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예산편성권한 독점, 결과는 올드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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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예산편성권한 독점, 결과는 올드딜
“한국판 뉴딜은 올드딜”이랍니다. 642개 사업 중 70%가 기존 사업의 재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판 뉴딜에만 내년에 21조 3천억 원이 투입되지만, 이중 17조 8천억 원은 기존 각 부처에서 진행되던 사업들이어서 ‘뉴딜’이 아닌 ‘올드딜’이라는 것이지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의 분석입니다.
더구나 사업 투자 예산이 아닌 펀드 출자 예산 6천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신규사업에 투입되는 내년도 뉴딜 예산은 2조9천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기존 사업들은 환경부의 노후상수도 정비사업,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은 사실상 사회보장 정보원의 운영비 예산이랍니다.
이러다 보니 문제인 정부 3년의 예산 편성은 ‘사람보다 SOC’가 먼저였다는 정의당 장혜영의원의 주장까지 등장합니다. 지난 3년 간 기재부 예산편성안을 보면 SOC 예산은 13.8%가 늘고 복지는 5.5%가 늘었답니다. 전체 증가율이 연평균 2.6%인 것을 비교하면 둘 다 늘었지만 상대적인 차이는 확연합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예결산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내세운 ‘SOC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재정 기조가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기조를 바꾸었기 때문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 남습니다. 과거처럼 SOC를 통해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던 데에서 건설보다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확연한 국회의 분위기를 보면 정치 탓만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도 SOC와 기업 등 경제에 사용하는 것은 투자이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은 비용이라는 것이 예산편성 당국인 기재부의 생각인데, 기재부에 예산편성권한이 집중되고 폐쇄적인 것이 문제는 아닌지 평가해 볼만합니다.
10대 경제대국을 한 개의 부처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진국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앞서가며 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합니다. 우리는 선진국일까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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