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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7> 전염병의 정복, 코로나, 타노스의 유혹

입력 : 2020-12-09 05:35:41
수정 : 2020-12-09 05:36:50

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7>

 

전염병의 정복, 코로나, 타노스의 유혹

 

1955, 록펠러 대학의 과학자 폴 러셀은 인류의 말라리아 정복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태어난 인류의 절반이 그렇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기생충이 현대 의학의 위력으로 멸종의 기로에 있었다. "인류 최초로 여러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이건 또는 기후가 어떻든지 간에 자기 나라에서 완전히 말라리아를 없애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러셀은 말라리아의 종말을 너무도 확실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그 기생충이 완전히 사라지면 인구폭발로 지구촌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경고하는 것으로 그 책을 마무리했다.

44년이 지나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12초마다 한 사람씩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 -<기생충 제국>, 칼 짐머, 317

1955년 당시만 해도 DDT라는 살충제의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아서 말라리아의 원인인 모기를 죽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게 있었다. 살충 능력을 인정받은 개발자인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는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DDT는 더 이상 사용하면 안되는 독극물일 뿐이다. 그리고 진짜로 모기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타노스. 그는 행성을 정복하면 지위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딱 절반을 살상한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 가장 열심히 뛰는 사람은 역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2050년이나 되어야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놀랍게도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은 물론 그 어떠한 기생충에 대한 백신이 단 한 종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치료제만 겨우 만들어 가고 있을 뿐이다. 예방 백신으로 가는 길에는 무언가 심각한 장애물이 있는 것이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은 동물보다는 식물에 더 가까운 경계가 묘한 존재다. DNA에는 엽록소의 흔적이 뚜렷해서 오히려 식물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이들은 적어도 30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다. 포유류의 조상은 고작 3억 년 전에 등장했지만 열원충의 조상은 30억 년 전에 등장한 지구생태계의 최고참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열원충은 사람의 몸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모기에서 사람으로 옮겨 다니면서 교묘하게 위장한다. 심지어 인체 내에서도 적혈구의 조각을 훔쳐서 마치 인체의 일부인냥 행세하기도 하고, 이미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준비하여 적당한 순간에 면역체계를 속인다. 이것이 백신 개발에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 문제로 돌아가면, 박쥐를 숙주로 하는 한 COVID19의 박멸이나 퇴치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설사 세상의 박쥐를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반드시 다른 숙주를 찾을 것만 같다. 사람의 몸에만 사는 천연두라면 어떻게 수를 내 보겠지만, 방역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악당이 숨을 곳은 어디에나 있다. ‘붉은여왕가설에서 말했듯이 늘 함께 살아야 하는 기분이 나쁜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지구의 복수, 환경의 역습 같은 전쟁의 은유로 투쟁의 의지를 다져보지만 이 고약한 고참들은 정말로 영리하다. 설상가상으로 70억 인구를 지구의 환경을 이대로 유지하면서 부양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조만간 100억이 된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마블 히어로 타노스는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정복한다. 그리고 그 행성의 지적 생명체 중에서 딱 절반을 죽인다. 그리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골라서 양자/양녀로 키운다. 절대자 타노스의 폭력은 지독하지만 그에겐 이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 우주의 미래도 알 길이 없지만, 당장은 지구의 인구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타노스의 이야기는 섬뜻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렇다고 타노스를 소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염병과 인류 중에 하나가 사라진다면 문제 해결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전염병과의 공존이라니, 어쩐지 어감조차 이상하다. 셈법이 복잡해진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 가입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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