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 스토리(103)결코 변하지 않을 우주의 법칙 (4)열역학 제2법칙
수정 : 2022-03-21 03:40:50
흥미진진 과학 스토리(103)결코 변하지 않을 우주의 법칙 (4)열역학 제2법칙
열역학 제1 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불변이다. 즉 새로 생기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역학 제2 법칙은 ‘엔트로피’만큼은 꾸준히 증가한다고 말한다.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증가하며 종국에는 그 증가가 멈추고 우리 우주는 사망하게 된다고 단언한다. 비극적 종말의 강력한 예고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102회에서 소개한 ‘카르노 엔진’에서 출발한다. 카르노 엔진은 열 손실이 전혀 없이 100% 일로 전환된다는 ‘이상 기체’를 전제로 한 상상 속의 엔진이다. 온도 혹은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때만이 엔진은 작동한다. 이 온도의 차이를 이용하면 열이 일로 전환된 것이다. 영구엔진이란 처음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영원히 작동하는 엔진을 말한다. 그러나 열은 일을 하면서 사라졌으므로 엔진이 작동하려면 사라진 열만큼을 다시 제공해 주지 않으면 엔진은 멈춰 버린다. 그래서 우리 우주에서 영구엔진은 존재할 수 없으며 엔진이 작동하려면 엔제나 열을 공급해 주어야만 한다.
카르노라는 과학자는 엔진의 열이 일로 전환되는 과정은 ‘칼로릭’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높은 열을 가진 칼로릭 입자가 낮은 열을 가진 칼로릭 입자로 변할 뿐, 칼로릭의 총량은 보존된다고 믿었다. 동시대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클라우지우스는 카르노 엔진에서 열이 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로 전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엔트로피(entropy)’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클라우지우스가 제안한 엔트로피는 에너지(energy)와 변형(tropy)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합성하여 말이다. 에너지가 무언가 다른 상태로 변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후 볼츠만은 통계역학으로 엔트로피를 명확하게 정립한다.
▲ 볼츠만의 묘비 사진
이 공식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는 볼츠만의 묘비 사진이다. 기체분자들의 운동에서 엔트로피(S)는 W(기체분자의 일)와 로그 함수적으로 비례한다는 말이다. 단순화하면 엔트로피는 분자들이 일을 할 때, 묵묵히 따박따박 증가한다는 말이다. 볼츠만에 의해 정립된 열역학 제2 법칙은 이제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는 우리 우주의 핵심적인 법칙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거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난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로 인해 탄생한 ‘통계역학’이 문제였다. 뉴턴의 물리학에서는 물체의 위치에너지와 운동 에너지(이하 물리량)을 알 수 있다면 그 물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증기기관 안의 공기분자들은 워낙 숫자가 많아서 개별적인 물리량은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개별적인 기체 하나하나의 행동보다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부피와 압력, 그리고 온도라는 물리량을 가지고 계산하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이 방법이 볼츠만의 통계역학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통계는 대충대충 때려 맞히는 도박의 수단이었지 과학은 아니었다. 대충 물리학이라는 조롱보다 더 큰 두 번째 문제도 있었다. 볼츠만은 기체를 개별적인 원자들의 집합이라고 전제했는데, 이 시대만 해도 원자론은 과학자들에게 낯설고 도발적인 주장이었다. 이런 이유로 볼츠만은 수모와 비난을 겪다가 결국 1906년에 자살을 하게 된다.
볼츠만이 자살하기 바로 전인 1905년을 과학자들은 ‘기적의 해’라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이 이 해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것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다. 광전효과란 원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브라운 운동을 통해서 기술한다.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원자의 존재를 깔끔하게 증명한 것이다. 그 후의 과학은 원자의 속을 뚫고 들어가 양자역학이 탄생하고, 이 양자역학의 핵심중의 핵심으로 통계역학이 자리 잡는다.
볼츠만의 불행은 천년을 지배했던 철 지난 세계관의 만행이었을까? 아니면 천기누설에 분노한 우주의 복수였을까? 어쨌거나 현대 우주관은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통해서 더욱 분명해졌다. 과학의 역사가 그리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떤 때는 과학이 인간을 빛나게도 하지만, 때로는 물과 기름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문발동 쩜오책방 일반회원 허 심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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