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임원경제지 보양지(林園經濟志 葆養志)》출간 -도올 김용옥 선생의 '보양지의 문명사적 의미' 서문   

입력 : 2020-11-12 06:56:38
수정 : 2020-11-12 09:10:30

임원경제지 보양지(林園經濟志 葆養志)출간

-도올 김용옥 선생의 '보양지의 문명사적 의미' 서문   

 

 

 

 

  풍석 서유구의 필생의 대작 임원경제지16지 중 하나인 보양지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보양지가 완역 출간되었다.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이 백과전서는 16개의 지(), 250여 만 자에 이르는데 그 중 하나의 지가 보양지. 18년째 임원경제지번역에 매달리고 있는 ()임원경제연구소(소장 정명현)가 전체 완간을 향한 막바지 힘을 쏟아낸 결과이다. 전종욱 교수(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와 정 소장이 번역하고,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임원경제지 보양지의 문명사적 의미에 대해 특별히 장문의 서문을 붙였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 처한 시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무엇이 특별한가? 그 답은 여러 방면에서 논의될 수 있겠으나, 결국 우리 역사로 눈을 돌려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장대한 도약을 가능케 한 앞 시대 거인의 어깨를 역사 속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오늘 우리의 성과들이 사실은 우연을 빌어서 드러낸 필연의 결과임을 이해한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렇다면 지금의 갑작스런 성공을 넘어 미래 세계를 리드할 자부심을 얻지 않을까?

 

 

도올 김용옥 서설: “임원경제지》 〈보양지와 우리 문명이 가야 할 길

 

이 책의 전반적 의의에 대해 설명한 도올 김용옥의 임원경제지》 〈보양지와 우리 문명이 가야 할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선문명론이라 할 만하다. 우리 문명의 초기모습을 전 세계 고인돌 수량의 절반이 밀집한 웅대한 고인돌 유적에서부터 탐색하였고, 이후 중국문명에서 발원한 인문주의를 우리 감성에 맞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구현해간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평가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 문명의 핵심을 자연의 도와 사람의 도, 곧 천도(天道)와 인도(人道)가 하나로 조화되는 이상을 향한 위대한 여정으로 묘사했다. 그것은 지금 인류의 미래상으로 제시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이 같은 여정 위에 풍석 서유구의 발걸음이 함께 하고 있었다. 풍석의 임원경제지는 정조의 스승이었던 할아버지 서명응(1716~1787), 조선 후기 최고의 천문역산학자였던 아버지 서호수(1736~1799)의 직접적 학문의 훈도가 바탕이 되어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서호수는 서학의 비조 마테오리치(Matteo Ricci, 1552~1610)의 저술을 완벽히 파악하고 진리의 관점에서 자신이 그의 학문적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오롯이 드러내 보였던 세계인이었다. 이들 3대의 사유 속에서는 동서와 고금의 모든 학문과 지식이 편견 없이 동등한 지위에 있었다. 오직 인간에게 유용하며 사회를 향상시킬 공효가 있는 지식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이 문제될 뿐이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단련시켜 온 우리 문화의 정화가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 다시 한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한 것이다.

 

 

조선 양생지식의 집대성, 그리고 개인·가정·사회로 확장하는 조선문명의 건강법

 

임원경제지 보양지는 조선 후기 완숙한 유가적 양생술의 완성판이다. 본디 양생법은 도가 계열이나 불교에서 발달한 내단술이나 좌선 등으로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지만, 중국과 조선 양국에서는 송대 이후 유가적 합리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생활 속 건강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현세를 벗어난 초월에 대한 지향은 점차 배제되고, 유가적 관점에서 재해석된 양생서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조선에서는 명나라 말 호문환(胡文煥)수양총서를 간추린 이창정(李昌庭, 15731625)수양총서유집(1620)이 나오게 된다. 중복과 오류, 비현실적인 내용을 제거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알맞게 만들었다. 이 흐름이 산림경제, 다시 증보산림경제로 이어지다가, 보양지에 와서 동아시아 양생지식을 다시 한 번 집대성했다.

 

사대부 지식인으로서 서유구의 의학지식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한데 그가 친지들의 질병에 약 처방을 내어준 기록을 볼 때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역자들은 추측했다. 특히 보양지62개의 안설(案說)에서는 서유구 자신의 판단과 견해를 명료하게 드러냈고 농업, 음식, 의료 등 다른 분야 지식을 활발히 링크하여 지식의 체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로 연결된 인간과 환경의 공진화: 양생의 도와 성인의 도

 

천지는 사람의 부모와 같다. 당연하게도 하늘은 나의 고통, 나의 질병, 나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님은 자식이 병이 날까 걱정일 뿐(父母唯其疾之憂. 논어 위정편)” 다른 것은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마음과 동일하다. 부모로서의 천지자연은 인간이 무한히 행복하고 기뻐하는 것만을 보고 싶어 한다. 자녀로서의 인간은 천지부모가 내려준 만물을 활용하여 내 몸을 잘 기르는 것이 최상의 효도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 그것이 나를 이 땅에 내신 하늘에 대한 최상의 보은이라 했다.

 

최상의 인도(人道)의 실천은 하늘과 땅이 끊임없이 생성하는 도에 함께 참여하여 종국에는 이전의 천지자연보다 더 나은 천지자연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성인의 도가 그러한 것처럼 보양의 도역시 궁극적으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보양지는 자연과 인간의 기쁜 만남, 건강한 공생을 연결해 주는 추뉴(樞紐, 중추). 하늘과 땅의 모든 좋은 기운이 응축된 곡식, 광물, 약초, 자연물의 기운 등이 모두 약이(藥餌, 약음식)가 된다. 첫새벽에 길어 쓰는 정화수는 천지생명의 시원으로서 뱃속 운화(運化, 음식의 소화와 영양의 수송)의 근원을 돕는 효능을 가진다. 정화수 하나가 만약(萬藥)의 기본을 갖추었다고 하여 진일음자(眞一飮子)’라는 번듯한 명칭도 부여하였다. 약초 중에는 황정(黃精)’을 으뜸으로 쳤는데, []의 순기(淳氣, )를 받았다고 하여 특별히 중시하였다. 흔하게 보는 삽주[] 역시 산정(山精)’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듯이 산의 기운의 정화를 담았다. ‘오행의 정()’을 모두 모았다는 오미자(五味子)도 뺄 수 없다. 3천 년 전부터 약으로 써 온 작약(芍藥)’산약(山藥, )’, 몰약(沒藥)은 물론이요, ‘고구마[甘藷]’가 오곡을 능가하는 약이라고 서유구 자신의 최신 지견을 붙여 두었다.

 

조선 사람들은 때로 이런 모든 자질구레한 구분을 넘어 산야의 온갖 풀과 꽃을 한데 모아서 복용하기를 즐겨 했다. 보양지에서 보이는 백초화(百草花), 백초지(百草枝)가 그러한 이름이다. 채취 후 수치법(修治法, 처리법)도 낮에 햇볕을 쬐고 밤에 이슬을 맞혀 일정(日精)과 월화(月華)를 취하도록 하여 하늘과 땅의 기운을 가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천지의 신명(神明)과 통하고 천지의 도에 합하는 진인(眞人)이 되고자 염원했던 것이다.

 

수진(修眞, 몸 수련) 편은 실로 침도 약도 없을 때혼자 몸을 굴신하여 병을 치료하는 법을 모았다. 약과 음식보다 앞에 편집되어 매우 중시된 것이다.

 

역자들은 고금의 수련법에 대한 그림 160장을 발굴하여 함께 수록하였고, 그림이 없거나 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역자들 스스로 동작을 재현하여 촬영한 사진 178장을 게재하였다. 그밖에 일러스트 5, 도표 12, 기타 그림 69, 기타 사진 56장도 함께 수록했다.

 

 

도가의 양생비결을 요약한 수진도(修眞圖)[청나라 용호당(龍虎堂) 판본]

 

 

도인도[호남성박물원(湖南省博物院) 복원 소장본]

 

 

인체 내부를 그림으로 풀이한 도교의 내경도(內經圖)(작자 미상)

 

 

임원경제지 보양지(3, 1,326, 각권 33,000)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도올 김용옥 감수 및 서문

임원경제연구소(전종욱정명현) 옮김

풍석문화재단 2020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