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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미술관]나무와 만나다-전후 한국현대목조각의 흐름 (9.16-11.5)

입력 : 2017-09-19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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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전시제목나무와 만나다-전후 한국 현대 목조각의 흐름

전시일정2017.9.16-11.5   오프닝 9.16 (2:30pm)

전시장소ㅣ블루메미술관 전관

전시주최ㅣ블루메미술관

전시자문ㅣ최태만 (국민대 교수)

전시지원ㅣ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사업 선정)

전시협력ㅣ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모란미술관,대구대백프라자갤러리

참여작가ㅣ김봉구, 김정숙, 김종영, 김찬식, 나점수, 문신, 박희선, 백연수, 신년식, 심문섭, 윤석남, 오귀원, 이수홍, 이영림, 이재효, 정관모, 정현 ( 17)



살아있는 나무를 품고 지어진 미술관에서 나무조각을 이야기하다. 100여년 된 기존의 나무를 베지 않고 이를 감싸안듯 지은 건축 안에서 블루메미술관은 나무와 조각하다’라는 사람의 행위에 주목한다. 이 곳의 나무는 사람의 시간을 넘어서 있는 그 존재자체보다도 이를 둘러싼 건축적 행위, 나무와의 공간과 시간을 다듬고 쌓아온 사람과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의미로 말을 건넨다. 나무와 인간의 삶이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 이 전시는 시원에서부터 존재해온 하나의 물질적 재료로서의 나무와 이를 마주해온 인간으로서의 조각가를 돌아보고자 한다.

 

, 금속과 달리 나무는 살아있는 자연의 재료이다. ‘깎는다(carving)’라는 조각의 본질적 행위에 가장 가까운 재료이면서 정으로 치면 정확히 떨어져 나가는 돌과 달리 휘고 갈라지는 물질 본연의 저항이 강한 재료이기도 하다. 그 자체의 생명력이 이를 대하는 조각가의 태도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나무와 만나고, 부딪치고, 나무를 기다리고, 몰아치고, 나무에 이끌리거나 제어하는 조각가와 나무와의 여러 관계방식들이 한국 조각사의 한 흐름을 만들어왔다. ‘조각(sculpture)’이라는 단어가 라틴어 어원에 나무조각가(sculptores)에서 비롯된 것처럼 목조는 조각하다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하여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동시대 현장을 읽어내는데 유효한 흥미로운 해석점을 보여준다.

 

작품의 연대기적 나열을 지양하며 나무라는 재료에 대한 조각가의 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이 전시는 특정 시대나 인물 중심이기보다 굴복, 동화, 발견, 존중, 개입, 대결, 극복, 지배, 학대와 같은 동사형의 주제어로 서로 다른 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해석한다. 추상이라는 조형방법을 통해 재현적인 형상에 구속되어 온 조각재료의 물질성을 수면위로 떠올린 전후의 한국 현대 목조각들은 물질성에 대한 인식과 수용의 층위는 다르지만 물질적 재료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살펴봄으로써 조각가들의 다양한 언어를 읽어내고 정리해 볼 수 있다.

늘 나무를 주로 앞에 끌어다 놓는 조각가, 나무를 통해 새로운 표상을 구현해 간 작가 등 나무라는 재료를 만나게 된 한국현대조각가들의 계기와 성향은 각각이나 이 물질적 대상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 변화의 양상이 보인다. 밀어내고 튕겨내고 때로 강요하기도 하는 나무의 에너지가 작가를 이끌도록 허용하는 순응, 타협, 대화의 태도를 지닌 조각가들이 있는가 하면, 조형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느리고 온화한 대상 또는 원시적 대결, 도전할만한 통제의 대상으로 나무를 정의하는 작가들이 있다. 늘 인간의 삶에 가까이 있던 나무에 나를 겹쳐놓는 이입의 대상으로서 나무를 바라보며 관계 맺는 작가들도 있다.

 

나무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유사하더라도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쓰여지던 1960년대 나무와 만나고 있던 이와 세기의 변화를 맞던 2000년대 나무를 다루고 있는 작가의 대상에 대한 관점은 다를 것이다. 이처럼 이 전시는 목조의 흐름을 정리하며 아직 많은 부분 연구되지 않고 주로 회화의 흐름에 기대어 있는 한국 현대조각사를 돌아보고자 한다. 나무라는 물질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중심으로 20세기와 동시대 한국의 조각을 살펴보는 것은 탈장르와 탈매체가 가장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조각분야에 다시금 환원주의적 관점을 도입하고자 함이 아니라, 확장의 단초이자 여전히 그 중심에 서있는 조각가를 재주목해 보고자 함이다.

 

목조는 조각가에게 열린 방식을 요구한다. 애써 완벽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지 않게 하는 나무라는 살아있는 재료를 만나는 조각가들의 사유와 태도 그리고 그 행위 안에서 우리는 물질을 초월한 개념주의, 물질 그대로에 모든 것을 내맡기거나 그 안에서 적절히 인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등 다른 매체를 다루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모습 또한 비추어볼 수 있다. 사람냄새를 찾기 힘든 요즘 현대미술에서 조각가, 사람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이 전시에서 나무는 수직적 성장으로 가장 인간과 닮아있는 조각재료로 그 앞에 마주한 조각가의 흔들림과 고집, 소통의 언어들을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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