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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그리움을 만지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 전시

입력 : 2017-02-24 13:11:00
수정 : 0000-00-00 00:00:00

 
그리움을 만지다
 
-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 전시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갔던 그 해에, 그 어떤 것도 시작해볼 염두가 나지 않았던 그 해에도, 옆도 뒤도 돌아보기 무서웠던 그 해에 뜨개바늘을 잡고 직진만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뜨개바늘을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지만 멈출수 없었습니다. 그리운 아이의 살갗을 만지듯 뜨개실을 어루만지며 한 코 한 코에 아이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수 만번씩 부르며 한 코 한 코 기도를 엮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곳은 이 뜨개실처럼 따뜻한 곳이기를, 이 간절한 기도가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내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무채색에서 다양한 색깔의 실을 고를 수 있게 되기까지 엄마들에게선 수많은 마음들이 오갔습니다. 분노와 슬픔이 그리움에게 조금씩 자를 내주자, 그리움은 또 따뜻한 기억들을 불러왔습니다. 고마운 사람들도 떠올랐습니다.

솜씨는 없습니다. 아직도 마음속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그리움을 나누고 싶어서, 지금껏 함께 해준 분들게 고마운 마음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어서 마련한 전시입니다. 곳곳에서 함께해준 마음들이 있어 다시 한 번 힘을 내 그 마음들에 말을 걸어봅니다.

 

치유공간 이웃


▲ 뜨개질하는 엄마들의 영상기록


▲ 시간 그리움- 아이들을 생각하며 뜨기 시작한 몽글몽글한 그리움

 
▲ 그리움을 만지다

 
▲ 그 사람에게

 

▲ 이창현 엄마에게 김호연 엄마가

그리움이 뜨개질로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다

2월11일부터 19일가지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 전시가 있었다. 1800개의 컵받침으로 만든 그리움 하늘이 전시장 천장을 따뜻하게 덮고 있고, 바닥의 ‘기도하는 마루’는 엄마들이 무채색에서 벗어난 환한 마음을 표현한 듯 밝고 경쾌했다. 그 바닥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앞 사람이 떠온 목도리를 이어서 뜬다. 아이들도, 할머니도, 아저씨도...참여한 사람들이 뜨개로 마음을 잇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라는 코너에선 잠수사에게, 선생님에게, 이웃 엄마에게 줄 쉐타와 목도리와 망토가 있다. 세상이 온통 차가웠던 그 때 손 내밀었던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선물들이다. 110개의 목도리와 353개의 무릎덮개, 200개의 컵받침으로 만들어진 벽걸이 등등. 이 모두는 전시가 끝나고 그동안 고마웠던 이들에게 모두 모두 나눠줄 예정이다.

 

눈물로 가득찼을 그 시간, 뜨개로 서로를 치유하며, 사랑으로 일어선 엄마들의 뜨개는 공간 전체를 따뜻하게 가득 채웠다. 슬픔이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이 이웃 사랑이 되는 가슴 벅찬 전시였다.


▲ 기도하는 마루- 떠난 아이를 그리는 엄마들이 함께하는 공간



▲그사람에게-힘들때손내밀었던이들을기억하며만든감사의선물들








 

임현주 기자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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