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9) 연금술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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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9) 연금술의 과학
지금은 연금술이 마술과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때는 최첨단 과학이었다. 그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 사람은 뉴턴이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시간보다는 연금술사로 보낸 시간이 더 길다. 이런 사태의 중심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신들이 사는 세상은 인간이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물리법칙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하늘과 땅은 물리법칙뿐만 아니라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도 달랐다. 하늘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원운동과 멈추지 않는 등속 운동을 하는 반면에 달을 기준으로 그 아래의 인간 세상은 계속 힘을 주지 않으면 멈춰 버리는 아주 불완전한 세상이었다. 하늘 아래의 세상은 흙, 불, 물, 공기의 4가지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하늘은 에테르로 만들어졌다. 흙은 중심으로 향하는 본성이 있으며, 물은 그보다 약간 덜했다. 공기는 하늘로 오르는 성질이 지배적이지만 불만큼은 아니었다. 돌을 던지면 땅에 추락하고 공을 굴리면 가다가 멈추는 것은 이 세계가 에테르로 가득한 고상하고 불변하는 신들의 세상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4원소(元素)설은 그렇게 독특한 것만도 아니다. 불교에서도 이미 부처님 시대 이래 사물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론에선 흙이 중심으로 향하는 성질이 있기에 돌맹이를 던지면 마땅히 중심으로 떨어진다. 이 생각은 확장되어 돌맹이가 향하는 곳은 우주의 중심이 된다. 지구는 그래서 우주의 중심이다. 이 생각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나타나기까지 무너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믿는 사람이 있다. 이런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는 원소들의 특징을 그 원소의 존재의 ‘목적’에서 찾았다. 원소는 본성 혹은 목적 같은 것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세계관을 목적론적 세계관이라고 부르고 지금도 이 세계관은 의연하게 살아남아 있다.
이집트인들에게 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근본 원소처럼 몇 가지 본질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금속이고 부드럽고 노란색이다. 이 모든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금뿐이다. 이런 성질은 많은 물질 속에 각기 다른 비율로 섞여 있다. 물질 속에 있는 속성을 이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혹시 가능할까? 불을 이용해서 물을 끓이면 물의 물질적 속성이 바뀌어서 결국 공기로 변한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서 부드럽고 노란색을 띤 금속성 물질의 조합을 금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연금술이라는 분야가 탄생했다. 금을 만드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종국에는 영원한 젊음을 주는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기 위한 학문이다.
- <호모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 레오나르드 믈라디노프 지음,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 그리스의 철학자
연금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탄탄한 세계관을 기반으로해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탄탄한 기반은 뜬구름 위에 놓인 기반이었다. 마침내 1,600년대에 이르러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뜬구름 위에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사과처럼 지상으로 추락을 시킨다. 그러나 뉴턴조차도 과학자로 보낸 시간보다 연금술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뿐만 아니라 당대의 학자들이 연금술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2,000년을 버틸 정도로 튼튼하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다시 인용하면서 마무리한다. 요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은 빈틈없이 치밀하고 논리적인 설득력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세계관을 확증해 주는 증거들이 차고도 넘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세상과 그 세계관 아래의 연금술은 첨단과학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자신의 시도를 물리학 (Physics) 이라고 불렀으며, 그것은 자신과 탈레스의 유산을 연결 짓는 행위였다. 그의 물리학은 범위가 넓고 살아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을 모두 다루었고 하늘과 지상의 현상을 두루 포괄했다. 그가 연구한 변화의 다양한 분야는 오늘날 과학의 분과 전체에 해당한다. 물리학, 천문학, 기후학, 생물학, 발생학, 사회학 등등….
사실 그는 많은 저작을 남긴, 진정한 1인 위키피디아였다. 그가 기여한 분야는 강박장애로 진단되지 않은 사람이 수행한 연구로서는 가장 폭이 넓다.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기록을 볼 때 그는 170건의 학문적 업적을 남겼으며 지금까지 그중 3분의 1이 보전되어 있다. <기상학>, <형이상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시학>, <하늘에 대하여>, <세대와 부패에 대하여>, <영혼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수면과 불면증에 대하여>, <꿈에 대하여>, <예언에 대하여>, <장수와 젊음과 노화 대하여>, <동물의 역사와 부위에 대하여> 등등
아리스토텔레서는 그의 세계관으로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이 세계관의 위력이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 가입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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