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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코로나19 백신 보도는 어떻게 공익을 훼손하고 있는가

입력 : 2021-03-14 10:10:23
수정 : 0000-00-00 00:00:00

왜곡된 코로나19 백신 보도는

어떻게 공익을 훼손하고 있는가

 

 

정종원(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부천YMCA 회원)

 

 

 

    “보여진게 다는 아니다.” 영국 윌리엄 왕자, 로이터 통신.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고 하여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결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인간의 행동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중, 길이가 같은 것이 무엇인지 맞추는 실험이 있다. 아래 1-3번의 막대 중 보기와 같은 길이의 막대는 무엇인지를 묻는 실험을 7명에게 하였다. 명백히 3번이다. 그런데 실험참여자 7명 중 앞선 6명의 연기자가 모두 의도적으로 1번으로 답을 하게 되면, 7번 실험참여자의 약 75%3번이 아닌 1번으로 답을 하게 된다. 이상한 동조과잉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주관적 불안감은 객관적 통계와 왜 다를까?

 

비슷한 사례로 우리는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중 하나이고, 사망자 역시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10Km 당 사망자수 비교: 오토바이 108.9, 자전거 44.6, 자동차 3.1, 기차 0.6, 버스 0.4, 비행기 0.05). 그러나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자동차를 탈 때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특히 난기류를 경험하면 비행기 타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위 두 사례 모두,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불완전성과 자기방어 기재가 동시에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인간의 사고와 판단에는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준다하더라도, 불안해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 더욱이 과장된 소문, 가짜 뉴스와 같은 잘못된 정보가 첫 번째 사례와 같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게 되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맞이한 한국의 상황이 이와 같지 않은가 싶어 매우 우려스럽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 종식을 위하여 의료선진국에서는 신속히 백신을 개발하였고,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백신을 둘러싼 부정확한 뉴스와 악의적인 왜곡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보도되고 있다.

 

작년 독감 백신 접종률(64%), 재작년(73.1%) 보다 현격히 낮아

 

지난 2020년 가을,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독감 역시 확산되어 발생되는 의료참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독감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자 독감예방 백신 무료접종 대상 확대와 가격 할인을 실시하였다.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였고, 우수한 의료전달체계 덕분에 전 국민 백신접종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하였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마치 독감 백신으로 인해 사망한 것과 같이 작성된 기사는 국민들의 공포감을 자극하였고, 이에 재작년(73.1%)보다 낮은 접종률(64%)을 보이게 되었다. 작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하였다고 신고 된, 110명에 대한 심층 조사 결과, 질병관리청은 110건 중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발표하였다.

 

각광받던 K방역 점차 불필요한 논란 양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접종 시작이 늦다며 언론에서는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왜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냐며 정부를 타박하는 국내 언론과 달리, 주요 외신인 블룸버그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잘 한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의 백신 접종 결과를 살펴 접종을 시작하는 사치를 누렸다고 보도하였다. 독감백신 사태를 경험한 터라 보건 당국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고, 우리의 신중함을 주요 외신을 사치를 누렸다고 보도한 것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백신이 개발되면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너무나 심각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서둘러 접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접종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백신 접종이 늦다며 연일 보도를 이어갔다.

 

혼란과 정쟁만 일으키는 보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막상 2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시작하려고 하자), 최초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신하는 뉴스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AZ백신의 임상실험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자, 이제는 효과성이 떨어진다며 연일 AZ백신 불신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대통령이 먼저 AZ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정치논쟁으로 확신시켜, 더욱 안전성 및 효과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 냥 부정확한 정보를 뉴스 보도가 쏟아냈다. 만약 대통령이 AZ백신을 우선 접종하였다면, 특혜라고 난리를 쳤을 것을 것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38일 기준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백신독감 때와 같이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망자 발생을 속보와 단독이라는 것을 붙여 연일 쏟아 내고 있다. 이러면 이래서, 저러면 저래서 문제라며, 혼란과 정쟁만 일으키는 잘못된 왜곡, 과장 보도가 판을 치고 있다.

 

감염병 보도준칙을 무시하는 천박한 뉴스 넘쳐나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이라는 것이 있다(2020428일부터 시행). 그 핵심은 1) 정확한 사실에 의한 보도 한다, 2)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 3)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언론인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4)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전달한다, 5)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며, 추측, 과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 6)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사용을 주의하며, 7) 자극적인 수식어 사용 주의, 8) 감염병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을 받지 않은 기자들이 무분별하게 현장에 접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보도 준칙을 당사자들인 기자들이 정해 놓고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공포스러운 보도 기사를 보고 있으며, 감염병이 창궐하고, 정부의 방역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뉴스를 접하고 있으려니, 과연 우리가 서둘러 갖추어야 하는 집단 면역이라는 공익에 우리나라 언론이 관심이 있는가에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우리 사회의 공익과 언론인의 사명 따위는 집어던지고, 속칭 우라까이(다른 보도 베껴 기사 작성하기)로 편하게 기사를 작성하려는 기자, 건강·의학·과학을 정치적 논쟁으로 만들려는 데스크,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수를 늘여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언론사, 3자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천박한 뉴스 기사들이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 40개국 중 4년 연속 꼴찌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는 40개국의 언론에 대해 매년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0년 보고서(Digital News Report 2020)에서 한국의 언론신뢰도를 21%, 40개국 중 40, 4년 연속 꼴찌로 발표하였다. 이는 필리핀, 케냐,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의 언론보다도 그 신뢰도를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어느 새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에 이 정도 저질 언론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어떻게 우리가 버티고 있는가도 신기할 노릇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흔해진 오늘, ‘기레기들에게 한 마디 하며 이 글을 마친다. 자식 보기 부끄럽지 않으세요????

 

필자 소개

 

정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부천YMCA 회원.

 

출처 : 부천 YMCA 진단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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