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과학이야기 (91) 우주의 유령
수정 : 2021-04-16 12:31:22
흥미진진한 과학이야기 91, 우주의 유령
뉴턴의 위대한 업적은 달 위쪽(그렇다. 이때까지 하늘은 분명히 달부터 였다.)은 인간의 세상과는 다른 완벽한 법칙이 따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깨버린 것이다. 뉴튼 덕분에 하늘이든 땅이든 동일한 법칙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 라플라스는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다면 우주의 미래도 예측이 가능하다."라고 선언한다. 뉴턴의 중력 법칙을 이용하면 천년 후의 행성의 위치까지 계산할 수 있으니 물리학은 이제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인과관계를 통해서 일어날 일들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결정론'이라 부르며 다른 말로 '라플라스 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라플라스의 이런 장담은 정말 뻘쭘해진다. 틀린 것이다.
삽화 출처: <어쩌다 과학>, 지이.태복 지음, 더퀘스트 출간
양자역학은 정말 잘 들어맞아서 핸드폰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이 수학 공식은 라플라스가 가정했던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알 수 없다고 선언한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한다. 뇌를 다칠 수 있으니 그냥 받아들이거나, 틀림없는 수학 공식이니 닥치고 계산이나 하라고 권한다.) 양자가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위대한 영웅 아인슈타인은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며 강력하게 반발한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숨은 변수가 있을 거야. 더 연구하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이것이 ‘숨은 변수이론’이다.( 우주론에 대한 논쟁은 52화~57화에서 다루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증명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 등 일련의 과학자들이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모여서 이 공식의 의미를 해석했는데, 그것을 '코펜하겐 해석' 또는 ‘표준 해석' 이라고 부른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등장했을 때, 만물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수학적으로는 타당한데, 서로 잡아 당긴다고? 그럼 원격작용이야? 텔레파시는 아니구? 뉴턴은 이런 조롱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 답을 준 것은 아인슈타인의 중력파이지만 중력파는 2016년에야 검증되었으니 정말 오랜동안의 수수께끼였다. 그럼 다시 아인슈타인으로 돌아가자.
춘식이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김치삼각김밥을 먹는다. 한편 같은 동네 사는 영준이는 일산으로 출근하는데 역시 편의점에서 같은 김치삼각김밥을 사 먹는다. 둘 사이에는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는다. 다음 날, 영준이 참치김밥을 사면 춘식 역시 참치 김밥을 사는데, 단 한 번도 틀리지 않는다. 우주로 더 확장해서 한 사람은 지구, 또 다른 사람은 안드로메다로 가서 김밥을 사 먹어도 결과는 항상 같다. 이것이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양자의 유령 같은 현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즉시 반영’ 이다. 아무리 멀어도 빛보다 빠르게 결정이 된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에 따르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틀린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이자 양자역학에 대한 결정적 반격이었다. 양자역학은 틀린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만약 빛보다 빠르게 상호작용을 한 듯 행동한다면 이것은 "유령 같은 원격작용"일 것이라고 말한다. 뉴턴의 골칫덩어리를 코펜하겐으로 던져준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런 재미있는 실험을 하지 않을 리가 없다. 다만 기술이 부족해서 중력파의 검증처럼 때를 기다려야 했다. 1980년, 파리대학의 알랭 아스페 연구소에서 이 춘식과 영준처럼 짝을 이룬 양자를 이용하여 실험을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즉시'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 같은 원격작용’은 우리 우주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반복적으로 검증에 성공했고, 심지어 최근에는 이 짝을 이룬 양자의 기술을 이용하여 최첨단의 암호를 만들기도 한다. 양자의 행동을 이용하면 원거리에 신호를 즉시 전달할 수 있다. 우주 시대의 통신에서 핵심이 될 것이다. 보너스로 해킹을 당하면 그 사실도 '즉시' 알려지므로 암호기술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양자들의 기괴한 행동을 현대의 철학자들은 어떻게 해석해 나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관을 통해서 철학을 정립하였듯이, 현대의 철학자들도 양자역학에 기반한 새로운 철학의 정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철학자들은 어떤 세계관을 보여줄까?
참고: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리처드 드위트, 세종 출간,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 가입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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