 사업계획을 준비하여 심사를 받아 위탁받게 된 것이다.
“제가 지금까지 복지 쪽 경력만 다 하면 24년 정도 됐어요. 쭉 돌아보면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일자리 복지를 하는 시니어클럽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복지기관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행복한 직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를 가장 높게 평가하면서, 이 복지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노인복지가 일자리로 가야겠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 정책이나 파주시 예산의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복지 요구가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기업과 민간이 함께 민간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시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간다면 일이 풀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재원을 확보하고, 확대해나가면서 활성화되면 공공예산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파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민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엮어서 예산의 한계를 넘어 노인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장승철 관장. “좀 더 확대된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우리가 같이 고민다면 지역을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모델이 될 만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소망이 바로 파주시 노인들의 소망이 아닐까.
임현주 기자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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