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며 살고 싶다. 생존의 문제이다” 파주읍 부곡리 ‘P환경개발’의 분진, 악취, 소음, 파리떼에 주민들 고통
수정 : 2019-12-20 01:13:52
“숨쉬며 살고 싶다. 생존의 문제이다”
파주읍 부곡리 ‘P환경개발’의 분진, 악취, 소음, 파리떼에 주민들 고통
쓰레기의 가스로 화재 위험성 상존하나 소화기만 설치하면 끝인가?
▲ 생활쓰레기를 분쇄하며 나오는 분진과 악취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 폐기물 쓰레기산, 파주만 2만여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파주시도 쓰레기 문제로 몸살이다. 우선 재활용 사업 등을 한다며 토지주를 속인 뒤 불법폐기물을 몰래 버리고 달아난 불법 ‘쓰레기 산 문제. 파주에서만 4군데 2만 여톤으로 골칫거리가 되어 쌓여있다. 불법 쓰레기가 방치된 곳은 조리읍 장곡리(2만t), 파주읍 봉암리(1천t), 적성면 가월리(800t), 검산동(500t) 등이다. 이 중 어느 한군데도 범인이 잡히거나 해결이 된 곳이 없이 2~7년 동안 방치되고만 있는 실정이다. 시에서는 안내문 한 장 돌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폐기물을 논에 불법 매립하기도
산업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는 문제도 있다. 산업폐기물을 일반 토지와 섞고 그것을 몰래 허락받지 않은 일반 논에 부어놓고 그 위를 또 흙으로 덮어놓으면 토지주가 신고를 해도 시에서 나와 그것을 산업폐기물이라고 쉽게 판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불법매립한 이에게 시가 벌금과 원상회복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보다 넓은 파주시에서 공적 감시의 눈길이 소홀할 수 밖에 없는 파주시에서 애꿎은 시민들만 날로 늘어가는 거대한 쓰레기와 씨름하고 있다.
고형폐기물연료(SRF) 만드는‘P환경개발’
파주역에서 동쪽으로 두원공대 파주캠퍼스 너머, 직선거리 2Km가 채 안 되는 곳에 파주읍 부곡리가 있다. 이곳에 자원활용업체가 몇 군데 있는데 소음과 악취, 진동으로 주민들의 민원과 원성이 특히 높은 곳이 폐기물 종합 재활용 업체인 ‘P환경개발’이다.
이곳은 가연성 생활쓰레기를 분쇄, 압착, 고형화해 만드는 고형폐기물연료(SRF, Solid Refuse Fuel, 이하 고폐연료)를 만드는 곳이다. 고폐연료는 플라스틱, 비닐, 목재, 종이 등 가연성 물질만을 걸러내어 건조, 성형 과정을 거쳐 생성된 고효율의 고체 연료다. 약 500톤의 고폐연료를 태우면 4,0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12.1㎿의 전기를 생산한다. 그냥 불태워 버리면 단순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쓰레기는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변신한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고폐연료는 화력발전소, 열병합 발전소, 시멘트 공장 등에서 화력 보조연료로 사용된다.
이러한 폐기물 종합 재활용 업체는 파주시에만 34곳이 있다. 이 업체들은 재활용하는 폐기물의 내용 - 목재, 전선, 합성수지, 비닐 등의 종류에 따라 공장이 나뉜다. P환경개발처럼 폐합성수지를 재활용 하는 업체만 파주에만 스무 곳 넘게 있다. 담당 공무원은 이 수치는 전체 경기도의 지자체와 파주시의 면적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한다.
▲ 2017년 당시 야간작업을 하던 모습
‘P환경개발’에서 나오는 분진, 악취, 소음으로 유령마을 같다.
이 공장에서 고폐연료 생산을 위해 생활 쓰레기를 분쇄, 압축하는 과정에서 소음, 악취,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어서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 공장 아래쪽에 사는 한 주민은 “시도 때도 없이 멀리서 연속해서 쏘는 대포 소리 같은 엄청난 소음에 애기가 자다가 벌떡 깨어서 울고 파리도 엄청나고 악취가 장난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곁에 있던 또 다른 주민은 “저 공장에서 작업할 때 마을에 안개가 끼어 있으면 소음과 악취가 더해져 유령마을 같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데로 이사가고 싶은데 농사 짓고 사는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11월인데도 몇 시간 만에 파리끈끈이에 가득 붙은 파리떼들
바로 옆 M사 L씨는 “문닫고 다니는 실내에서도 파리끈끈이가 없으면 일할 수 없다.”며 겨울인데도 파리가 까맣게 붙어있는 파리끈끈이를 보여주었다. “분진과 악취로 숨쉬기도 힘들어요. 숨을 안쉬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것은 시민 생존의 문제 아닌가요?”
시커먼 매연이 솟는 화재가 3일간 이어져
더 위험한 것은 쌓아 놓은 생활 쓰레기에서 메탄이나 발화 가능한 가스가 새어나와 불이 날 위험이 늘 있다는 것이다. P환경개발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태성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쓰레기 재처리 업체에서 2017년 11월 7일 대형화재가 발생하였고, 이 불은 3일 동안 꺼지지 않았다. 그것도 소방서에서 7일 전에 점검차 와서 과태료 징계를 내렸는데 8일 후에 불이 난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적은 1500톤의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소방서 조사는 자연 발화라고 하지만 나머지 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다가 그 불이 전체로 번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주민도 있었다.
▲ 2017년 화재때 나온 시커먼 매연은 3일간 이어졌다
인근 지역 소방서 4곳에서 헬기 2대, 소방차 18대, 소방인력 30여명을 동원해 3일 동안 불을 끈 것이다. 자칫했으면 산불로 번져 대형화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이름 바꾸고 같은 영업
그리고 업체 영업정지 명령을 받아 운영이 정지 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다시 이름을 바꾸고 현재 정상운영 되고 있다. 그 사이 B 업체는 주민들의 진정을 받아 검찰에 태성 비즈니스의 영업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태성비즈니스는 ‘P환경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다시 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일체 소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쌓인 재료들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가스에서 언제든지 자연발화의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P환경개발 관계자 김모씨의 발언. 그는 이 업계에선 화재가 흔히 있는 일이라고 까지 말했다.
화재이후 주민들 반대 완강
3일 동안의 화재에 대해 소방서는 “해당년도에 화재로 인한 연기성분검사 의뢰 및 연기성분 감정의뢰 실적없습니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측정되진 않았지만 다이옥신 등 대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주민들의 건강에 악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수치를 높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이후 이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잘 몰랐던 주민들이 쓰레기 재처리에 대한 완강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P회사 관계자 김모씨는 “이웃한 모 업체가 주민들을 꼬드겨 우리가 땅을 싸게 팔고 나가기를 바라거나 다른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화재 이후 일반소화기구 갖추지않아도 되는 업체가 되어
화재 발생 후 이 업체는 무슨 까닭인지 스프링클러 등 일반 소화 기구는 갖추지 않아도 되고 소화기만 설치하면 되는 업체가 되었다. 3일 동안 그 엄청난 화재사고를 두고도 도무지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기본적인 소방장비만 갖추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업체들처럼 일반 정기점검 외에는 화재 기 발생 지역 특별 점검이나 기타 특별점검은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일반 가정 집 화재도 아니고 3일 동안 쓰레기에서 불이 났던 기업이 다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소방서에서 하는 점검은 일반 정기점검 뿐이다.
‘혐오시설 폐쇄 요청’ 법정소송 준비중
마을 주민들과 B 유통업체는 계속해서 민원과 법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시 환경과에 고충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법 제도상 달리 제제를 가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악취와 소음은 시간대마다 달라서 단속이 어렵다”, 저녁 8시 이후 소음은 “회사측에서 밤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한다”는 공무원 말에 주민들은 불만이다.
마을 주민들은 불만 수준이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더 이상 못살겠다.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업체 영업을 허가한다면 부곡리 주민 이주대책을 세워라”는 요구를 파주시는 귀담아들어야할 것이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안전한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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