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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맺음전 ‘파티파티2017’

입력 : 2017-01-31 16:31: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맺음전 ‘파티파티2017’
 
▲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이상집 앞모습



 편집자주» 2013년 봄, 파주에 이상한(?) 학교가 생겨났다. 이름은 파티(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이 땅에 파주에 우리나라 젊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자인 창의학교를 비롯한 것이다. 파티는 그 어렵고 또 모두들 궁금해 오던 4년의 결실이 이제 맺어졌다. 바로 그 파티 한배곳 '마친보람 맺음전' 졸업전시회 그곳을 들여다본다.

 

'파티파티 2017'은 첫 졸업생이 된 한배곳 배우미들의 졸업전시를 말합니다. 이 전시는 PaTI라는 생소한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되는 ‘설명’의 나날들과, 그 설명 속에서 하게 된 수 많은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입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 Paju Typography Institute - 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교육 기관입니다. 짧게는 PaTI라고 쓰고 파티라고 부릅니다. 한배곳 - 학사 4년제 - 과 더배곳 - 석사 2년제 - 과정이 있고 학위는 없습니다. PaTI에서 타이포그라피만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 말하자면 글자가 디자인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합니다 -

 

실제로는 전례 없는 일이 폭넓게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설명해야 합니다.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 가까운 이에게도. 결국, 이 전시는 그동안 끊임없이 받았던 질문 - 왜 PaTI를 선택했는지, 4년 동안 어땠는지, 졸업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 에 대한 대답 - 부연설명 - 입니다."


▲ 이규찬, "효자맥주" 프로젝트


전시는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눠집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이들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각자의 관심, 태도, 성향, 관계 등으로 치부되는 이야기를 재편집하고 때로는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한가지 소재에 대한 집착, 자기 고민에 대한 선언, 새로운 세계관 또는 개인의 서사를 말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개인의 것에서 끝나지 않고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연출을 시도합니다.


▲ 정해지, 탐방상사 '자염' 프로젝트

 

강심지 <심지어 먹고 살고있다> 심지어! 심지語! 심지魚! 대체로 심지어라고 부르는 조악한 캐릭터를 이용해 밋밋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노디 <채소의 감각> 홍성의 작은 농가에서 당근잎은 푸른 초록빛이라는 걸, 방울다다기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잎은 아주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자라는 환경과 채소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유이지수 <언제까지 품속에서만 있을래> 문장 끝은 물음표가 붙을 수도, 느낌표가 붙을 수도, 마침표가 붙을 수도 있습니다. 실을 꿰고 바느질하고 매듭짓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답을 그려갑니다.

 

정연지 <스물셋에서 스물셋까지> 엄마와 딸, 아니 한 여자와 또한 여자, 아니 가족을 소재로 막은 시작됩니다. 이것은 엄마를 이해해 보기 위한 작업입니다. 아니, 때늦은 어리광을 위한 작업입니다.


▲ 송제엽 전산 동준모, "설거지차" 작업. 행사장에 따라 이동하는 설거지차를 위한 조립도구 디자인.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이들은 사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일을 합니다. 각자의 관심사는 다양합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풍경, 민화의 색에 쓰인 안료, 바이오가스, 포르투갈의 한 작가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서 시작해 대상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일종의 재배열 또는 번역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깊은 <집에서 학교까지>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 4.33km. 파주와 인접한 ‘장월’이란 마을에서의 26년. PaTI에서의 837일. 도시와 농촌의 경계선에서 느끼는 감정, 괴리감과 공허함에 대한 작업입니다.

 

모찌 <민화의 색채와 원료> 민화를 떠올리면 빛바랜듯한 낮은 채도가 생각납니다. 시간의 흔적을 걷어낸 원래의 모습은 어떨까. 민화의 색채와 원료에 대한 조사와 직접 조색하며 연구한 기록입니다.

 

부기 <바이오가스> 바이오가스는 유기질 폐기물에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메탄가스입니다. 일상적인 바이오가스를 위한 첫 번째 연구 키트를 선보입니다.

 

이윤서 <페소아> 페르난두 페소아는 수많은 이름을 사용하며 여러 인격을 넘나들던 포르투갈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이명(異名)과 텍스트, 한국에 출간된 페소아 단행본을 모아 소개합니다.


▲ 임시 전시장으로 변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지하공간. 이 역시 배우미들의 작품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들은 작은 규모의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과자집, 설거지차, 소금 등과 같은 물건을 만듭니다. 먹고 마시고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물건을 통해, 생산-유통-판매의 전 과정에서 개인 또는 집단과 연결됩니다.

 

이 안에서 워크숍을 열거나, 물건의 또 다른 쓰임을 연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를 모색합니다.


▲ 유이지수, 한 땀 한 땀 수놓아 그린 "가족이야기"

 

손아용 <끝과 시작을 위한 키트> 과자집 키트를 만드는 ‘손김건설’을 아홉 가지 방식으로 정리한 작업입니다. 과자집 키트가 사회로 나가기 이전 단계, 동업자에 대하여, 소비자로부터 돌아오는 피드백을 중점으로 다룹니다.

 

송제엽, 전산, 동준모 <송전동 > 송전동은 디자인적 문제를 고민하고, 공간과 가구 그리고 그래픽을 중심으로 제안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팀입니다.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립식 부엌 유닛을 선보입니다.

 

이규찬 <효자맥주> 우리들은 맛있다! 작업과 노는 것을 분리하지 않으며 맥주를 소재로 다양한 아웃풋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정해지 <탐방상사> 찾으러 돌아다니고, 발견한 것을 탐구해 적절한 형태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일 년 반 동안 열 여덟 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하거나 제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을 엽니다.

 

4년동안의 고민을 모은 ‘맺음전’

맺음전은 1월 16일부터 22일까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지하 주차장에서 열렸습니다. 고마움을 빚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아 조금 쑥스러웠습니다. 


 4년 동안 했던 고민이 일주일의 전시로 해결될 리 없습니다.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쪼개 일부만을 보여줄 수 있었고, 그 점은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준비하는 시간은 다른 어떤 날들보다 지난하고 괴로웠습니다. 이제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나니 제법 허무한 느낌도 듭니다.

 

이곳에서 20대를 넘겨버린 친구들도 있고, 여전히 스무 살 언저리에서 반짝거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취업을 할 테고, 누군가는 떠날 것입니다. 누구는 잠시 백수의 기쁨을 만끽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하던 일을 계속 해보려고 아등바등하겠죠.

 

이번에 지은 매듭은 서툴러서 아쉽고, 속상하고 미련도 조금 남지만, 이 시간동안 몸으로 습득한 것들을 통해 14명 모두가 어디에 있든, 비겁해지지 않고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정해지 (파티4학년 배우미)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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