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예술은 나눔이다 - 사막을 걸으면서 마음속에 꽃을 심은 뜻

입력 : 2016-08-31 17:12:00
수정 : 0000-00-00 00:00:00

사막을 걸으면서 마음속에 꽃을 심은 뜻

 

꽃길 1 | 30×50×5cm

 
부천에 있는 갤러리까페 '시론(소사구 심곡본동 680-7)'에서 8월 16일부터 9월 20일까지 서각 전시를 하는 김성종 작가를 만났다.

 

서각書刻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오래 전부터 만들어져 전해 내려 온 전통문화다. 근원을 더듬자면 선사시대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과 기호에서부터 다라니경, 팔만대장경, 훈민정음, 대동여지도, 각종 불화 등의 인쇄용 판본이 있고 궁궐, 사찰, 누각, 정자, 당호 등의 현판과 편액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서각을 글자 그대로 풀자면 '글을 새기'는 것이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뜻을 알리는 실용을 넘어 조형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다채로운 채색과 조형 방법을 모색하며 어느덧 미술의 한 표현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꽃길 5 | 40×50×3.5cm

 

꽃길 8 | 39×45×3.5cm

  

작가 김성종은 학업 후 어린이 출판 분야에서 동화와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다. 나이 사십에 들어서면서 서각이라는 장르를 만나게 되는데, 출판미술이라는 것이 대개 책상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작업인데 반해 서각은 작업방식이 그림과는 다르게 몸을 쓰며 땀을 흘리는 작업 방식이어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또한 여러 나무를 다루면서 저마다의 나무가 가진 성질을 익히고 서로 다른 강도와 목리를 만나 익히는 것이 즐겁고 새로웠고 계절에 따라 만들어지는 나이테는 마치 사람의 족적과도 같아 이를 더듬어 읽어 내려가는 일이 매우 재미있다고 말한다.

나무작업을 할 때는 끌을 넣는 방향이 따로 있고 칼을 넣는 방향도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또, 성질을 파악하고 이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나무를 잘 다루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도 서각을 처음 배울 때는 남들처럼 글씨 작업을 주로 하며 공부했지만 전공인 그림으로 서각작업을 하며 그 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추구했다. 작업은 사막, 꽃, 산, 수탉, 새 등의 자연물을 소재로 삼고 있다. 어린이 출판그림을 오래 해서인지 대상은 순수하거나 천진난만하게 그려지고 색조는 맑고 명쾌하다.

 

▲사막 건너는 날 | 40×50×3.5cm

 

사막을 소재로 한 '사막 건너는 날' 연작이나 '꽃길' 연작은 사막을 걷는 나그네나 낙타가 등장하는데 사막과 꽃길이라니, 그 조합이 의아하다. 그의 설명을 의하면 '사막을 걷는 것처럼 힘겹고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날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 길이 내 선택이었고 피해갈 수 없을 바에야 마치 꽃길인 것처럼 생각하며 기쁘게 걸어 가겠다'는 마음이 들어 사막 연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라고 그렇지 않겠는가. 도시에서 살든 자연 속에서 살든 때로 불현듯 사막 한가운데 던져진 것 같은 때가 있는 법이다. 그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고 사막을 걸으면서 마음속에 꽃을 심은 뜻은 감상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김성종 작가는 서각으로만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독특한 이력에 더해 동시에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이기도 하다. 그 동안 동편제 김정문바디 흥보가와 박봉술바디 적벽가, 서편제 박유전바디 심청가를 배웠으며 판소리 공부를 시작한 지 13년째인 지금은 김세종바디 춘향가를 공부하는 한편, 천연염색과 불화, 단청도 공부했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고 충고하는 이들이 있지만 다양한 장르를 넓게 아우르다 보면 시각과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나중에는 장르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사막 건너는 날2 | 40×50×3.5cm

 

서각을 처음 시작하면서 마음먹기로는 서각으로 그림 작업을 해서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 판소리를 배울 때도 판소리를 이용한 창작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서각도 그렇고 판소리도 그렇고 그 정체와 깊은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각이든 판소리든 평생 매달려 모색하기에도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아직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전통 말법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거기에 새로운 판소리를 만들어 입혀 글에 맞는 그림을 서각작업으로 그려서 창작그림책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 더디고 오랜 꿈을 향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자고나면 새로운 기술과 신기능으로 무장한 제품이 세상을 바꾸는 이 시대에 느리고 우직한 걸음을 걷는 그의 반듯한 어깨가 오늘 따라 두둑함으로 다가온다.

 

 
 

   

문화예술인협회‘임진강’ 대표 김종도

 

 

  

#47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