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한 도로인가? 사람 위의 도로인가?
수정 : 2018-06-29 11:09:06
사람 위한 도로인가? 사람 위의 도로인가?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 현장을 가다
6월 25일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 사업구간을 파주환경운동연합 단체와 본지는 현장답사에 나섰다.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미세먼지, 분진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밀착취재에 나섰다. 이에 앞서 6월 22일 영태리 생태학습센터에서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공동의장, 김정헌 공동의장, 정명희사무국장, 조영권 전의장, 최용석 전 운영위원은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 영태리 구간 주민들의 의견을 시에 전달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협의를 가졌다. 서울-문산간 고속도로는 민자사업으로 파주시 구간은 총 13Km이다. 지난 겨울 공사를 중단했다가 봄부터 진행하고 있다.
산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의 모습
서울-문산간 고속도로에 대한 환경부의 보완내용과 국토부의 답변
다음은 서울 문산간 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장관(광역도시도로과장)에게 보안 요청 중의 일부 내용이다.
‘아동동과 영태리 구간에 236m의 금촌3교가 20m 이상 높이로 설치되면서 거대 한 교량으로 인한 위압감과 이질적 경관 등이 발생하고, 아동동 마을에서 13m 정도의 성토로 인한 조망의 차단 등이 예상된다. 경관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각의 수를 최소화하는 등 종합적인 경 관저감 계획을 수립하고 금촌3교를 최대한 연장하여 아동동 마을에서의 조망 차단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 보완요청에 대한 국토교통부장관(광역도시도로과장)의 반영 여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아동동과 영태리 구간에 설치되는 금촌3교 시점부의 성토부 조망차단 검토결과, 주거밀집지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으며, 교량화 설치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 금촌3교의 교각수 및 경간장 검토결과, 교량하부에 위치한 새꽃로, 금촌천, 경의선 철도, 아동로 등으로 인해 현재안이 최적안으로 검토된다.
- 시공 전 ‘통합경관계획’을 수립하여 교량 및 방음벽의 형식 및 색채 등을 주변 환경 및 지역특성에 부합하도록 계획하고, 사면 발생지에 대한 조기녹화를 시행 하여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장난인가?
국토부의 답변에 대해 파주환경운동연합이나 서울-문산간 고속도로 대책위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장난질 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자동측정망설치, 방음벽설치, 공사시 소음 저감 등을 구간마다 측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 측에서는 “기본설계에 맞추어 공사를 하고 있다”고 답하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사람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려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한 안전바
안전바 없고, 공사현장 하수물이 방치되어
이날 찾은 공사현장에서는 주민과 공사구간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는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공사현장에 쓰레기 투기도 이어졌다. 이것은 공사현장을 출입하지 못하게 안전바나 바리케이트가 없어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것이다. 공사현장의 허술한 안전바는 자칫하면 인명피해를 가져 올 수 있다.
특히 공사현장이나 도로에서 흘러나오는 하수물은 비점오염, 각종 중금속이 섞여 있어서 별도 하수처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동동의 공사구간 중 일부 공사측구를 농업용 하수처리에 연결해놓았다. 이는 폐수를 방류하는 것과 같다.
영태리 주민들은 터널형 방음벽 원해
영태리 마을주민들은 터널형방음벽 구간을 400m를 원하고 있으나, 업체 측에서는 150m만 설치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태리 주민들은 마을 뒷산으로 고속도로가 관통하면서 마을이 분단될 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먼지, 소음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방음벽 설치 시 소요되는 금액은 평당 2,000만원으로 총 20~30억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체 측은 예산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총 2조원을 투자하는 고속도로 공사구간에 마을의 존속과 유지를 위해 주민들 전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주민들은 박정 국회의원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터널형방음벽 구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여 수익을 내자’는 대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답이 없다.
공사장 쓰레기 투기
“먼지와 분진, 발파소리로 전쟁터 같아요”
영태리를 관통하는 도로는 산을 허물고 도로가 들어서고 있다. 지역주민 L씨는 “아이들과 함께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함께 뛰어놀던 이곳은 이제 고속도로가 들어서서 더 이상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러한 도로는 과연 누구를 위한 도로일까요?” 또한 주민 C씨는 “먼지와 분진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지도 못한다. 미세먼지에 공사 먼지까지 정말 숨도 쉴 수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여름이면 개구리 소리 가득했던 금촌의 논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아동동 주민 H씨는 “이제 더 이상 살 곳이 못되고 있습니다. 바람과 자연의 소리가 가득했던 이곳에 공사차량의 소음과 발파소리는 전쟁터 같아요.”라며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
5년간 외침, 파주시가 답해야
영태리 주민들은 마을의 유지와 생존을 위해 지난 5년간 싸워왔다. 바로 옆 고양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서울-문산간 고속도로 진입로와 교량 수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섰다. 파주시는 다르다. 주민들은 파주시가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파주시에서는 한 것이 없다. 파주시는 주민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주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헤치고, 마을 주민들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
이성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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