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주농협본점서 성추행, 성희롱사건 잇달아-성희롱이 감춰지는 직장, 이젠 바뀌어야 한다
수정 : 2020-05-22 02:32:39
북파주농협본점서 성추행, 성희롱사건 잇달아
L 전 문산이장단 협의회장 성추행으로 입건돼
성희롱이 감춰지는 직장, 이젠 바뀌어야 한다.
▲ 북파주농협본점 경제사업무
K양은 지난 5월3일 전 문산이장단 협의회장인 L씨와 북파주농협본점의 J 감사부대리를 각각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파주경찰서에 신고했다.
K양은 L씨는 성추행을, J대리는 지속적으로 본인을 괴롭히고 성희롱을 했다고 진술했다. L씨는 CCTV녹화자료가 있어 입건되었고, J 대리는 피해자 진술이외에 증거가 없어 입건되지 않았다.
북파주농협본점 자재부 영업보조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었던 K양은 2019년 9월 26일 자재부를 방문한 L씨가 K양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K양은 “L씨가 다른 사람 전화번호 저장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는 도중, 자리에 앉아있던 L씨가 ‘힘들지 힘내’하면서 K양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K양은 사과를 요구했고 L씨는 처음엔 “예뻐서 그랬는데 그런 걸 가지고 왜 그러냐?”며 화를 냈고 K양이 “녹화된 것이 있으니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그제야 사과를 했다는 것.
L씨 전혀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
여성청소년 수사4팀, 고양지원에 사건송치
L씨는 “전혀 성추행의 의도는 아니었다. 또 사과까지 했는데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현재 파주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4팀에서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위는 이 씨를 성추행 혐의로 18일 고양지원에 사건송치 했다고 밝혔다.
사건자체보다 수습과정이 문제를 키웠다.
K양 불러 침묵강요하고 감사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북파주농협 본사, 피해자 보호가 아닌 사건 은폐로 비난받아
문제는 사건 자체보단 사후수습이 전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이 아닌 은폐 쪽으로 갔다는 데 있다.
L씨는 사건직후 지인을 통해 A상무에게 무마를 청탁했고 A상무는 K양을 상담실로 불러 사건을 확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것. 이 자리에는 A상무 이외에도 S대리와 다른 한명의 남직원이 있었고 K양은 분위기가 협박은 아니었지만 다소 강압적인 회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K양은 이들이 “밖에 나가 절대 이런 이야기 하지마라”, “네가 원하는 게 뭐냐?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등으로 압박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 등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K양은 동 사건이 “E조합장이나 중앙회 감사위원회에 보고되지도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이 지나가고 있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E조합장의 경우 사건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겠지만 사건처리에 부담을 느껴 은폐 했다는 게 K양 주변인들의 주장이다.
농협은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합장과 감사과 그리고 ‘여성인권위’에 이를 즉각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게끔 내규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북파주농협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피해자를 겁박하고 이 사실을 은폐했다. L씨는 파주경찰서로부터 참고인조사 출석요청이 오자 북파주농협본점을 찾아가 “너희 들이 무마시켜 준다고 했는데 이게 뭐냐”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아리러니 하게도 불법선거의혹과 임원관리에 실패한 이걉영조합장이 최근 경기도 조합장상을 받았다.
감사실의 J대리 성희롱으로 신고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입건 안 돼
J대리 “사실 무근이다”고 주장
또한 K양은 “감사실의 J대리가 별도의 사무실에 본인을 자주 불러 본인업무와 별 무관한 사항으로 트집을 자주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양은 “농번기가 업무가 많을 때도 불려가 특별한 일도 아닌 것으로 40-50분씩 대화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K양에 따르면 장대리가 작년 6월경 “일을 왜 이렇게 하셨죠? 혼나야죠.”하면서 본인 손을 잡으면서 어린애 혼내듯이 ‘떼찌’하며 손을 치고 쓰다듬었다는 것. K양에 의하면 J대리는 이밖에도 “밥이나 먹자, 막걸리 한잔하자, 집에 같이 가자”는 등 부담스런 제안을 자주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J씨는 “K양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무실구조를 보면 알지만 손을 잡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여 직원이 사무실에 올 경우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K양의 성희롱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J씨의 사무실에는 CCTV가 없어 J씨의 주장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또 “나는 당뇨를 앓고 눈 수술까지 받은 상태인데 그런 일을 하겠냐?”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J씨는 툭하면 K양에게 ‘하나님 말씀‘같은 내용을 카톡으로 수시로 보내는가 하면 평소 성희롱 교육을 강조해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증언은 들어보면 J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또 본보가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P신문의 H기자가 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장씨가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는 진술 을 확보한 상태‘임이 밝혀져 J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보인다.
북파주농협본점 일부 임원들, 여직원들에게 황당한 말로 모욕주고
회식자리서 안주 시중들게 해
이 밖에도 K양은 “춘계행사에서 H상무가 술을 마시고 K양에게 ‘엉덩이가 작아 애를 낳을 수 있겠냐?’며 말해 자신을 당황하게했고, 회식자리에선 상사들이 술을 마시면 옆에서 여직원들이 안주를 입에 넣어주는 일이 일상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K양 퇴사 후 자존감도 낮아지고 아무 일도 못했다
북파주농협본점 임원들 괘씸해 신고, 벌 받아야 한다
K양은 사건발생 후 임원들의 냉대와 스트레스로 15일 만에 퇴사했다.
K양은 ”때론 20Kg 짜리 비료부대를 나르는 등 업무량이 많았어도, 정규직이 되기 위해 참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다. 그런데 그만두고 나니 이용만 당한 것 같아 정신적으로 엄청 힘이 들었다”“그런거 생각하니까 참는 게 호구라는 생각이 들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또 K양은 “퇴사 후 자존감도 낮아지고 아무 일도 못했다”고 말하고 “여자 직원들의 고통을 당연시 하고 나 몰라라 하는 위선적인 북파주농협본점 임원들이 괘씸해 벌을 주고 싶었다”며 6개월 만에 신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어떤 터치나 농담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의식 필요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어떤 터치나 농담도 상대에 따라선 성추행, 성희롱 혹은 성차별발언이 될 수도 있다. K양은 주변인들에게 “L씨 보다도 J대리는 꼭 처벌되어야 한다”고 말해왔으나 실상 이번 사건에서는 성희롱 증거가 불충분해 J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어떤 터치나 농담도 상대방이 문제 삼으면 법적인 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여직원에 대한 무시, 야한 농담, 불필요한 신체접촉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징계나 처벌, 예방교육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조치 매뉴얼 제대로 작동해야
오랫동안 한 개인을 불편하게 한 농담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자행되고 있는데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현 법 체계도 문제다. 여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남자 직원들로부터 무시나 야한 농담,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 등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우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징계나 처벌, 예방차원의 교육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조치 매뉴얼 등이 제대로 작동되어야하는 이유이다.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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