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한걸음(5)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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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한걸음(5)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으로
널문리, 도망가는 임금을 위해 다리를 놓았던 마을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남일 대장이 정전협정에 서명하면서 1950년 6월 부터 3년 1개월간 지속되었던 동족상잔의 비극은 막을 내렸다.
정전협정이 열렸던 판문점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개성부(開城府) 판문평(板門平)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 지역에 널문다리(板門橋)가 있었다는 기록과, 이 마을에 널판으로 만든 대문(널문)이 많았기 때문에‘널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을 가는 선조는 임진강을 두고 강을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비록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임금이었지만 난처한 어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착한 백성들은 자기 집 대문을 뜯어내서 널빤지를 이어서 다리를 놓았다. 그 마을이 있던 곳이 널문리요 지금의 판문점이다.
판문점 구역은 유엔군(한국군, 미군)과 북한군이 공동으로 점유하는 공동관리구역으로 지구상에 그 유례가 없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1953년 정접협정 이후 1976년까지 이곳은 비무장의 한국군과 북한군, 미군 등이 같이 근무하며 담배도 나누어 피우는 등 긴장된 관계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1976년 8월 18일 북한경비병에 의한 미군 장교 살해사건을 계기로 판문점 내 휴전선을 콘크리트 경계석으로 분리하면서 이곳은 적대적 긴장감이 팽팽한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그 해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으로 판문점과 군사분계선 지역은 다시 비무장 지역, 평화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왼쪽 앉은 이)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남일(오른쪽 앉은 이) 대장이 정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판문점은 주소가 없다구요?
현재 판문점의 실제 위치는 파주 군내면 조산리와 50m, 진서면 어용리와 70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국정원 홈페이지에는 ‘파주시 진서면 어용리’로, 통일부 홈페이지에는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로 표기되어 혼선을 주고 있다. 1980년 지적대장과 지적도면을 복구할 때 판문점 지역이 유엔사 관할인 공동경비구역이라는 이유로 지적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에 북한은 판문점 지역을 명확하게 행정구역에 포함시켜 주소를 ‘황해북도 개성특급시 판문점리’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하루 빨리 판문점 일대의 지적 복구를 해야 할 것이며, 파주시에서도 최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적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으로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미국), 중국, 북한 등 전쟁 당사국 사이에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정지되었다. 전쟁 당사국인 한국은 이승만 정권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협정 체결에 반대하여 사인을 하지 않았고, 정전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휴전협정’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정전협정은 이후 67년이 지나도록 종전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며, 남북의 정치적 상황과 미국의 입맛에 따라 때로는 긴장과 때로는 평화를 오가며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과 북한 두 정상을 통해‘한국전 종료’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종전선언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회담은 결렬되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6월 5~6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볼턴 전 보좌관 등의 만남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종전 선언을 하려고 했고,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했으며, 일본의 아베 총리도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며 종전선언에 훼방을 놓고 있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일본의 방해 책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과 그 해 9월 19일 남북의 정상이 평양에서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로 가는 이정표는 이미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지 말고 한반도의 문제는 남북의 겨레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낼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상봉
이철민 편집위원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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