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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54>우주론 (3) - 무너지는 신성한 우주

입력 : 2018-05-08 22: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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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3) - 무너지는 신성한 우주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다 화형을 당한 천문학자 조르다노 브루노조차도 신의 존재와 의도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지동설은 오히려 조화로운 우주를 만들어낸 신의 전능한 능력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으니 그것은 ‘지동설’ 조차도 수성이나 금성의 퇴행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푼 사람이 바로 케플러( Johannes Kepler, 1571 ~ 1630)다.
 행성운동의 비밀은 ‘타원’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1,700년 동안 그 누구도 신들의 세계인 하늘이 불완전하게 찌그러진 타원일 것이라고는 불온한 상상을 한 사람이 없었다. 원은 누가 보아도 완벽해 보였기 때문에 신은 당연히 원을 사랑했다고 믿었다. 당대 최고의 관측기술자인 티코 브라헤(1546~1601)가 평생을 쌓아 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행성의 궤도는 아니나다를까 타원이었다. 코페르니쿠스 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관측을 통한 수많은 데이타는 행성운동은 타원이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케플러는 여기서 원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신앙과 배치되는 결론이라서 그는 영혼에 가해진 충격을 감수해야만 했다. 케플러는, 천문학이라는 마굿간에서 원형과 나선형을 쓸어 치우자, "손수레 한가득 말똥"만 남았다고 했다. 원을 길게 늘인 달걀의 모습(타원)을 그는 이렇게 말똥에 비유했던 것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케플러는 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수학을 통해서 신의 의도를 보고자 했던 사람이지만 천 년의 직관이 무너지는 고통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는 결국 용기를 내었고 자신의 이름을 가진 행성 운행에 관한 세 가지 법칙을 발표한다. 제1법칙은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라고 분명히 밝힌다. 비로소 하늘에 적용되는 법칙 역시 땅에서 적용되는 법칙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한 대목을 인용한다.
케플러는 지구에 적용되는 측정가능한 물리법칙이 천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여기서 측정 가능하다는 것은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인류사에서 최초로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에서 신비주의가 배제되었다. 이제 지구도 별수없이 코스모스의 중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케플러는 역사의 한 꼭짓점에서 서서 "천문학은 물리학의 일부다." 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런 주장을 할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인류사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과학적 점성술사가 우리가 만난 최초의 천체물리학자였던 것이다.


(요하네스 케플러, 독일 천문학자. 하늘의 법칙도 땅의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밝혀 천문학에 혁명을 일으킨다)

이제는 천상의 세계도 물질의 법칙에 지배를 받는 세상이 되었다. 더 이상 신성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실에 쐐기를 박은 이는 뉴턴이다. 뉴턴 이후에 행성이나 별들은 더이상 신성한 존재가 아니었고 물리학의 연구대상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중심에서 물러난 지구와 인간의 좌절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다음호에 계속)

 

'과학책을 읽는 보통사람들' 회원 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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