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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을 직접 짓다 - 자가 목조 건축교육원

입력 : 2019-12-18 10:56:29
수정 : 0000-00-00 00:00:00

사회적경제

 

  나무 집을 직접 짓다 - 자가 목조 건축교육원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체계적인 목조건축 교육을 펼쳐 나가고 싶어요

 

▲ 파주시의 조리읍의 '자가목조건축교육원' 소장과 수강생들

 

파주시 조리 읍에서는 조그만 건축역사가 새롭게 피어오른다. 군부대 입구, 호젓한 4천여 평의 자연스런 환경 속에 이곳저곳에 목재가 놓여있고 곧 합판을 싣고 온 1톤 트럭이 도착한다. 공구들이 군데군데 편하게 놓여있고, 교육원이라고 하기엔 다소 널널한 분위기다. 허나 이 학교에는 보석 같은 경륜을 지닌 두 장인들이 있다. 설계와 감리 전문가인 김창환 소장과 시공 전문가인 조래근 소장이 그들이다. 직급을 차등 구분 짓는 게 나도 그렇고 상대도 좀 그러니 같은 소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즉 이론과 실무가 다 갖추어진 건실한 구조의 작은 학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 아직은 수강생이 단 2명뿐이다. 의정부서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박호병, 김혜정 부부가 그들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의정부서 25년을 살았지만 박씨가 은퇴 후 돌아갈 곳은 역시 고향 땅이다. ‘고향에 땅을 사 두었는데 거기다 직접 목재로 집을 짓고 싶어 이 학교로 오게 됐어요.

소박한 농부나 자연인을 연상 시키는 박 씨는 금방 밝은 미소를 짓는다. 모든 게 자연스럽고 편하다. 열심히 배우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니 아름다웠다.

나무로 자신이 직접 지은 친환경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목재는 피톤치드를 뿜어 우리 건강에 좋고 상막한 콘크리트 보다 정신건강에도 분명 좋다. 요즘은 노후 은퇴를 앞 둔 사람들이 목조 주택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는다. 또 박 씨같이 직접 자기가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잘 지은 목조주택은 콘크리트보다 2.5배나 강하다고 하니 목조주택에서 살수만 있다면 대박이다.

 

 ▲ 자가목조건축교육원의 이론 담당 김창환 소장 
 

이 교육원에서는 이론과 실기를 3:7의 비율로 가르친다.

이론은 김창환 소장, 실기는 조래근 소장이 맡는다. 실기의 비중을 늘린 것은 어쩜 당연한 배분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원칙을 무시하는 교육원도 많다. 이론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동 교육원에서는 이론 없이 실기는 무의미하다고 가르친다.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 이해되고 그림이 그려져야만 구체적인 건축이 실수 없이 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자신이 집을 직접 짓더라도 견적을 잘 뽑아야하고 다른 목수를 쓸 경우는 더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예산이 공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관행같은 건설풍토에선 자재가격, 인건비, 공사기일 등에 대한 지식과 운용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걸 여기선 가르친다. 꽤나 설득력 있는 학교다.

 

일단 이론교육을 맡고 있는 김창환소장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는 철도청에서 5년간, 충남 보령 시청에서 10년 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주로 공공건물 설계,인허가, 감리 등의 일을 해왔다. 관공서 건축 일을 하다 보니 규정에 충실하고 원칙에 입각한 꼼꼼한 작업 스타일이 몸에 배었다. 그는 작은 나무 컨테이너 하나를 짓더라도 노트 가득히 작업을 분석한 메모들이 빽빽하다. 대충이 절대 아니다.

안경너머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는 우리나라 목조 건축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낸다.

사실 우리나라 목조 건축은 아직 멀었어요. 뭐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로 지어 올리고 곧 문제가 생겨 뜯어 고치기 일쑤죠’ /‘목조라는 게 구조학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규정이 디테일하게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게 없어요!’

작년에야 처음 국토교통부 시행규칙으로 소규모건축구조기준 목구조가 제정되었을 정도다.

캐나다나 미국에선 거의 반세기 전에 이미 목조주택 건축 법제화가 시작된 것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 자가목조건축교육원의 시공소장 조래근씨
 

우리나라에 목조주택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일산과 분당의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일부 주택단지와 전원주택들이 목재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경험자가 드물었고 건물 구조역학을 모르는 내장목수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목조 주택을 본따 대충 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북미의 경골 목구조(light frame wood structure)방식을 쓰고 있는데 2x4인치의 규격목재를 주로 사용, 표준화 및 규격화가 중요한 덕목으로 지켜져야 할 건축공법이다. 그런데 건물의 안전과 유지 보수를 담보해 줄 표준화나 규격화가 법적으로 엄격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나르고 있다.

 

법제화가 시급합니다! /‘사실 건축주들은 목재 들이 어떻게 안에서 연결되었는지 잘 모릅니다.’시공자가 조그만 부품 값을 아끼려다 전체 벽이 주저앉을 수도 있어요.

2x4인치 나무들을 벽 안에서 잡아주는 작은 연결철물(목재 커넥터)과 이중전단 못 박기를 보여주며 안타까워하는 조래근 시공소장의 울림이 목직하다.

 

단단한 몸매에 25년간의 작업 경륜으로, 척 보아도 전문가의 느낌이 금방 다가오는 조 소장.

2006부터 2009년까지 캐나다 밴쿠버에 소재한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박물관 공사를 위해 5명의 보조목수를 데리고 공사에 참여 했었고, 그것이 그의 새로운 건축지평을 열었다.

완전히 달랐어요. 캐나다에서는 공사하는 게 근본적으로 우리랑 달랐어요!

느렸지만 매 단계가 확실했고 원칙대로 체계적으로 지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국내에서 제가 나름대로 쌓아왔다는 기술과 건축체계를 재정립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목조건축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기자재가 가득하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작업현장에서 였다.

김창환 소장이 현장소장으로, 조래근씨가 당시 현장 총 감독을 맡았던 공사현장에서

그들은 서로 의기투합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좋은 인연이 되어 건축학교가 세워지게 되었다.

 

우리 한번 제대로 된 목조 건축법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조 소장이 동의해주어서

이렇게 시작했습니다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김창환 소장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체계적인 목조건축교육을 펼쳐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조래근 소장이 정확한 측량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마침 김창환 소장을 찾아온 목공학교 졸업생 박복용씨는 파주야 말로 목조 주택단지 조성의 최적지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러시아나 중국의 목재 수입이 용이한 지정학적 장점과 주택단지 조성지가 많은 점을 들었다.

작게 시작했지만 탄탄하게 출발한 자가 목조 건축교육원이 잘 버티고 견뎌주면 좋겠다.

그러면 진정한 주거의 꿈을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유익이 될 것 아닌가?

아마 잘 될 것이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수강생들에게 혼신을 다하는 두 소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믿음이 생겼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등원로 330번길 166번지

문의: 김창환소장 010 2505 0270

 

 

.사진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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