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 (93) 사소하지만 우리를 기만하는 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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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 (93)
사소하지만 우리를 기만하는 것들(1)
“무당이 작두 날을 타는 것을 보면 귀신은 있지요”몇 해 전에 있었던 일이다. 평생을 진보와 문화운동에 헌신하신 분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문화적 전통 중에는 무당의 문화도 있고, 무당의 문화 역시 중요한 문화적 전통이기에 보전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분의 주장은 무당이 작두를 타는 것을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니 당연하게 귀신이 있다는 주장이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서 더 이상 설명을 못했지만 ‘작두를 타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귀신이 있다는 믿음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과학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런 요구를 받을 때가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해 봐~”. 행여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다 귀신놀음일까? 그렇다면 과학에게 요구하는 엄격함을 귀신에 대한 믿음에도 적용해야 공정하다. 과학이 증명하지 못한 것이 귀신이 있다는 증거는 결코 아니다.분명한 논리적 오류다. 그리고 기껏 그 어려운 귀신을 소환해서 작두날이나 타는 것에 만족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귀신처럼 신도시 후보지를 알아내서 벼락부자가 되거나 아인슈타인이 그렇게 소원하던 통일장 방정식이라도 귀뜸해 줘야 영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이야기의 출발점이 바로 이 지점이기도 하다.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냉철한 이성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이다. 그 무의식이 우리를 어떻게 속이고 지배하는지 재미있는 일화를 통하여 소개한 사람이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이다. 강추를 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은 간단한 일화를 소개한다.
사진: 극단 영감, 출처 : 한겨레신문사
가톨릭 신자, 유대인 (둘은 백인이다) 그리고 흑인이 죽어서 천국의 문에 다다랐다. 가톨릭 신자가 말했다. "저는 평생 선량하게 살았지만, 많은 차별을 겪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그야 쉽다. 단어의 철자를 맞히기만 하면 천국에 들어올 수 있느니라." 신이 말했다.
"무슨 단어입니까?“
"신(God)이다.“
가톨릭 신자는 "G-O-D"라고 철자를 댔고, 천국에 들어갔다. 다음으로 유대인이 다가왔다. 그도 말했다. "저는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평생 차별을 겪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신이 말했다. "쉽다. 단어의 철자를 맞히기만 하면 되느니라.“
"무슨 단어입니까?“
"신이다.“
유대인은 "G-O-D"라고 말했고, 천국에 들어갔다. 다음으로 흑인이 다가와서 자신은 남들에게 늘 친절했지만, 피부색 때문에 지긋지긋한 차별을 겪었다고 말했다.
신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천국에는 차별이 없느니라.“
"고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쉽다. 단어의 철자를 맞히기만 하면 된다!“
"무슨 단어입니까?“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
이것은 고전적인 차별 기법이고, 뇌도 이런 기법을 쓴다. 만약 자신이 선호하는 세계관에 부합되는 정보가 마음의 문에 입장하려고 하면, 뇌는 그것에게 "신"의 철자를 요구한다. 반면에 부합하지 않은 정보가 문을 두드리면, 그것에게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철자를 요구한다.
뭔가에 내가 거부반응을 보인다면 그건 상대가 틀려서가 아니라 내게 익숙치 않아서이고, 뭔가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차별적 고정관념에 익숙해서 일 수 있다. 그러니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언제쯤이었나?
존경하는 분들의 진보적인 철학이 합리적 사유가 아닌 종교적 믿음처럼 다가오는 경우를 목격하곤 한다. 세계관의 마지막 업데이트는 학창시절이었고,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우 말이다.
문발동의 작은책방 ‘쩜오책방’ 독서클럽<책벗> 회원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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