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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작품이 천하고 고귀한 것의 기준은 없다!!

입력 : 2017-02-10 11:30:00
수정 : 0000-00-00 00:00:00

 

작품이 천하고 고귀한 것의 기준은 없다!! 

 

‘곧, BYE! 展’의 ‘더러운 잠’ 작품 파손에 대한 소고 

 

이것이 분단된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이라는 곳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진 일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미술계뿐 아니라 타 예술 장르며 시민단체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여기에 한 마디씩 거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체 어떤 작품이? 그리고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은 또 무엇이기에.


▲ 이구영: 더러운 잠

 

전시에 함께 참여했던, 내가 본 것을 말한다

전시기한은 지난 1월 20일(금)에서 31일까지였다. 20일 오후 6시 경 오픈이 되었는데, 전시를 할 수 있게 소액을 후원해준 200여 시민들과 작가들이 오픈식과 작가대담을 할 때까지는 그냥 평범했다.

그러나 다음날 여기저기에서 언론에서 수군대는 소리들의 중심에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식들과 함께 그 다음날 아침부터 들리는 소리는 이성을 잃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 500명 몰려온다는 소식과 함께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비난과 더불어민주당의 분주한 움직임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회사무처에서의 해당 작품의 전시불허 통보는 한바탕 소동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시를 기획한 고경일 작가와 이구영 작가와 나는 긴급 미술행동과 기자회견을 위한 성명서를 준비하여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작품은 이미 파손된 뒤였다. 다행히 파손 현장에 있던 수많은 기자들에 의해 상황은 낱낱이 기록되었고 범인은 재물손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신문과 TV뉴스로 전국에 알려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나는 말하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은 이미 많은 논객들에 의해 분석이 나왔으므로 더 언급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파손되어 마땅한 작품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존중해주어야 할 가치, 즉 표현하지 말아야 할 금기가 아니라 파손당하지 않아야 할 물리적 금기의 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보수 우익이라는 자들에게는 그깟 보기 싫은 작품 하나쯤이야 깨부순들 어떠랴하는 식이겠지.

뭐 어때. 그래? 좋다. 이 말은 곧 나도 했으니 너도 해볼 테면 해보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못한다. 왜냐면 민주 시민인 우리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들은 일단 말이 막히거나 감추고 싶은 진실이 드러나면 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먼저 배웠나 보다.

그래서 지금의 세상은 저들의 것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기득권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니 조급했던 것인지도 모르지.

 

또 말한다.

작품의 천하고 귀한 것의 기준은 없다. 그것이 예술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도 역시 없다.

추하다거나 아름답다는 것도 역시 개인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자기 기준을 상대에게 주입 내지는 강요하는 것에 익숙한 것일까?

몇몇 지식인이라는 자들과 어설픈 미술평론가들의 점잖은 훈계와, 얇은 미술지식을 갖고서 미술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온 예술가를 모욕하는 글들은 무식한 소치이며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한 작가로서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한때 성추행 당원이 가장 많았던 명예를 누린 새누리당이 성추행이라느니 여성폄하라느니 하고 내뱉는 추잡한 소리에 그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지금의 국면전환 키워드로 활용하고자 하는 ‘더러운’ 음모를 본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준 표창원 의원에게 상을 주어야 마땅함에도 6개월의 당무정지 처분을 내려 예술의 몰이해와 또 다른 검열의 잣대를 제시하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넘어 분노한다.

이래가지고서야 차기 수권정당을 도모할 자격이 되겠는가.

 

이 모든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새누리당이여, 지금 즉시 해체하기 바란다.

그리고 모든 정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에 부화뇌동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표창원 의원의 징계를 철회하고 사과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

‘곧, BYE! 展’은 작품파손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현장 퍼포먼스와 기자회견 후 바로 전체 철거하여 충무로 ‘벙커1’으로 옮겨졌다.

현재 무기한 전시진행 중이다.


▲ 고경일: 세월

▲ 김서경: 국개의원

▲ 김운성: 보안손님 똥침

▲ 김종도: 촛불을 횃불로

▲ 정재훈: 아수라

▲ 조우혜: 벽은 위헌이다

▲ 이하: Shaman Korea

 

‘곧, BYE! 展’ 참여 작가

고경일, 김 건, 김금숙, 김병수, 김서경, 김 신, 김운성, 김종도, 박비나, 백영욱, 이구영, 이진석, 이 하, 정용연, 정유진, 정재훈, 조아진, 조우혜, 진재원, 천명기, 최정민, 한금선 (22인) 

 

김종도 화가/문화예술인협회임진강 대표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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