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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환경예술가 크리스 조던 (Chris Jordan)

입력 : 2015-06-25 1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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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기록을 미적대상으로 변화시키는



환경예술가 크리스 조던 (Chris Jordan)



 





크리스 조던



 



크리스 조던, 쓰레기에서 아름다움 발견



여러 예술가들이 환경문제를 자기 작품의 컨셉트로 채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독보적 인물이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이다.



 



그는 1963년 태평양 연안의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그곳을 활동 기반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전시와 강연, 그리고 집필을 통해서 자신의 믿음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참여적 행동주의 작가이다. 역시 사진작가였던 아버지의 흑백사진 미학에 반감을 갖고 컬러사진이 갖는 사실성에 주목하던 중, 우연히 쓰레기 더미 사진 속에서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의 사진을 본 친구가 “이건 미국의 자화상이군!”이라고 한 말이 작업의 키워드가 되었다.



 





▲Barbie Dolls, 2008 | 어느 르네상스 화가가 그린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 같다.



 





▲3만 2천개의 바비 인형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이 숫자는 2006년 매월 미국에서 가슴 성형 수술이 이루어지는 횟수를 의미한다.



 



<숫자 헤아리기, 미국의 자화상Runing The Numbers, American Self-Portrait> 시리즈



그의 작품은 최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긴 파괴의 흔적을 찍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대량 소비사회가 남긴 끔찍한 부산물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에 대한 데이터는 모두 수치로 기록된다. 몇 십만 몇 백만이라는 단위는 그저 숫자일 뿐, 우리의 감각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고 따라서 특별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과잉소비 분위기에 떠밀려서 환경을 파괴하고 쓰레기를 배출하게 된다. 그래서 크리스 조던은 추상적 수치를 가시적 이미지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채택한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숫자 헤아리기, 미국의 자화상Runing The Numbers, American Self-Portrait> 시리즈이다.



 





▲ Gyre ll, 2011





▲5만 개의 라이터가 만들어낸 반고흐의 작품이다. 지구상의 바다 1평방 마일 마다 5만 개의 라이터가 떠 있다.



 



크리스 조던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에 서식하고 있는 알바트로스들의 비극을 담은 기록영화, <미드웨이Midway>를 만들었다. 해류를 타고 흘러온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라고 착각한 어미들은 그것을 새끼들에게 물어다 먹이고, 급기야는 플라스틱으로 배가 가득 찬 새끼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내용이다.



 



그의 최근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플라스틱 섬Plastic Island>이다. 이 섬은 태평양을 항해하던 화물선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를 표류하다가 환태평양 해류에 의해 한 곳에 모여 섬을 이룬 것이다. 그 면적이 남한 땅의 반에 이른다고 한다. 이 거대한 괴물, 플라스틱의 조각들은 햇빛과 파도에 부서지고 작은 알갱이로 분쇄되어 해양을 오염시키고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면서, 해양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 조던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대지의 신음소리를 흉칙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고도 웅대한 스케일의 파노라마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집요한 추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현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의 차원을 넘어, 그 기록물을 미적 대상으로 변화시키는 예술적 감성이 놀랍다.



 





▲Over the Moon. 2011 





▲2만 9천장의 신용카드가 만들어낸 달의 모습이다. 이 숫자는 2010년 매주 파산한 사람들의 숫자를 뜻한다.



 



 



글 김성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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