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94) 사소하지만 우리를 기만하는 것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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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94)
사소하지만 우리를 기만하는 것들(2)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야기가 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숨이 막혀 죽는다거나 저체온증으로 죽는다는 낭설이다.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서 순간적인 진공을 만든다거나 선풍기 날개로 산소를 쪼개 버린다면 가능한 일이다. 열대야의 여름밤에 선풍기가 저체온증을 불러온다면 에어컨 회사는 진즉에 망했을 것이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다가 죽었을 수도 있다. 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날 밤에 자장면을 맛나게 먹었거나 TV조선 뉴스를 보았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나 기만을 당할 수 있다.
봉이 김선달 이래로 물장사는 시대를 불문하고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약수‘라는 말이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깊은 산 속 옹달샘의 물은 정말 맛이 좋고 시원하다. 이런 물을 약수라고 부른다. 20세기 이전의 주된 사망원인은 병원균이 든 물을 마셨기 때문이다. 야생의 고양이나 참새는 결코 장수를 하지 못하는데,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바로 이 물 때문이다. 세균이나 기생충에 오염된 물을 마셨기 때문이다. 인간이 장수하게 된 출발점은 역시 상수도가 놓이면서 부터이다.(85회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참조) 생활하수로 오염된 물에 비해서 산속의 옹달샘의 물은 약수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에도 옹달샘의 물이 약수일까?
그렇게 불리는 약수에도 기생충과 세균은 살고 있다. 다만 사람이 사는 동네의 우물물보다 덜할 뿐이다. 거기에 비하면 말끔하게 소독한 수돗물은 100% 확실하게 안전하다.
SBS 라디오에서는 요즘 꾸준하게 생수 회사의 제공으로 ‘물은 생명이다’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요즘 물장수의 전형이다. 세포의 70%는 물이라서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주장까지는 과학적 사실이며 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이 생수를 하루에 2리터를 마시면 미네랄도 있어서 노화도 방지해 주고, 아침에 한 잔을 하면 학생들의 학습능력도 좋아진다고 한다(이 회사 직원들은 늙지 않아서 좋겠다). 장담컨대 아이들이 아침에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마셔도 학습 효율은 높아질 것이다. 뼈는 상해도 말이다.
주장대로 세포의 70%가 물이니까, 음식 속의 세포만으로도 식사의 70%는 물을 먹는 꼴이다. 거기다 우리는 국을 즐겨 먹고, 과일의 95% 이상이 물이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역시 99%가 물이 아닌가? 여기다 또 2리터의 물을 마시면 신장에 부하가 걸려서 노화를 촉진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부의 팩트를 끌어들여서 막장의 결론으로 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가짜 뉴스의 방식이다. 우리가 너무 사소하지만 쉽게 속아 넘어가기에 생기는 현상들이다.
각종 전자파차단스티커 제품. 효과는 전혀 없지만 여전히 팔리고 있다.
- 컴퓨터 옆에 놓아도 전자파를 차단하지 못한다. 전자파가 왜 선인장 앞으로 몰리겠는가?(블랙홀인가?)
- 차단한다는 스티커를 핸드폰에 붙이면 전화가 불통될 텐데 왜 그 짓을 해야 할까?
- 흡수하는 식물이 있다고? 잎사귀에 먼지가 붙을 수도 있겠지만 식물이 왜 먹겠는가?
- 하는 토르말린이 몸에 좋다고? 자체발열이 되는 것은 우리 우주에서는 라돈과 같은 방사선 원소 밖에 없는데, 라돈 침대가 몸에 좋다는 말인가? (자체발열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 있다고? 우리 몸에 독이 있다고??
- 팔찌에서 음이온이 나온다고? 그렇게 불안한 금속을 손목에 차면 몸이 위험한데, 내 몸이 멀쩡한 것은 그런 것이 안 나오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나오면 진짜 큰일 임)
- 속에 가득한 것이 수소인데(에는 염산(HCl)이 가득하다) 수소수를 마시면 몸에 좋다고? 물만 마셔도 수소가 두 개나 붙어 있는데 또 돈 들여서 마셔야 할까?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른 상식과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기만당하지는 말자. 사소한 태도들의 사람의 품격을 말해 주기도 하니까.
문발동의 작은책방 ‘쩜오책방’ 독서클럽<책벗> 회원 허 심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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