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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땡깡 나라, 어거지 마을

입력 : 2016-01-22 14:22:00
수정 : 0000-00-00 00:00:00

땡깡 나라, 어거지 마을

 

대통령이 서명한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 청원 서명이다. 행정부의 수장은 정부 입법안으로 법률을 만들고 있다(18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의 32%는 정부제안 법률안이었다). 그런데, 서명이라니. 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법을 만들어 달라고 서명한다? 왜지? 행정부가 만든 법률안을 국회가 심의하고 처리해야하는데, 그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국민을 너무나 심히 우롱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고, 자신은 옳으니 국민을 동원하겠다? 이런 땡깡이 어디있나?

 

정치란 '상호존중'이 기본

이걸 보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치정권하에서 나치를 찬양하고 고무했던 지식인들, 언론인들처럼....또 어디선가는 나팔을 불 것이다.

 

그러나, 보자.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란 무엇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리고 복잡한 이론과 논리를 내세울 것도 없다. 우리가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하든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동서고금의 상식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이것이야말로, 현 시대 우리 국민이 합의한 최대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으므로)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여 조율하고 협상하고 타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기본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정치 아닌가?

 

그런데, 행정부의 수장이 먼저 나서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위헌 요소가 9개나 있다한다.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넘기며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을 고집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 심사 및 의결권을 통째로 부정하는 ‘행정부 수장의 입법 청원 서명’이라는 세계사에 남을 일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 초 대한민국은 땡깡나라였다”고 누가 쓸 일이다.

“국회가 없는 나라” 이렇게 외신이 쓴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상호존중 버리는 어거지 마을

우리 삶의 구석인 파주에도 이와 같은 일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상호존중은 커녕 자신만 옳다고 주민은 아랑곳 하지 않는 어거지마을들이 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이하 입대의)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법정 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교하의 동문아파트, 봉일천의 그린시티동문 아파트가 입대의를 둘러싼 갈등(본지 31호, 32호 보도기사)으로 주민의 명예가 훼손되고, 아파트 관리 업무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입대의 회장이 입주자대표를 해촉하고, 새롭게 선관위를 구성하여 입주자 대표를 뽑고, 그래서 입대의가 두 개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올 1월부터는 기존 관리업체와, 새 입대의에서 계약한 새 관리업체가 와서, 관리사무소장이 둘이 된 지경이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갈등으로 인한 비용과 피해는 고스란이 주민들에게 부과된다.

 

목민관이 없기 때문

파주시는 동대표 해임절차가 적법하지 않다, 새 주택관리업자의 선정 계약은 무효이다라고 밝히면서도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간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 시청은 행정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다(2013년 서울시공동주택지원센터 설치, 2014년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치). 현행 주택법상 기초지자체에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파주시에서 분쟁조정위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주민들간 갈등이 있을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여 주민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시장을 목민관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도 주민갈등이 방치되고 있다. 그러다가 주민들간의 폭력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지게 되는 것인가? 위탁관리 업체 선정을 둘러싼 내분으로 입대의 회장이 자살까지(2011년 8월 울산)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형식적 절차를 밟았다며 떼를 쓰는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어거지 마을’은 목민관이 없기 때문에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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