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개성 고속도로’ 남북협력사업 위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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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개성 고속도로’ 남북협력사업 위장 아닌가
느닷없는 ‘문산-개성 고속도로’
국방부는 남북화해시대를 맞아 지난해 말 남한 면적의 8.8%를 차지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가운데 337㎢를 해제하기로 했다. 파주의 경우 민통선 내 백연리 벌판 일부를 ‘군사시설통제구역’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완화시켰다. 국방부가 동의하면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환경부는 임진강하구와 한강하구를 생태자연 등급외 지역으로 완화시켰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한국도로공사가 문산 개성 간 고속도로를 짓기 위한 TF팀을 구성했다는 보도가 흘러 나왔다. 심지어 인터넷의 경기 서북쪽 부동산 사이트들에서는 노선까지 돌아다녔다. '남방한계선고속도로'란 이름으로 고성까지 연결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부 쪽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며, 그 속에 남북협력사업이라는 이유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도 포함시켰다.
도라산에서 개성 연결하는 노선없는 계획
파주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당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타면제 반대’ 성명을 했다. 그러자 노선도가 공개되었다. 그러나 도라산에서 개성으로 연결하는 계획은 없었다. 한국도로공사 측에 따르면 북한과 합의되지 않은 데다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도라산에서 개성으로 연결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고속도로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북이 연장도로 건설을 합의해 주지 않으면 도라산까지 만들어 놓은 도로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도로건설 계획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이요 서울-평양간 고속도로 건설의 부분 공사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까지 완공하여 서울에서 도라산까지 한시간 안에 주파한다는 설정이다. 이 공사는 교량 11개 터널 1개로 대부분 산의 7~8부 능선을 지나는 도로이다. 공사 진행은 중간에 탄현면 낙하리를 중심으로 1,2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만 남은 계획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파주시 문산읍 산단 I.C에서 도라산까지를 잇는 총길이 11.66KM의 도로건설사업이다. 올해 준비사업에만 230억이 배정되었고 내년 예산안에는 302억, 전체 총공사비 추정 예산은 5,800억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0월 시행사가 정해지면 1,2차 턴키 발주를 하여 내년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7월 환경영향평가의 앞 단계인 전략영향환경평가 초안이 나왔고, 이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한 후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하게 되어있다.
마을을 자르고, 문산 홍수 위험 더 커져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파주어촌계는 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개발업자와 토건세력만 배불리고 그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단반도의 농경지로 노선이 지나가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남방한계선의 산줄기를 따라가는 노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환경평가서에서는 장단반도를 '제2의 개성공단'인 '평화특구' 지역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민간인통제구역 내 장단반도와 도라산역 인근 농경지를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이 도로의 목적이라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노선은 임진강변 전통마을인 낙하리 마을을 둘로 가르고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을 생태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고, 장단반도를 개발할 때 문산지역 홍수 위험이 더 커진다는 위험이 있다고 본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이 고속도로는 친환경 학교급식 쌀 생산지, 두루미 등 47종의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없애는 노선이고, 전 구간이 지뢰 지역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지역인데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듯 추진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도, 바다도, 땅도 망치는 사업” 어촌계 주장
파주어촌계는 생업의 터전이 파괴되고 강도 바다도 땅도 다 망치는 사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강에 교각 하나만 생겨도 유속이 느려져 퇴적량이 늘어나고 강폭이 좁아져 황복과 장어 치어가 올라오는 데, 특히 장어 치어의 경우 더욱 예민해 공사와 차량 통행 시 진동이나 시멘트 독성 때문에 임진강으로 올라오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경구 파주어촌계장은 “최근 2∼3년간 황복과 장어 치어 등의 수확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임진강 수생태계 변화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다리를 먼저 건설하겠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파주어촌계는 지난 9월 10일 시청본관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 주민의견서를 파주시에 제출했다. 이후 9월 19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북한과 비무장지대·접경지역에 대한 생태·역사·문화 보전 원칙 합의가 우선이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등 민통선·접경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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