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환 시장의 가정폭력사건으로 불거진 여성인권문제 - 파주경찰서의 직무유기 의혹, 가정폭력전담 상담소와 피난처 없어
수정 : 2021-09-24 09:32:58
최종환 시장의 가정폭력사건으로 불거진 여성인권문제
- 파주시 여성보호 정책의 수장이 가정폭력 수차례
- 파주경찰서의 직무유기 의혹, 가정폭력전담 상담소와 피난처 없어
최근 최종환 파주시장의 부인 폭행 및 자녀학대 사건이 시사저널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주지역의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이슈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최종환 시장은 최소 10여 년 동안 부인과 딸을 상습 학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파주경찰서는 시장 취임후 6~7차례 112 신고를 받고도 분리나 구속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시장은 지난 6일 간부 회의에서 “말못할 가슴아픈 가정사” “부덕의 소치”, “십자가를 담대히 지고”라는 모두 발언을 했으나,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사과가 없고, 대시민 사과문 등 어떠한 후속 행동이 없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당과 정의당은 파주시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파주여성민우회는 ‘공직자로서 반드시 책임져라’는 성명을 냈고, 최창호 시의원은 파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대내외적으로 분명한 입장표명과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시정질문 모두발언을 했다.
파주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보호시설 없어
파주시에는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호소할 곳이 파주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뿐이다. 의정부에 소재한 ‘1366 여성긴급전화 경기북부센터’가 있지만 지리상으로 너무 멀어 상담하기가 불편하다.
현재 파주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상담과 피난처를 운영하고 있으나, 가정폭력 상담은 근래야 상담자를 배치했다. 현재 파주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보호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피해자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가정폭력과 같이 피해자에 대해 예민하고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파주시 여성가족과의 공무원은 순환보직 등으로 가정폭력, 아동폭력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고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월에 아내 살해 후 남편 투신자살 사건 발생
올 8월 초에는 파주시 금촌동 P아파트에서 부부싸움 끝에 칼로 아내를 살해하고 가해 남성이 투신자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같이 파주에서 가정폭력과 연관된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위 사건의 경우 경찰은 ‘가해자가 죽으면 조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어서, 남은 자녀는 범죄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처지이다. 현재 자녀는 형편이 어렵고 지병이 있는 외조부모가 돌보고 있으나, 생계비, 병원비가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피해아동은 심리치료 등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야한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조치와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 경기 북부 가정폭력은 전체 상담 건수의 70%
파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 10개 지자체의 ‘1366 여성 긴급전화 경기 북부센터’(이하 1366센터) 통계를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2019년 여러 가지 폭력상담(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과 일반상담(가족문제, 정서정신건강, 단순문의) 14,216건 중 가정폭력이 8,798건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61.9%를 차지해 가장 많은 상담 건수를 차지하고 있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22건이었다.
2020년에는 전체상담 건수가 12,056 건으로 2019년보다 16% 줄었으나 가정폭력 건수는 7,987건으로 전체상담건수의 66.2%를 차지했다.
2021년 1월부터 8월 31일까지의 통계를 보면 2020년 동기간보다 전체상담 건수는 9% 증가한 8,633건이며 가정폭력비율도 70%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 북부 10개 지자체의 긴급피난처 입소유형은 가정폭력이 89.4%로 가장 많고, 정서 및 정신건강 4.3% 성폭력 3.7% 데이트폭력 1.1%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1366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남자들이 밖에서 만나고 음주 시간이 주는 등 생활패턴의 변화로 2020년 가정폭력 상담 건수가 일시 줄어들었으나, 2021년 가정폭력이 늘고 있는 것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가정내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동학대건수의 급격한 증가
또한 가정폭력의 다른 유형인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코로나 19사태가 길어지면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파주시 여성가족과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은 152건이었던 아동학대신고 건수가 올해 1월부터 7월 말 현재 25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밝혀져 올해 말이 되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죽을 위협을 느껴야 신고, 실제는 신고 건수의 10배 이상
1366센터의 정인숙 센터장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피해자들이 신고하는 시점은 본인이 이러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때다”라고 말하며, “경제적 이유, 자녀 문제, 가정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발생 건수는 통계치의 10배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긴급 피난처 입소 후에도 완전한 독립이나 분리를 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위험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것은 일반적 수법
정 센터장은 “가정폭력은 상습적이 되기 쉽다. 또 가정폭력을 목격한 자녀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가정폭력이 정말 위험하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최근 발생한 최 시장의 가정폭력을 언급하면서 “최종환시장이 부인과 딸을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행동은 일반 가해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이라고 말하고 “일반인과 다를 것 없는 상투적 변명이 궁색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성 인권을 위한 실질적 개선책 절실
60대의 이씨는 “파주시장의 가정폭력 사건으로 충격을 먹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40대 주부는 “피해자 보호는 되냐”며 후속조치에 대해 물었다. 관련 전문가는 “파주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정폭력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된다. 특히 가정폭력피해 여성 실태조사와 경찰과 연계한 엄중한 처벌, 보다 많은 상담소 설치와 긴급피난처 확충 등 여성 인권을 위한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관련기사는 www.atpaju.co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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