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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 숙주 삼는 '언론 바이러스' - UPI뉴스 이원영 에디터

입력 : 2020-03-06 02:42:36
수정 : 0000-00-00 00:00:00

[이원영 칼럼] 공포심 숙주 삼는 '언론 바이러스'

 

언론의 과도한 공포심 조장

사회 얼어붙게 만든 데 일조

예방하되 차분한 대응 필요

 

<자료사진> 언론의 공포마케팅에 대해 보도한 유튜브 방송 표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한다. 근육이 욱신거리고 기침도 난다. 감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독한 바이러스다. 이놈은 전신을 돌면서 세포의 정상 기능을 떨어뜨린다.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을 부를 수 있고 천식 환자는 호흡곤란 증세가 악화한다. 당뇨 환자의 혈당은 더 높아진다. 노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합병증까지 합치면 2,000~3,000명을 죽인다.

 

'코로나19'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찾아오는 독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얘기다. 그런데 '독감 공포'에 가위눌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1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0일이 가까워간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 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미 감염되었다가 가벼운 감기 증상이나 아니면 무증상으로 지나가 버린 숫자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은 밀폐된 집단 시설에 수용되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던 환자, 당뇨·고혈압·심장병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던 병약자, 노인층에서 나왔다.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19'걸리면 죽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염병 공포는 2000년대 들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으로 몇 차례 홍역을 치렀다. 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난리를 쳤지만, 신종플루 때 263, 메르스 때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전부다. 한해 독감 사망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매년 2000여 명의 사망자를 내는 독감 시즌엔 의연한 언론들이 유독 '신종'에는 과도하게 반응한다. 시쳇말로 '뉴스 장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종료된 시점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치사율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독감보다 약간 높고 사스나 메르스보다는 낮은 치사율을 보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기석 교수는 "예방은 해야 하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사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감염병 전문의 모임인 신종감염병 중앙상임위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망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병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은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인체 본연의 면역력으로 감기, 독감 정도는 거뜬히 이겨낸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어차피 치료약도 없다. 면역이 가장 좋은 의사인 셈이다. 어느 의사의 말대로 코로나19'조금 센 독감' 정도라는 실상을 알고 나면 지금보다는 좀 차분해져도 되지 않겠나.

 

특히 언론들은 이제 선정적 과잉보도 태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온갖 매체들이 매일 '코로나'로 도배질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도 필요 이상으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67.7%'악몽', '패닉' 등 뉴스 제목이 과도한 불안을 유발해 언론의 순기능을 떨어뜨린다고 답했다. 언론 보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거리가 텅텅 비고,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가게들은 "코로나보다는 굶어서 죽을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사람들 분노 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는 언론의 경쟁적 과잉보도도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기의 시기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도껏' 하자는 것이다. 이쯤이면 시민들 불안을 좀 가라앉히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거의 해마다 애먼 바이러스나 모기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호들갑 떨었지만 결국 효과도 없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하는 제약회사 배만 불려줬다. 언론이 공포를 확산할 때 공포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세력은 따로 있는 것이다." 조한경 의사가 쓴 '환자혁명'에 나오는 말이다.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정치권도 코로나를 숙주 삼는 '공포 마케팅'에 기생해 이익을 취하려는 속셈이 있다면 자성해야 한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직업 신뢰도가 꼴찌 수준으로 나오는 게 괜한 게 아니다.

 

  UPI뉴스 / 이원영 사회에디터 lwy@upinews.kr

* 칼럼 게재를 허락해주신 이원영 에디터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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